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너바나와 서울시장 선거

기사등록 2021/02/01 17:36:50
[서울=뉴시스] 배민욱 기자 = 시대를 뒤집은 앨범 '네버마인드(Nevermind)'. 시대를 뒤집은 노래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리트(Smells like teen spirit)'. 모두 너바나(Nirvana)의 음악이다.

너바나는 1990년대 미국 얼터너티브(Alternative)/그런지(Grunge) 록(Rock)을 상징하는 밴드다. 활동기간은 짧았으나 록의 역사를 바꿨다. 얼터너티브로 통칭되는 새로운 음악 흐름을 탄생시켰다.

너바나가 1991년 발표한 2집 '네버마인드'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데인저러스(Dangerous)'를 밀어내고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올랐다. 기존에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음악으로 이룬 성과였다.

또 경제호황을 누리던 1980년대 풍요로움과 화려함, 자유와 쾌락, 방종한 삶을 노래했던 글램메탈(혹은 LA메탈, 팝메탈) 밴드들을 침몰·퇴장시켰다.

너바나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기 시작한 1990년대 풍요를 대신한 고민, 분노, 우울, 슬픔 등을 음악으로 위로해줬다. 글램메탈과 다른 날 것이 주는 신선함과 또 다른 록 음악의 대안을 대중들에게 선사했다.

너바나는 리더인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 1994년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우울한 청년들의 감성과 목소리를 대변해준 시대의 아이콘으로 기억되고 있다.

너바나를 보면서 4월7일 치러질 서울시장 선거가 떠오른 것은 왜 일까. 너도 나도 선거에 뛰어들겠다면서 출사표를 던지고 있지만 그들을 통해 시민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만한 변화와 대안 그리고 시대정신을 전혀 읽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수도 서울을 10년간 책임졌던 박원순 전 시장과는 다른 신선함이나 비전도 찾아볼 수가 없다.

서울시장 유력 후보들을 살펴보자. 여당은 우상호 의원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야당은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이다.

이들은 과거에도 등장했던 인물이다. 10년이 지났지만 신선함과 새로움은 부각되지 않는다. 오랫동안 정치를 해오고 과거 서울시장 선거에 나왔다고 흠결이 되거나 잘못됐다고 비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전문성 등에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시대정신을 반영한 정책과 비전,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도전이 호평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선거전이 좀더 본격화 되면 달라지겠지만, 아직까지는 정책적 차별성도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여야 후보들의 정책은 부동산에 집중되고 있지만, 진지한 고민을 했는지 의문이다. 합리적·창의적이면서 파격적인 아이디어와 치열한 정책 격돌은 보이지 않는다. 

공공재개발을 통한 공급 확대,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분야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등 표를 의식한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주택 공급책도 넘쳐난다. 당선 시장 임기는 1년2개월인데도, 이 기간에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한 일인 것마냥 떠들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장 선거의 본질은 무엇일까. 서울을 발전시키고 글로벌 도시로 도약시킬 수 있는 적임자를 찾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침체, 부동산 가격 폭등 등으로 지친 시민들의 삶도 개선시켜야 한다.

그러니 더 이상 이번 선거를 내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으로만 바라보지 않기를 바란다. 시민이 원하는 정책을 구현하고 혁신과 변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서울시장이 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유권자들에 대한 예의이며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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