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명품 소비 절반, 2030세대가 차지
50만원짜리 중고로 30만원에 팔고, 모아둔 돈 보태 60만원짜리 구매
소유보다 경험 중시…되팔아 다른 명품 구매
21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명품 매출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10.9%, 30대는 39.7%에 달한다. MZ세대가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이들이 명품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른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기성세대에 비해 개인의 개성을 패션으로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부를 과시하는 플렉스(Flex) 문화도 한 몫 한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해외여행에 쏟던 돈이 명품 브랜드로 향했다는 분석도 있다.
좀 더 현실적인 이유로는 '명품 중고 시장의 활성화'가 꼽힌다. 새 제품을 사서 몇 번 입고 사진과 SNS 게시글을 남긴 뒤 중고로 팔고, 이 돈에 소액을 더 보태서 새로운 옷을 사는 식이다. 이 같은 소비 행태는 새 상품 구매에 대한 부담도 적은 편이다.
예를 들어 약 50만원에 산 메종마르지엘라 스웻셔츠를 30만원에 판 뒤, 거기에 모아둔 돈을 보태 60만원대의 톰브라운 니트를 샀다면, 이 니트의 가격을 30만원대로 생각하는 식이다. 만약 새 상품을 사지 않고 30만원대의 중고 니트를 샀다면 새 옷을 경험하는 데 드는 돈은 0원이다.
이러한 거래가 가능한 것이 젊은 층이 생각하는 명품 브랜드의 큰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중고 제품은 기능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구매 가격에 비해 큰 폭으로 '후려쳐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독보적인 브랜드 파워가 있다면 감가상각이 덜하다. 오히려 한정판 상품이거나, 판매 가격이 구입 당시보다 훌쩍 올랐다면 웃돈을 얹어 팔 수도 있다.
경제활동을 하는 세대 뿐 아니라 용돈을 받아쓰는 1020대들에게도 중고시장은 명품을 접하기 쉬운 통로로 활용된다.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설 연휴 동안 번개장터 일간 사용자 수(DAU)를 보면 다른 연령대 이용자 수는 감소하지만 25세 미만 Z세대 이용자는 방문이 더 많았다. 연휴 3일차의 추세를 보면 설 연휴 7일 전 최저점 대비 남성은 37%, 여성은 18% 증가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설 명절에 받은 세뱃돈으로 럭셔리 브랜드의 잡화를 산 것으로 추정된다. 설 연휴 후 7일간 25세 미만 검색어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럭셔리 브랜드 지갑이 압도적 검색 증가율을 보였다. 연휴 직후 지갑·카드지갑 키워드 검색어는 2배 늘었다. '톰브라운 카드지갑'이 12배로 검색량 증가폭이 가장 컸다. '구찌 스네이크 반지갑'은 4배, 몽블랑과 고야드, 발렌시아가 등도 2배 이상 증가했다.
곽호영 번개장터 패션라이프스타일 사업팀장은 "카드지갑의 경우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가방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Z세대에게 '입문용 명품'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제조·유통 일괄형(SPA) 브랜드의 인기는 시들하다. 저렴한 가격에 한 철 입고 버리는 옷이란 인식이 크기에, 되팔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명품 브랜드에 비해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가치소비,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소비에 관심이 많기에 버려지는 옷이 많을 수밖에 없는 SPA브랜드는 지양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국내에 상륙한 '아르켓'이 다른 SPA브랜드보다 MZ세대 사이에서 화제성이 있는 이유도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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