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전문가 장영근 항공대 교수 분석
"北미사일, 수평활공으로 150㎞ 더 비행"
"고체연료 로켓모터 중 역대 최대 크기"
한미 군 당국은 지난 25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의 사거리가 450㎞였다고 분석했다. 반면 북한은 26일 사거리가 600㎞였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사거리 차이에 대해 미사일 전문가인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한미 군 당국이 미사일 궤적을 놓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장 교수는 29일 북한 신형전술탄도미사일 예비분석 자료에서 "한미 당국은 북한 미사일 사거리를 계산할 때 하강단계에서 탐지가 가능한 가장 낮은 고도를 측정한 뒤 충돌 위치를 추정한다"며 "한미 당국은 북한 미사일이 저고도에서 갑자기 활공비행 및 팝업(pop-up) 기동하는 것을 탐지 못하고 정상적인 탄도궤적을 그리며 탄착됐다고 가정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하강 단계에서 수평 저공비행을 한 뒤 다시 급상승(풀업 기동)하는 변칙적인 비행 궤적을 그린다. 장 교수는 북한이 한미 군 당국이 탐지할 수 없는 수준까지 미사일을 떨어뜨린 뒤 150㎞ 저공비행을 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장 교수는 "결국 새 미사일이 우리 군이 탐지한 최저고도에서는 수평활공비행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수평방향의 활공비행을 통해 약 150㎞를 더 비행하다 팝업 기동수행 후 해수면에 탄착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쏜 개량형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장 교수가 분석한 대로 움직였다면 한미 연합군의 탐지 능력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장 교수는 "한미 군 당국이 사거리를 450㎞로 추정했다는 것은 레이더가 음영지역에서 탐지와 추적을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우리의 미사일방어체계가 유효하지 못했다는 의미"라며 "결국 이런 저고도 수평활공비행과 도약기동에 대해 방어체계를 작동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장 교수는 이번 개량형 이스칸데르 미사일에 장착된 고체추진제 로켓모터가 역대 최대 규모라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 본토를 겨냥해 고체연료를 쓰는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을 개발 중인 북한이 조금씩 완성 단계에 다가서고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지금까지 북한이 개발해 시험발사한 고체연료 로켓모터 중 가장 크다"며 "이는 북한이 중대형 고체로켓모터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번 신형전술미사일의 고체로켓모터는 상당히 커져 그만큼 추력이 증가돼 사거리와 탄두중량이 향상된 것"이라며 "ICBM 개발을 위해서는 약 12~15m 수준의 길이 및 약 2m급의 직경을 갖는 고체로켓모터 개발이 필요한데, 북한이 고체 ICBM 개발에도 기술적으로 점점 근접해 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고체연료 로켓모터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은 미국에 위협이 된다. 북한이 고체연료를 쓰는 대륙 간 탄도미사일을 완성하면 고정된 발사대를 쓰는 액체연료 미사일과 달리 미사일을 이동식 발사대(TEL)에 싣고 다니며 미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난 뒤 미국 본토를 향해 발사할 수 있다. 그간 미국은 북한 탄도미사일에 쓰이는 고체연료 로켓모터가 단거리 전용이라며 위험성을 평가절하해왔다.
장 교수는 "북한이 중대형고체추진제 로켓모터를 성공적으로 개발해 장착했다는 것은 지금과는 다른 차원의 SLBM 개발도 가능함을 뜻한다"며 "이는 곧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도 더 이상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방관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미사일의 페어링(탄두부) 부분은 길이가 긴 형태의 단순 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아직 전술핵무기의 형태를 완전히 고려해 시험을 하지는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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