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올해 전 세계인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친 코로나19 사태는 국내 문학출판계에도 다양한 변화를 불러왔다.
도서 종류에서, 구매 방식에서, 이전과는 다른 흐름을 보였으며 무엇보다 전 분야에서 큰 폭의 신장률을 보였다.
세계에 불어닥친 코로나19 위기에 독자들은 전문가들이 전망한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궁금해했고, 이 시대 변화에 앞서 나아가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 온라인 비대면 학습 등으로 자연스레 늘어난 집콕 생활에 집밥 레시피나 홈 트레이닝 관련 도서, 초중고학습서들이 주목받았다. 다소 주춤했던 한국문학를 향한 관심도 높아졌다. 젊은 작가, 추리나 호러, SF 등 장르 소설 등이 두드러졌다.
감염 여파로 인한 급격한 변화 속에서 '독서'가 다시금 취미, 여가 활동 중 하나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 이후 미래에 대한 궁금증도 대유행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되던 올 2월부터 현 상황과 이후 상황을 대비하려는 모습이 서점가에도 두드러졌다.교보문고 분석 결과 책의 제목과 부제에 '코로나', '팬데믹', '전염병', '바이러스' 등 키워드를 가진 도서가 총 392종이 출간됐다. 매년 20종 가량 출간됐던 것이 급격히 늘어난 것.
코로나가 무엇인지, 바이러스나 전염병은 무엇인지, 이로 인해 어떤 변화가 올지, 우리는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지 등의 내용이 주였다.
2019년 종합 베스트셀러 차트에서 에세이가 주를 이뤘었는데 올해 종합 차트에서는 자기계발과 경제경영 도서가 다수 오른 것이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다.
부(富)와 행운에 대한 수만 건의 사례 분석과 성찰을 담은 '더 해빙'은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등에서 모두 베스트셀러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와 함께▲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김미경의 리부트 ▲트렌드 코리아 2021 ▲돈의 속성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 등이 주목받았다.
한국소설의 새 바람…젊은 작가, 장르소설, 영어덜트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한국소설을 향한 관심이 돋보였다. 지난해에는 에세이 장르에, 2018년에는 일본 소설에도 뒤처진 바 있던 터라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젊은 작가, 여성 작가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교보문고 기준 올해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 안에 소설 분야가 17종이 포함돼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소설과 청소년소설, 고전소설 등 두루 관심을 얻었다.
이중 정세랑 작가는 '보건교사 안은영', '시선으로부터', '피프티 피플' 등 신간과 스테디셀러 모두 사랑을 받았다.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는 방탄소년단(BTS)이 예능 프로그램 중 읽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또 한 번 주목받아 소설 종합 1위에 올랐다. 이미예 작가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 역시 청소년 독자 뿐 아니라 성인 독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독자 펀딩을 통해 전자책으로 출간, 인기에 힘 입어 종이책으로도 출간됐다. 독특한 출판 사례에 이어 독자들의 호응까지 이어져 연말까지 지속해 인기를 끌고 있다.
청소년 소설의 신장률은 전년대비 113.1% 상승했다. 청소년 독자들의 개학 연기, 온라인 교육, 학원 등 교육시설의 휴원으로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소설의 경우 코로나 이슈로 재발견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비롯해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고전 문학을 향한 관심이 높았다. '데미안', '멋진 신세계'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히가시노 게이고, 베르나르 베르베르, 기욤 뮈소 등 대형 작가들은 신작을 내놓자마자 호응을 얻으며 베스트셀러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에세이, 하락세 속에서도 '연예인 에세이' 눈길
지난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 2위와 3위인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과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모두 에세이 장르였다.에세이 풍년을 보였던 지난해 100위권 차트에서 에세이는 총 22종으로 가장 많았다. 올해는 16종으로 다소 하락세를 띄었다.
