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이민자들, 과테말라서 군경과 대립
캐러밴서 코로나19 확진자 속출…보건 비상
멕시코도 국경 강화 "불법 이민 행렬 반대"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는 중남미 캐러밴 행렬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유입 억제 정책을 대폭 완화한다는 기대감과 함께다.
AP통신은 온두라스에서 출발한 3000여 명의 '캐러밴' 이민자 행렬이 18일(현지시간) 과테말라 국경 지대인 바도혼도에서 만 하루 동안 군경과 대치 중이라고 전했다. 이곳은 과테말라 서남부 도시 치키물라의 입구로 여기서 더 올라가면 수도인 과테말라시티까지 이어진다.
과테말라 군경은 캐러밴의 이동을 막기 위해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최루가스와 곤봉을 동원한 진압에 나섰다. 전날 오전에는 바리케이드를 넘어서려는 이민자들 100여 명과 군경의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AP통신은 곤봉에 맞은 이민자들 사이에서 부상자들이 속출했다고 전했다. 머리에 붕대를 감은 한 남성은 "우리는 중남미의 형제들이다. 문제를 일으키려는 게 아니다. 그저 (미국으로 가기 위해) 이곳을 통과하려는 것뿐이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과테말라도 입장이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과테말라 당국은 "지난 11월부터 본격화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과 허리케인의 피해로 중남미의 경제적 타격이 심각해지고, 조직적인 폭력이 강화됐다"며 "이를 피해 미국으로 가겠다는 온두라스 이민자들 7000~8000명이 과테말라로 입국했다"고 밝혔다.
과테말라 대통령실은 "불법적인 집단 움직임은 용납되지 않는다"며 "우리는 캐러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웃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대응했다.
이날 과테말라에 도착한 이들은 지난 지난 15일 온두라스의 산페드로술라에 모여 함께 출발한 인원으로 파악됐다. 과테말라 정부는 군경의 강경 대응으로 약 1000여명의 이주민은 다시 온두라스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이민자들과 함께 코로나19가 확산할 수 있다는 공포도 퍼지고 있다. 캐러밴 중 마스크를 착용한 인원은 절반 수준이다. 사회적 거리는 확보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이동을 해왔으며, 위생 상태도 나쁘다.
과테말라 당국은 증세를 호소하는 이민자를 상대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한 결과 남성 12명과 여성 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과테말라는 외국인 입국자를 상대로 코로나19 음성 증명서를 요구하고 있으나 캐러밴 중 이를 지참한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과테말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멕시코 외무부는 "(이민자로 인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며 "우리는 질서정연하고 합법적인 이민을 위해 헌신하겠다. 어떠한 형태의 불법 이민도 반대한다"고 16일 성명을 발표했다.
멕시코는 온두라스 이민자 행렬을 저지하기 위해 과테말라와의 국경 지역에 경비를 강화했다.
이번 캐러밴 행렬은 오는 20일 취임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대응을 엿볼 수 있는 시험대라도 미국 주요 매체들은 전했다.
폭스 뉴스는 바이든 당선인은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프로그램의 보호 범위를 늘리고, 연간 수용 가능한 난민 수를 현재 1만5000명에서 12만5000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히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유입 억지 정책을 뒤집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바이든 당선인의 공약이 중남미 이민자를 부추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인수위 관계자는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민자들이 즉각 미국으로 입국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지금 미국으로 들어오는 이민자가 아닌,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불법 이민자들을 위한 행정 등록을 먼저 처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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