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머쉬베놈, 몰라유?…"진입장벽이 낮은 래퍼"

기사등록 2020/12/24 12:23:27

'쇼미더머니9' 준우승 주목

충청 지역 억양의 맛깔스런 랩으로 인기

[서울=뉴시스] 머쉬베놈. 2020.12.24. (사진 = CJ ENM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전 진입장벽이 낮은 래퍼예요."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의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9'(쇼미9)에서 2위를 차지한 래퍼 머쉬베놈(26·이태민)은 '깜짝 스타'가 아니다.

작년 '쇼미더머니8'에서 펀치넬로와 일대일 무대에서 승리한 뒤 기량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프로듀서의 결정으로 그는 중도 탈락했다. 랩 경연에서는 지지 않았다. 결국 '쇼미더머니8'에서 펀치넬로가 최종 우승했으니, '승자는 머쉬베놈'이란 말도 나왔다.

머쉬베놈은 지난 18일 종방한 '쇼미더머니9'에서 실력을 다시 공증 받았다. 대전 출신으로 충청 지역 억양을 끌어안은 머쉬베놈의 랩은 맛깔스럽다. '몰라유'가 대표적이다.

"난 몰러유 그딴 거 잘 몰라유 궁시렁 씨부렁 몰러유" 신남과 웃음을 유발하지만, 우습게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이 곡에서 가사 한 줄 비워놓고 바로 '여백의 미'라는 가사를 붙이는 센스는 극찬을 받았다.

판소리의 뉘앙스 또는 조선후기 소설을 읽어 주던 낭독가인 전기수(傳奇叟) 같은 풍모도 엿보이는 그가 '조선 플로우' '조선 바이브' '조선 솔(Soul)'을 가지고 있다는 평도 나오는 이유다. 목소리는 살짝 쉰 듯, 맑지 않지만 그래서 더 사연을 간직한 듯하다.

23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머쉬베놈은 말들은 웃음기 대신 진지함을 한껏 머금었다. "우리말에 좀 더 재미와 재치를 집어넣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번 '쇼미더머니9'은 그런 실험의 한계를 찾아보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고 했다. 대중문화의 각종 요소들이 가사, 맥락 사이로 그의 랩처럼 유려하게 파고든다.

"재미있는 단어, 명대사나 상황, 좋은 애드리브를 들으면 꼭 적어놓아요. 태조 왕건 같은 드라마와 영화, 개그 프로그램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영향을 받죠. 앞으로 나올 노래에도 여러 대중문화에서 따온 것들이 많을 겁니다. 대중과 소통하는데 좋죠."

[서울=뉴시스] 머쉬베놈. 2020.12.24. (사진 = CJ ENM 제공) photo@newsis.com
작년 정식 데뷔곡 '왜 이리 시끄러운 것이냐'를 비롯 유명 게임사 라이엇 게임즈와 협업한 '두둥 등장' 등 그가 내놓은 곡들 중에 평범한 것이 하나 없다.

'쇼미더머니'에서 프로듀싱 팀 '그루비룸'이 작곡한 곡으로 쿤디판다, 미란이, 먼치맨, 저스디스와 자신이 참여한 'VVS'에서도 활약은 도드라졌다. 'VVS'는 최근 인기 아이돌의 신곡 틈바구니에서도 음원차트 1위를 휩쓸며 '국힙'(국내 힙합)의 위상을 확인시켜 준 곡이다. 튀는 개성의 머쉬베놈은 이 곡에서 앙상블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처럼 노래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낼 줄 아는 그가 좀 더 많은 서사를 부여해야 하는 정규 앨범에서 어떤 호흡을 보여줄 지도 관심이다.

첫 정규 앨범을 준비 중인 머쉬베놈은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요소를 찾고 있다"고 했다. "재미있는 사람들과 흔히 볼 수 없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활동명 '머쉬베놈'은 '멋이 밴 놈'이라는 말에서 따왔다. 그는 점차 진짜 멋이 있는 래퍼가 돼가고 있다.

"올해는 정말 특이한 해예요. 거부감 없이 좀 더 많은 분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죠. 앞으로 래퍼로서뿐만 아니라 여러가지가 가능한 '종합예술인'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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