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오는 25일 재산 절반 기부 관련해 전직원과 소통의 자리를 마련할 예정인 가운데 직접 진화에 나설지 주목된다.
22일 IT 업계에 따르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카카오의 소속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직장내 괴롭힘, 인사평가제도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글을 잇따라 게시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직원 불만 올라와
카카오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지난 17일 '유서'라는 제목으로 "사내 따돌림을 당했다"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이 올라왔고, 논란이 되자 삭제됐다.
또 다른 작성자는 다음날 '카카오의 인사평가는 살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다면평가를 하나 조직장은 참고만 할 뿐 본인이 원하는 대로 평가 결과를 산정할 수 있다"며 "조직장의 눈 밖에 나면 지옥이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이 작성자는 또 카카오가 동료평가 결과에 '이 사람과 일하기 싫습니다'를 수집해 전직원에 제공한다고 토로했다.
카카오는 조직장 외에도 동료 직원들이 나를 평가하는 '다면평가' 시스템을 운영 중인데, 이중 '이 사람과 다시 함께 일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이 있다. 이 질문에 동료들은 ▲함께 일하고 싶다 ▲상관없다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 ▲판단불가 등으로 답변할 수 있다.
작성자가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동료평가 결과를 전사 평균값과 비교해 알려준다는 것이다. 동료 중 나와 일하기 싫은 사람이 전사 평균 대비 얼마나 많은지는 보여주는 것은 지나치다고 봤다.
◇카카오, 적극 해명…"필요한 모든 조치 취하겠다"
카카오는 사태가 발발하자 적극 해명에 나섰다.
우선 카카오는 현재까지 극단적 선택을 한 직원은 없다고 알렸다. 또한 익명의 핫라인 제보 채널 운영, 직장내 괴롭힘 대응 가이드 전직원 공개 등 소위 직장내 왕따, 괴롭힘 등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글을 통해 괴롭힘을 당했다고 알린 당사자가 익명 채널 등을 통해 알려주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또 지난주 공개된 인사평가 결과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인사부에서 일방적으로 해당 문항을 도입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환기했다.
카카오 측은 "2016년 임직원들의 의견을 받아 도입한 문항이다"며 "처음에는 조직장에게만 결과를 오픈했으나 조직장과 본인이 동일한 정보를 바탕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는 건의를 받아들여 2019년부터 본인에게도 결과를 오픈하고 있다"라고 알렸다.
카카오 측은 또 "동료평가자에 '이 사람과 다시 함께 일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는 답을 받은 전체 평균은 올해 1.5%로 부정적인 동료 평가가 난무하는 상황은 아니다"며 "오히려 조직장이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성과 평가를 하려고 할 때 동료들로 받은 긍정적인 평가를 근거 자료로 활용해 견제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동료평가 결과는 조직장이 참고하기 위함이지 최종 인사평과와 보상에 직결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카카오 측은 "해당 문항을 비롯한 동료평가는 다면평가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평가에는 여러가지 요소가 골고루 고려되며 동료평가는 참고자료 중 하나로 활용될 뿐 최종 평가결과 및 보상 결정과 직결되지 않는다"라고 언급했다.
카카오는 매년 인사평가에 대해 피드백을 받고 있고 이번에도 의견을 받아서 개선할 부분이 있으면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오는 25일 전직원 간담회서 김범수 의장 입에 이목 더욱 집중
김 의장이 오는 25일 개최하는 카카오 전 공동체 대상 간담회에서 최근 사내 불만에 대해 언급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날 행사는 김 의장의 재산 절반 '5조원' 기부 결정에 대한 아이디어를 듣기 위한 자리이다. 하지만 최근 논란과 관련해 김 의장이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인사 평가 문제가 논의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김 의장의 기부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이고, 카카오 계열사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간담회인 만큼 카카오 본사의 불만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들이 임직원의 성과평가와 보상 결과를 잇따라 공개하는 가운데 카카오뿐 아니라 삼성, LG, 네이버 등에서도 이를 두고 노사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는 공정성에 민감한 MZ세대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리더와 인사부가 서둘러 기존과 다른 평가 시스템과 소통 방식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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