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태에 고개 숙인 文대통령…국정동력 회복 의지 반영

기사등록 2021/03/16 13:43:46

시민단체 LH 투기 의혹 첫 폭로 후 보름만 사과

先 경질-後 사과, 2·4 공급대책 회생 '고육지책'

신중론 속 文대통령 사과 타이밍 실기 지적도

3월말 새 장관 후보 발표로 국면 전환 모색할 듯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1.03.16.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사실상 사과한 것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상황에서 빠져나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날 임기 말 국정 핵심과제로 '부동산 적폐 청산'을 언급한 데 이어 하루 만에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LH 사태'를 매듭짓고 국정동력 회복을 위한 준비된 수순으로 해석된다.

사태 수습에 우선 집중하느라 적절한 사과 타이밍을 잡기 어려웠다는 시각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사과가 늦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11회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최근 LH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으로 가야 할 길이 여전히 멀다는 생각"이라며 "국민들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다. 특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들께 큰 허탈감과 실망을 드렸다"고 사실상 사과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부패 구조를 엄중히 인식하며 더욱 자세를 가다듬고 무거운 책임감으로 임하고자 한다"며 "공직자들의 부동산 부패를 막는 데서부터 시작해 사회 전체에 만연한 부동산 부패의 사슬을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1.03.16. scchoo@newsis.com
아울러 "이번 계기에 우리 사회 불공정의 가장 중요한 뿌리인 부동산 적폐를 청산한다면, 우리나라가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사과는 지난 2일 LH 임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한 민변·참여연대의 첫 폭로 후 14일 만에 나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7일), 정세균 국무총리(9일)의 거듭된 사과 후에도 민심 이반 현상이 뚜렷해지자 국정수반으로서 고개를 숙인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부동산 적폐 청산과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을 남은 임기 동안 핵심적인 국정과제로 삼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우리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 정신을 구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문 대통령이 촛불정신을 재소환하며 '부동산 적폐 청산' 카드를 꺼내들자 일각에서는 LH 사태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하루 만에 사과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준비된 수순이었을 수 있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1.03.16. scchoo@newsis.com
정부 합동특별조사본부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통한 토지거래 전수조사 및 수사 병행, 2·4 공급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 후속 입법 마무리 주문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경질, 부동산 적폐 청산 과제 제시 등 일련의 흐름에 비춰볼 때 사태 수습의 마지막 단계로 문 대통령의 사과를 염두에 뒀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청와대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의 사과가 빨라야 한다는 의견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적절한 시점과 형식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에 따라 이날 국무회의 메시지를 통한 사과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국민이 공분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문 대통령의 사과 타이밍은 이미 늦은 감이 있다. 벌써 했어야 했다"며 "청와대 내부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형식 논리에 밀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03.16. scchoo@newsis.com
LH 사태는 정부 여당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문제와 공정의 가치가 얽힌 폭발력이 큰 이슈라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사과 없이는 극복하기 어렵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중론이었다. 문 대통령이 앞서 연일 강도 높은 메시지를 냈던 것과 다소 늦은 사과 역시 이러한 엄중한 인식의 토대 위에서 해석된다.

변 장관의 경질 과정에서 2·4 공급대책의 후속 입법에 대한 기초 작업을 주문하는 '시한부 유임'이라는 고육지책을 선택한 점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라는 평가를 막아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절박함도 함께 엿볼 수 있다. 이날 사과를 매듭지은 만큼 변 장관의 후임 발표를 통한 국면 전환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은 다음 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이해충돌방지법, 공직자윤리법, 공공주택특별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부동산 거래법 등 '공직자 투기방지 5법(LH 5법)' 처리를 추진 중이다. 현재 인사 검증에 한창인 변 장관의 후임도 늦어도 3월 말에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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