'민심 괴리' 미얀마 군부, 군사학교 생도 대상 띤잔 축제 강행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미얀마 제2도시이자 전통문화의 보루로 꼽히는 만델라이는 통상 띤잔 연휴 기간이면 축제 열기로 가득했다. 미얀마는 전통적으로 야외에서 서로 물을 튀기는 축제를 벌이며 띤잔 연휴를 보낸다.
올해 띤잔 연휴는 지난 13일부터 시작됐지만 거리에는 전날 폭우와 강풍으로 부서진 간판과 전선이 나뒹굴 뿐 축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미얀마 나우는 전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올해는 군부의 쿠데타와 유혈 진압으로 띤잔이 2년 연속 연기됐다고 했다.
군부는 만델라이 주민을 설득하고자 아직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지 않았지만 띤잔 축제를 허용하겠다고 선언했다고도 했다. 다만 군부의 유혈진압이 지속되면서 민심을 회복하고자 띤잔을 이용하려고 했던 군부의 노력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했다.
만델라이에 거주하는 시인 쵸 기는 "우리는 올해 띤잔을 혁명적인 구호로만 축하할 것"이라고 했다.
그를 포함한 미얀마 시민 수천명은 이른바 '점토 항아리 시위'를 했다. 띤잔 상징인 점토 항아리에 민주화 구호를 새겨 넣고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행진을 했고 구경꾼들은 전통에 따라 물을 뿌리며 축복했다. 현지 주민은 물론 학생단체와 수도자 단체 등 반군부 연대를 희망하는 다수 단체가 행진에 참여했다.
쵸 기는 "만델라이의 올해 띤잔은 조용할 것"이라며 "지금은 (군부 유혈진압으로) 숨진 이들을 애도할 때다. 군부의 정권 탈취가 단지 일상으로 복귀에 불과하다는 정권의 거짓말을 존중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미얀마 나우는 지난 9일 군부 유혈진압으로 80명 이상이 숨진 양곤 인근 바고시도 침묵에 빠져있다고 했다. 군부의 당시 민간인 유혈진압은 정교한 전쟁무기를 이용해 이뤄졌다면서 띤잔 이후 민간인에 대한 폭력 사용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아울러 군부의 테러 전술이 어느정도 시위 진압에 효과를 발휘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싸우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고 했다. 특히 학생 운동가들이 투쟁을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군부의 인터넷 통제에도 지난 2주전부터 자체 매체 등을 통해 '혁명적인 띤잔'을 요구해왔다.
다곤대 학생연합 출신 아웅 레이는 '혁명적인 띤잔'을 주장하는 캠페인을 시작한 이들 중 하나다. 그는 시위대가 조국을 위해 목숨을 포기하는 상황에서 띤잔을 즐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대중의 인식이 있다고 한 뒤 "사람들은 우리와 함께 한다. 양곤에는 지금 물 축제가 없다. 단지 시위만 있을 뿐이다"고 했다.
미얀마 나우는 지난 13일 점토 항아리 시위는 시작에 불과했다면서 14일에는 붉은 색 페인트와 잉크를 이용해 정권의 시위대 유혈진압을 비판하는 '피의 시위'가 열렸다고 했다. 오는 15일에는 자동차 시위가, 16일에는 침묵 시위가, 17일에는 숨진 영웅들을 추모하는 전국적인 기도회가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만델라이 거주자인 인 인은 "(군부의) 극악무도한 총격으로 인한 사람들의 피가 여전히 흐르고 있다"며 "우리는 올해 띤잔에는 혁명을 계속할 것이다. 우리는 군이 하는 어떠한 것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그들은 우리를 지배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미얀마 군부는 띤잔 축제를 강행하고 있다. 이라와디는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군사학교 생도들로 보이는 짧은 머리의 남성 다수가 교정에 마련된 행사장에서 현란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1분 분량의 동영상을 게재했다. 이 동영상은 도구를 이용해 물을 뿌리는 장면도 담겨 있다.
이라와디는 "만델라이에 위치한 군사학교에서 생도들이 띤잔을 기념했다"며 "다른 사람들은 지난 2월 이후 정권에 의해 살해된 수백명의 시위대를 존중하고자 축제를 축하하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라와디는 지난 6일 양곤과 샨주 등 각지에서 청년층이 띤잔 행사 불참을 촉구하는 온라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면서 캠페인이 성공하면 미얀마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고 상황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려는 군부의 의도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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