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소환한 '한일 해저터널'…실효성 있나

기사등록 2021/02/02 14:37:29 최종수정 2021/02/02 14:42:42

김종인 "한일 해저터널 건설 검토" 공약으로 제시

노태우·김대중·노무현 대통령도 '해저터널' 언급

과거 국가철도공단·국토연 등 낮은 경제성 지적

국토교통부도 2011년 '경제성 없음' 결론 내려

"면밀한 검토 필요…비용 부담 포지셔닝 중요"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운을 띄운 한일 해저터널이 실제 추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된 골자는 영국과 프랑스를 해저로 연결한 '영불 해저터널'처럼 우리나라도 일본을 연결하는 해저 터널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양국 간 관계와 경제성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를 찾아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힌 뒤 한걸음 더 나가 한일 해저터널 건설이라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놨다.

그는 "가덕도와 일본 규슈를 잇는 한·일 해저터널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일본에 비해 월등히 적은 재정부담으로 생산 부가효과 54조5000억원, 고용유발 45만 명에 달하는 엄청난 경제효과가 기대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지난 1994년 영국 해협 가운데 가장 좁은 부분인 도버 해협 밑을 뚫어 터널을 만들었다. 도버 해협을 배편과 항공편 뿐 아니라 육로로 연결한 것이다. 총 연장 길이 49.9㎞인 영불 해저터널이 개통됨에 따라 유로스타 열차로 런던~파리 구간을 3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우리도 부산과 일본 규슈를 잇는 한일 해저터널을 만들자는 것이다.

한일 해저터널 구상이 완전히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논의가 됐었다.

처음 나온 것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서다. 1930년대 일본이 아시아 대륙과의 일관수송체계를 형성하기 위한 일환으로 처음 추진했다. 1939년 철도간선조사위원회가 설립돼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검토가 이뤄졌고 1940년에는 지형도의 대부분이 완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1941년 태평양 전쟁이 시작됐고 자재와 노동력 부족으로 결국 1944년을 기점으로 전면 중지됐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에 필요성이 제기됐다. 故 문선명 통일교 총재가 1981년 서울 국제과학통일회의에 참석한 각국의 노벨상 수상자들 앞에서 국제하이웨이 한일터널 구상을 밝힌 것이다.

이듬해 4월 일본에서 국제하이웨이건설사업단이 발족했고, 1983년 5월 홋카이도대학 사사 야스오 명예교수를 중심으로 일한터널연구회가 결성됐다.

그해 7월에는 규슈 사가현 가라츠와 이키, 쓰시마의 육상부와 해역부 조사가 시작됐다. 당시 일한 터널기본구상이 발표한 추정 총공사비는 6조5900억엔으로 이는 6890억엔의 건설자금이 투입된 세이칸 터널의 10배 규모에 달해 일본 내에서도 여론이 좋지 않았다.  

우리나라 대통령들도 한일 해저터널에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해저터널 건설을 제의 했었고, 1999년 김대중 대통령도 일본을 방문해 해저터널의 긍정적인 면을 밝힌 바 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일본 고이즈미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해저터널 추진을 논의한 바 있다. 2007년 고건 전 국무총리도 대선공약으로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언급한 적이 있다.

국내 연구기관에서는 실현 가능성과 경제적 효과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기도 했다. 2008년 7월 부산발전연구원이 연구에 착수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당시 일한 터널연구회에서는 카라츠~이끼~쓰시마~거제도(217.64㎞)를 연결하는 B안을 최적대안으로 제시했는데 부산발전연구원은 부산~쓰시마~이끼~후쿠오카(222.64km)를 연결하는 C-1안을 최적대안으로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부산 수영구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제공) 2021.02.01. photo@newsis.com

국가철도공단(옛 철도시설공단)도 2010년 '통합철도망 구상 연구'를 통해 한일 해저터널의 실현 가능성을 타진했다. 당시 최종 보고서에서는 한일 해저터널 사업에 대한 일본 여론이 비용 문제 등으로 호의적이지 않으며 여러 문제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철도공단은 특히 비용 대비 효과 관점에서 위험부담이 높은 프로젝트라고 분석했다. 100조원이 넘는 막대한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통행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또 한일 해저터널이 동북아시아 철도 네트워크의 일환으로서 가능하려면 북한을 거쳐 중국, 러시아 철도네트워크와 연결돼야 하며 단순히 터널 건설만을 통해 비용을 회수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국가적 프로젝트인 만큼 한일 양국민간의 진정한 신뢰관계 구축과 재원분담 구체화, 수송수단 다양화 등의 모색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국토연구원이 2019년 수행한 '혁신과 포용을 위한 국가교통망 구상 연구' 보고서에서도 한일 해저터널이 완성될 경우 여객수요는 2240만 명으로 추정되지만 100조원 이상의 건설비 충당문제, 수심이 깊은 대한해협 굴착으로 인한 안전성 문제, 지진 발생으로 인한 안전 문제, 한일 역사적, 외교적 문제 등 난제가 많다고 평가했다.

국토연구원은 당시 보고서를 통해 "해저터널 건설은 완공되면 막대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건설을 위해서는 건설비에 비해 낮은 경제성 등 많은 문제점과 위험요인이 있어 추진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역시 지난 2011년 한일 해저터널 건설 문제와 관련해 10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에 비해 편익이 크게 미치지 못한다며 '경제성 없음'으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철도안전·산업연구센터장은 "한일 해저터널은 큰 돈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효과를 확신 할 수 있을지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강릉선 KTX의 경우 검토 단계에서는 '하면 안 되는 사업'이었지만 실제 추진하고 나니 사업성이 좋은 만큼 한일 해저터널도 한일관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우리가 해저터널을 건설하겠다고 얘기하는 순간 우리 부담이 커지는 만큼 일본과의 비용 부담과 관련해 포지셔닝이 중요하다"며 "또 자동차가 다니는 해저터널로 만들 경우 굉장히 위험한 시설이 될 수 있는 만큼 목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검토 없이 추진한다면 나중에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angse@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