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배달음식 17조3828억원…3년 새 536% 증가
배달앱이 배달음식 성장 주도…국민 2500만명 이용
한국 전세계 배달 1위 국가…세계 평균 두 배 수준
프랜차이즈 업체들 자체앱 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지난해 배달 음식 주문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치킨·피자 배달 같은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17조3828억원으로 전년(9조7328억원)보다 78.6%나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치로 3년 새 536%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모바일 주문이 16조5197억원으로 전체의 96.4%를 차지하는 등 모바일로 음식을 주문하는 비중이 높았다.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배달음식만 별도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7년 2조7326억원을 기록한 뒤 2018년 5조2628억원, 2019년 9조7328억원, 2020년 17조3828억원으로 연평균 85.4% 성장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재유행했던 지난해 8월에는 1조7050억원으로 전월보다 23.8% 늘었고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식당 영업시간이 단축됐던 12월에는 2조1988억원으로 전월대비 34.2%나 증가했다. 코로나19가 배달음식 이용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음식 배달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배달 앱 이용자는 '요기요' 출시 직후인 2013년 87만명에 불과했으나 2019년 2500만명으로 29배 급증했다. 전 국민의 절반 가량이 배달앱을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배달을 직접 할 수 없는 어린이와 고령층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거의 모든 국민이 배달앱을 사용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배달앱 월 사용자도 1600만명에 달했다.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 기업인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상위 5개 배달 앱의 월 사용자 수가 1600만명에 이르고 월 평균 3.9일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달의 민족은 월 사용자가 935만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요기요(534만명), 쿠팡이츠(99만명), 배달통(24만명), 위메프오(22만명) 순으로 조사됐다. 국내 배달앱 시장의 90% 이상을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가 등 2개사가 점유하고 있다.
배달 주문은 여전히 20~30대가 높긴 하지만 연령이 다양화되고 있다. 소비자 데이터 전문 기업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6명은 주 1회 이상 배달 서비스를 이용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75.4%로 가장 높았고 20대도 66.7%에 달했다. 40대(55.5%)와 50대(38.6%)는 평균 보다 낮았다. 가구수 별로는 1~2인 가구가 63.6%, 3인 이상이 57.8%로 가구수가 적을 수록 배달 음식을 즐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달음식은 전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업체 던험비가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20개국의 소비자 8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따르면 배달음식 서비스를 이용하는 한국 소비자는 60%로 조사 대상 20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27%)의 두 배 수준이다. 포장주문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응답률도 53%로 2위를 기록하는 등 한국은 배달과 포장주문 서비스가 세계 평균 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배달이 가능한 메뉴도 다양해 지고 있다. 과거 치킨, 피자 등에 국한돼 있던 메뉴도 삼겹살, 커피, 아이스크림, 떡볶이, 빵, 초밥 등으로 확대됐다.
배달앱의 성장은 외식업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전국 5개 광역시의 배달앱 활용 1045개 음식점 점주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 74.1%가 배달앱 활용 이전 보다 매출액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배달앱 업체의 매출도 늘었다. 각 업체에 따르면 시장 1위인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법인명)의 매출액은 2014년 290억원에서 2019년 5611억원으로 19배나 커졌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요기요)도 2015년 236억원에서 2019년 1223억원으로 5배 성장했다.
음식배달 서비스 이용이 증가한 것은 코로나19로 바깥 출입을 꺼리는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방문 외식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재택근무와 원격수업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비대면 외식에 대한 니즈도 늘었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이커머스 등 유통업계 강자들도 배달앱 시장 공략에 나서며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후발주자들은 빠른 배달과 저렴한 수수료 등을 내세우고 있다.
쿠팡이 만든 '쿠팡이츠'는 경쟁사와 달리 여러 주문을 한꺼번에 배달하지 않고, 배달원 한명이 한개의 주문만 처리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서울지역 운영시간을 자정 이후인 오전 2시까지 연장하는 등 새벽 배달시장 공략에 나섰다. '위메프오'는 착한배달을 앞세워 자영업자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8800원의 서버 비용만 내면 배달, 픽업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배달앱들이 6~12%의 중계수수료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상공인에게 매력적인 정책이다.
배달앱 시장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가맹점주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체앱을 선보이고 있다.
제너시스 BBQ는 'BBQ 치킨'을 교촌에프앤비는 '교촌1919'를 내놨다. 베스킨라빈스, 파리바게트 등 SPC그룹은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해피앱'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GRS도 통합 앱 '롯데 잇츠'를 통해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크리스피크림 도넛 등 운영 중인 브랜드를 한 데 모았다. 스타벅스코리아도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기존 자체앱을 통한 배달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안전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비대면 서비스 방식을 선호하면서 직접 매장을 찾기 보다는 온라인을 통해 구매하는 언택트 소비가 증가하면서 배달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며 "기존에는 20~30대 젊은층 위주로 활성화 됐던 모바일 음식 주문이 중장년층까지 확산되고 있어 앞으로 배달 시장은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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