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권심판론'에 당했다…'박원순·부동산·내로남불' 결정타

기사등록 2021/04/07 22:33:39

전임 시장 성추행으로 유발된 선거 '원죄론' 안고도 후보 공천

부동산 민심에 LH 사태가 방아쇠…"무능한 정부 놔두면 안돼"

내로남불로 도덕성 타격…MB 공격 안먹힌 2007년 대선 재현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등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4.7 재보궐 선거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2021.04.0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여동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7일 치러진 4·7 재보궐선거에서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서울과 부산시장을 모두 내주며 국민의힘 앞에 무릎을 꿇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만약 출구조사대로 개표 결과가 나온다면 2016년 총선부터 전국단위 선거에서 연승을 거둔 민주당이 5년 만에 맛보는 쓰라린 패배가 된다. 문재인 정부 말기 불어닥친 '정권 심판론'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다.

민주당은 "잘못한 것 반성한다.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는 읍소론으로 지지를 구했지만 끝내 유권자들의 심판은 피해가지 못했다.

그 배경에는 전임 서울시장의 성추행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 재점화된 성난 부동신 민심, 도덕성을 자부했던 진보 정권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 등이 결정타였다는 분석이다.

사실 이번 선거는 그 탄생부터 민주당에 불리한 구도이기는 했다. 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오거돈 두 전임 시장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원인 제공자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민주당은 자당 소속 단체장의 '중대한 잘못'으로 발생한 재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무공천 당헌까지 바꿔가며 후보를 냈다. 이번 선거가 자당 소속 전임 시장들의 성추행 사건에서 비롯됐다는 '원죄론' 폭탄을 안고도 선거판에 뛰어든 것이다.

민주당의 원죄론은 지난달 17일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의 기자회견을 계기로 폭발했다.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오히려 저를 상처 줬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됐을 때 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이 든다"고 한 피해자의 말로 전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은 유권자들의 기억에 재소환됐다. 피해자를 집요하게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하며 2차 가해를 했던 민주당 의원들의 전력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박 후보는 기자회견 후 피해자에게 수 차례 공개사과하고 이른바 '피해호소인 3인방'으로 불렸던 고민정·남인순·진선미 의원도 캠프 직책을 내려놓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뒤늦은 대처였던 셈이다.

특히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일부 여권 인사들이 박 전 시장을 추켜세우면서 민주당에는 자충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이로 인해 '젠더 선거'의 측면을 띤 이번 선거에서 박영선 후보의 '여성 시장' 구호도 유권자에게 별다른 호소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4·7 재보궐선거일인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캠프 사무실을 찾아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당사로 이동하고 있다. 2021.04.07. photo@newsis.com
김용호 인하대 교수는 "페미니스트로 여겨졌던 박 전 시장이 성추행으로 이번 선거의 원인 제공자가 됐는데도 '박원순의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얘기가 민주당에서 끊이지 않으면서 '그러면 성추행도 계승할 것이냐'는 식으로 유권자들의 반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LH 사태와 부동산은 민주당에게 더 큰 문제였다. 문재인 정부 최대 실정(失政)인 부동산은 지난해 총선 이후부터 여권에 최대 리스크로 작용해 왔다.

주택 가격 폭등으로 성난 민심 속에 정부·여당은 임대차3법으로 전세값을, '변창흠표' 2·4 공급대책으로 매매가격 안정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약발이 잘 먹혀들지 않던 가운데 4·7 재보선을 한 달여 앞둔 지난 3월 초 일부 직원들이 3기 신도시 예정지에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LH 사태가 터졌다.

LH발(發) 투기 사태는 정치인과 관료 등 공직사회 전반의 투기 문제로 확산하는 동시에 부동산 민심에 다시 불을 질렀다. LH 직원들의 투기가 이번 정권만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현 정부 들어 까마득하게 올라가 버린 집값 때문에 분노가 차올랐던 민심에 방아쇠를 당기는 격이 된 것이다.

특히 기성세대에 비해 소득과 자산이 적어 주거 불안에 취약한 2030세대와 정치색이나 이념성향이 옅은 중도층의 이반을 가속화시켰다는 분석이 많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LH 투기 사태를 부동산 적폐의 연장선으로 놓고 과거 정권과 책임을 나누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결국 성난 민심 앞에 고개를 숙이며 연신 사과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데도 민심을 달랠 수 없었던 부동산 문제는 이번 재보선에서 여권에 결정적 타격을 준 이슈로 평가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LH 사태는 땅 투기를 내버려두고 20여차례가 넘는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도 실패한 정부가 누구냐고 묻는 정권 심판을 낳았다"며 "공직자들은 전국에서 투기하도록 내버려두고 정작 국민에게는 부동산 가격만 올렸놓았다. 그래서 무능한 정부를 그대로 놔두면 안된다는 민심이 결정타였다"고 말했다.

부동산과 민주당 소속 전임 시장들의 성추행 문제는 내로남불 프레임으로도 이어져 재보선을 앞둔 민주당의 도덕성에 상당한 상처를 남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4.7 재보궐선거 투표가 끝난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개표방송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21.3%포인트 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04.07. dadazon@newsis.com
진보 진영의 최대 무기인 도덕적 우월성이 무너지면서 "민주당도 별로 다를 게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본인 소유 강남의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14.1% 인상해 세입자와 계약을 갱신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자신이 임대차 3법을 주도해 놓고도 국회 통과 직전 신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아파트 임대료를 9.1% 올려받은 박주민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의 '전셋값 내로남불'이 대표적이다.

내로남불이 민주당을 비판하는 관용어처럼 쓰이다 보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특정 정당이 연상된다"며 투표 독려 현수막 등에 내로남불이란 표현을 제한하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졌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어쨌든 이번 선거를 민주당이 유발했고 공정과 촛불정신을 강조했음에도 그것을 배반하는 일들이 민주당에서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나왔다"며 "LH나 내로남불도 마찬가지다. 민심을 떠나게 해서 선거에 영향을 많이 준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스스로 내로남불 프레임에 갇히면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를 겨냥한 도덕성 공세도 효과가 퇴색됐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언론 탓을 하고 있지만 오 후보의 내곡동 땅 투기 의혹, 박 후보의 엘시티(LCT) 특혜분양 의혹 등은 민주당 자초한 내로남불 논란에 가려진 측면이 크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다스 실소유, BBK 주가조작 의혹 등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도덕성 파상공세가 먹혀들지 않았던 2007년 대선을 연상케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번 선거의 구도는 정권 심판론이었는데 민주당에게는 그 심판론을 뒤집을 만한 힘이 없었다"며 "네거티브로는 2~3%의 차이을 뒤집을 수는 있어도 큰 구도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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