그럼에도, 스스로의 삶을 영위하고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인기를 얻은 '1㎝다이빙',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김수현 작가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와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등은 꾸준히 독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법정스님 열반 10주기를 맞아 출간된 '스스로 행복하라'와 법륜스님의 '지금 이대로 좋다' 등 힐링에세이, '지쳤거나 좋아하는게 없거나' 등 감성에세이도 호응을 얻었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것은 유명 연예인 등 소위 셀럽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진솔하게 털어놓은 에세이가 많이 출간됐고, 그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연초 '슈가맨'을 통해 재기한 양준일의 에세이 '양준일 메이비: 너와 나의 암호말'을 시작으로, 악성림프종 투병 이후 얻은 깨달음을 통해 삶에 대한 위로와 용기를 건넨 허지웅의 '살고 싶다는 농담', 아티스트로서 쌓아온 자신만의 철학을 담은 장기하의 '상관없는 거 아닌가' 등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에세이가 있었고
손흥민의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 래퍼 스윙스의 '히트', 트롯맨 김호중의 '트바로티, 김호중' 등 파란만장했던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엮은 에세이와 최근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작사가 김이나의 '보통의 언어들', 레드벨벳 슬기의 '내 곁에 미술관' 시리즈, 유병재 시집 '말장난' 등 자신의 전문성을 담은 책들도 독자 곁을 찾았다.
이어지는 집콕 생활…실내 취미, 요리, 자기계발, 교육까지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 안에서 가능한 분야가 인기를 끌었다.단순하면서도 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스티커아트북, 페이퍼토이북 등이 힐링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EBS 캐릭터 펭수의 체험형 토이북을 필두로 독자가 직접 만들 수 있는 도서들의 판매가 두드러졌다. 취미일반 분야 판매량은 전년도 보다 62.3%가 늘었다. 이러한 콘텐츠가 처음 등장했던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판매량이다.
홈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기존에 있는 가구 재배치로 경제적이면서 인테리어 효과를 볼 수 있는 수납, 정리법 관련 책들이 인기였다.
홈인테리어/수납 분야 판매 신장률은 지난해 -20.4%에서 올해 29.8%로 정반대 행보를 보였고, 가정원예 부문은 지난해 7.8%에서 올해 16.2%로 상승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배달 음식에 지겨운 사람들이 직접 해먹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이정현의 집밥 레스토랑', '집밥이 편해지는 명랑쌤 비법 밑반찬',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박막례시피' 등이 이목을 끌었다.
백희나, 아동문학계 노벨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수상
'구름빵' 작가로 불리는 백희나는 올 4월 아동문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했다. 이후 백 작가의 작품 판매량이 급증했다. 올해 아동·유아 분야는 '백희나의 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말광량이 삐삐'의 저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추모하고자 스웨덴 정부가 제정한 이 상의 주최 측은 백 작가에 대해 "그녀의 작품은 경이로움으로 통하는 문이다. 감각적이며 아찔하고 예리하다"고 평했다.
지난 9월에는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에 출연하면서 또 한 번 관심을 모았다. 이후 백 작가의 '알사탕'부터 '나는 개다'까지 유아·아동 분야 1위부터 7위까지 모두 백 작가의 작품이 차지하기도 했다.
다만 백 작가는 작품 '구름빵' 저작권 소송에서 최종 패소함으로써 수상의 기쁨만큼이나 힘든 시련을 겪었다.당시 대법원에서는 법 위반 등 사유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심리 없이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초등학습·과학·경제경영…전 분야서 20% 넘는 신장률
교보문고 기준 올해 분야별 판매를 살펴보면 ▲가정생활 ▲아동 ▲소설 ▲취미스포츠 ▲역사문화 ▲인문 ▲정치사회 ▲경제경영 ▲과학 ▲기술공학 ▲컴퓨터 ▲취업수험서 ▲건강 ▲예술 ▲자기계발 ▲초중고학습 등 거의 모든 분야가 전년도 보다 신장세를 보였다.특히 두 자릿수 신장을 기록한 분야도 많았다. 판매권수 기준으로 ▲초등학습 분야 31.0% ▲과학 분야 29.4% ▲경제경영 분야 27.6% ▲중고학습 분야 24.2% ▲정치사회 분야 23.1% ▲취미스포츠 분야 20.2% 등이다.
반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 분야, 유아, 시·에세이, 종교, 만화, 요리, 외국어 분야 등은 판매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 분야는 상반기 -54.1%를 보였다가 올 한 해 기준 -62.3%로 하락폭을 키웠다. 정기 어학시험 취소, 해외여행 수요 감소 등 영향으로 외국어 분야도 전년대비 -9.5%를 기록했다. 잡지 분야는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는 -19.1%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jmstal0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