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청문회로 '도덕성 검증' 재점화…신상털기 vs 알권리

기사등록 2020/12/25 05:00:00

변창흠 인사청문회 도덕성 집중 추궁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구의역 사고 관련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2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성진 기자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의 능력과 정책에 대한 검증보다는 개인신상 문제에만 집중되면서, 정치권에서 또다시 인사청문회 도덕성 검증 '비공개' 논의가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앞서 변 후보자는 지난 23일 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과거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 발언', '임대주택자 비하 발언' 등에 대해 "제 발언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변 후보자는 여러 차례 사과했지만, 야당은 이에 더해 딸의 봉사활동 특혜 의혹, 세금 체납 의혹, LH(한국토지주택공사)·SH(서울주택도시공사)사장 시절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을 줄줄이 제기하며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강하게 요구했다.

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SH사장 시절 했던 '못사는 사람들이 밥을 집에서 해먹지 미쳤다고 사서 먹냐'는 발언을 해명하다가 "여성의 경우 화장이나 이런 것 때문에 같이 아침을 먹는 것을 아주 조심스러워 한다"고 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자정을 넘어서까지 진행된 청문회에서 야당은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를 계속해서 파고 들었고, 여당은 후보자의 과거 인식이 일부 문제가 있지만 부동산 정책 적임자임을 내세우면서 야당의 비판을 근거 없는 정치공세로 일축했다.

여야는 격론 끝에 오는 28일 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 대해 최종 논의하기로 합의했지만, 보고서 채택 여부와 별개로 정치권에서는 또다시 장관 후보자 도덕성 검증과 관련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특히 여권은 도덕성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후보자 및 후보자 가족에 대한 무분별한 신상털기, 망신주기를 이번 기회에 근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권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겪은 이후, 청문회 정국마다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제2의 조국'이 나오는 상황을 막겠다는 것이다.

염태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청문회가 실시되면 묻지마 의혹 제기와 무분별한 신상털기, 상식적 검증보다 비상식적 흠집내기와 망신주기가 이어졌다"고 성토했다.

그는 그러면서 "야당은 검증이 아닌 후보자 낙마가 지상과제인 양 업무 수행과 무관한 것까지 파헤치며 스토커식 청문회를 하고 있다"며,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로부터 항의를 받으며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23. photo@newsis.com
국회 차원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달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는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정책 검증만 공개하는 방식의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논의하기로 하고, 태스크포스(TF) 구성에 합의했다.

아울러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홍영표·정성호 의원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등도 이미 발의된 상태다. 두 법안 모두 후보자의 자질 검증을 강화하기 위해 비공개 검증 절차를 진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야권은 청문회가 공직자 검증에 집중하는 방향 자체는 맞지만,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할 경우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청와대·여당이 그동안 야당 동의 없이 장관 임명을 강행한 상황에서 도덕성 검증까지 비공개로 하면 청문회 자체를 형해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장관 후보자들마다 야당에 대해 자료제출도 불성실한 상황에서 도덕성 검증까지 비공개를 하면 청문회가 무슨 소용이 있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부적격한 후보자가 나와도 대통령이 장관 임명을 마음대로 밀어붙이는데,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자는 논의는 아직 이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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