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 "바이든에게 던진 푸틴의 실시간 토론 도전 아직 유효"

기사등록 2021/03/19 22:27:02 최종수정 2021/03/19 23:43:20
[모스크바=AP/뉴시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크림반도와 세바스토폴의 러시아 합병 주민투표와 합병 조약 7주년 기념 콘서트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크림반도와 세바스토폴은 2014년 3월16일 러시아와의 합병 주민 투표를 통해 압도적인 찬성으로 3월17일 합병 조약에 서명했다. 2021.03.19.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외교 관례를 크게 벗어나는 직설적 발언 이틀 후인 19일 크렘린은 양국 간의 '새로운 냉전' 가능성 질문에 "최선을 희망하지만 최악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미국 ABC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사회자 조지 스테파노풀로스가 대뜸 러시아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짧게 머뭇거리다 "그렇다"고 답했다.

얼마 후 러시아는 미국 주재 대사를 양국관계 논의를 위해 귀국 지시했으며 하루 뒤인 18일 푸틴 대통령의 바이든 발언에 대한 대꾸가 알려졌다. 특히 푸틴은 바이든과 온라인 생중계 토론전을 19일이나 22일 갖자고 제안했다.

이날 화상 정기 기자회견에서 크렘린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에 관한 여러 질문을 받았다. 답변을 통해 크렘린은 푸틴의 실시간 토론 도전은 아직도 유효하며 시간은 바이든이 편한 대로 결정할 수 있다고 한층 여유를 보였으나 "무기한은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78세의 바이든보다 열 살이 어린 푸틴은 집권 후 연말이면 생중계 질의응답 기자회견을 거의 10시간 가깝게 펼쳐온 상당한 언변의 논객이다. 바이든은 사석에서는 구수한 수다장이지만 나이가 워낙 많아 지난해 대선 때 트럼프로부터 치매가 아니라는 인지 능력 검증을 해오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었다.

이날 브리핑에서 양국간의 냉전 재 전개 가능성 질문이 나오자 페스코프는 "우리는 물론 언제나 최선의 상황을 희망한다, 그러나 또 언제나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우리 러시아 쪽으로 국한하자면 푸틴 대통령은 관계를 지속하려는 욕구를 분명하게 진술해왔다"고 답했다. 

이어 대변인은 "그러나 물론 우리는 바이든의 코멘트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빌 크린턴 대통령의 대변인을 지낸 사회자 스테파노풀루스의 '살인자, 질문은 2000년부터 러시아를 통치하고 있는 푸틴에 대한 바이든의 속마음을 엿보고자한 돌직구였다. 바이든은 외교 프로토콜을 무시하고 미국 대통령에게서 들으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던 답변을 속시원하게 했다.

말실수가 잦은 바이든이지만 파장을 충분히 계산하고 한 답변으로 풀이되고 있다. 2018년 6월 푸틴과 첫 독자 정상회담을 한 트럼프 전대통령이 공동 기자회견에서 푸틴에게 너무나 고분고분하고 눈치를 보는 인상과 대비시키기 위한 초외교 답변으로 진단된다.

2011년 오바마 정부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은 대통령 연임후 총리직에 있던 푸틴을 만나고 나서 "그의 눈을 보니 그에게는 영혼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과거 코멘트를 ABC 인터뷰에서 상기시켰다.

바이든보다 훨씬 전에 대통령직의 푸틴과 만났던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그의 눈을 보니 영혼이 있더라"는 말을 빗대서 했던 자신의 반푸틴 발언을 끄집어내 '살인자' 후속으로 첨가한 것이다.      

푸틴은 바이든의 '살인자' 코멘트에 대해 "진심으로 건강에 주의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대꾸했다. KGB와 마피아의 복수 냄새가 나는 완곡어법의 답변이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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