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미얀마 '국군의 날'을 맞아 쿠데타 반대 시위에 나선 시민들을 군부가 강제 진압하면서 적어도 28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미얀마 나우와 이라와디, AP통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이날 수도 네피도에서 군인 수천명을 동원해 열병식을 거행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 사령관은 이날 열병식 연설에서 쿠데타를 정당화한 뒤 '국가 안녕과 사회 안위를 해칠 수 있는 테러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 진압을 예고했다.

국영 MRTV가 전날 국군의 날에 시위를 하지말라고 경고했지만 시위대는 이를 무시했다. 시위대는 '국군의 날'을 기존 명칭인 '저항의 날' 또는 '반군부 독재의 날'로 칭하면서 이날 양곤과 만델라이 등 각지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국군의 날은 지난 1945년 3월27일 일본 점령군에 맞서 무장 항쟁을 시작한 것을 기념하고자 제정된 공휴일이다.

MRTV는 전날 "앞선 비극적인 죽음으로부터 머리와 등에 총격을 받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는 시위 자제를 촉구했다. AP는 총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은 명백한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군부는 이날 새벽부터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고자 실탄과 고무탄 등을 발사했다. 시위대가 도로에 설치한 바리케이드는 화공으로 무력화했다.

이라와디는 양곤과 만델라이, 샨, 사가잉 등에서 시위대와 구경꾼 등 적어도 23명이 실탄을 머리와 가슴 등에 맞고 숨졌다고 전했다. 아울러 수십명이 다치거나 체포됐다고 했다.

양곤 메이크틸라에서는 보안군이 시위대를 찾기 위해 주택가를 급습하는 과정에서 실탄을 발사해 자택에 있던 13세 소녀 등 민간인 4명이 사망했다. 양곤 달라와 인세인에서는 각각 8명과 3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

샨주 라시오에서도 시위대 3명이 군경이 발사한 실탄을 머리와 가슴에 맞고 목숨을 잃었다. 카친주 호핀에서도 반군부 행진을 위해 모인 시위대에 군부가 총격을 가하는 과정에서 구경꾼 1명이 사살됐다.

한 시위대는 이라와디에 "시위대가 해산했지만 폭동 진압 경찰이 여전히 무차별 사격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자선단체 봉사자는 "시체를 수습할 방법이 없다"며 "군인들이 시신과 부상자를 군용 트럭에 실어갔다"고 했다.

미얀마 나우는 27일 새벽부터 만델라이 메이크틸라 등에서 군부의 폭력 진압으로 적어도 1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같은날 미얀마 군부가 적어도 16명의 시위대를 사살했다고 현지 언론과 목격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인세인에서 군부의 총에 맞고 숨진 시위대 중에는 21세 이하 축구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NLD 전직 의원들이 주축이 된 유사정부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임명한 유엔 특사 사사는 이날 온라인 포럼에서 "오늘은 군부 수치의 날이다"며 "군 장성들은 300명 이상 무고한 시민을 살해한 뒤 국군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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