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핵 협상라인 동시 교체…바이든 시대 새판 짜나

기사등록 2020/12/21 14:53:45 최종수정 2020/12/21 14:59:11

"바이든 행정부 등 관계국과 긴밀한 소통 관계 구축"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의미 있는 진전에 최선의 노력"

이도훈, 3년3개월 최장수 본부장 "최선 다했지만 아쉽다"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노규덕 신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12.21.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정부가 미국의 조 바이든 미국 차기 행정부 출범에 맞춰 최장수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교체했다. 미 정권 교체와 함께 북핵 협상 라인을 재편하고, 문재인 정부 임기 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겠다는 의도로 향후 새판 짜기에 나설 지 주목된다. 

외교부는 21일 차관급인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 노규덕(57) 국가안보실 평화기획비서관을 임명했다. 이는 지난 2017년 9월 이도훈 본부장을 임명한 후 3년3개월 만에 한국 측 북핵수석대표를 교체한 것이다.

북핵 외교 실무를 총괄하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 비핵화 문제를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조율하는 자리로 사실상 한반도 문제 해결의 최전선에 있는 인물이다.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 역시 내년 1월 임기가 끝난다. 바이든 당선인은 초대 국무장관으로 토니 블링큰 전 국무부 부장관을 내정했지만 아직 비건 대표의 후임 인사는 거론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신 행정부 출범에 맞춰 협상대표를 교체하면서 한반도 문제의 중요성을 환기하고, 북핵 공조와 대북 조율 강화를 통해 북미 관계는 물론 남북 관계의 진전을 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노 신임 본부장은 외무고시 21기로 1987년 공직에 입문해 주미국 공사참사관, 장관보좌관, 평화외교기획단장, 주나이지리아대사, 대변인 등을 지냈다. 주중국1등서기관, 중국몽골과장 거치는 등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북핵 외교를 경험했다. 지난해 3월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올해 9월부터 평화기획비서관을 역임했다.

노 본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를 둘러싼 여건이 여러 모로 유동적인 상황"이라며 "곧 출범하게 될 바이든 행정부를 포함해 관련국의 각 대표들과 하루 속히 긴밀한 소통 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임 본부장의 최우선 과제는 새로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인 관리와 대화 모멘텀 유지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을 주시하면서 내년 1월 당대회에서 새 대외정책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협상력 강화를 위해 핵·미사일 시험 등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에서 외교안보 라인을 정비하고, 새로운 대북 외교 전략을 세우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 행정부 출범 초기 남북, 북미 대화의 동력을 이어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과 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2020.12.09. photo@newsis.com
한편 이도훈 전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 초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 임명돼 3년3개월의 임기를 마무리하고 떠난다. 이는 2006년 한반도본부가 신설된 후 최장수 본부장 기록으로 2009~2011년 한반도 본부장을 역임했던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의 재임기간 2년6개월을 넘어선 것이다. 

이 본부장은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됐던 지난 2017년 9월 임명됐다. 이후 2018년 1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로 한반도 정세가 대화 모드로 돌아선 후 그해 6월 싱가포르에서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한반도의 봄'을 지나왔다.

특히 이 본부장은 2018년 9월 비건 대표의 임명 이후 한미 워킹그룹 출범과 함께 비핵화와 남북 관계, 대북 제재 등에서 한미 간에 긴밀한 소통과 조율을 진행해 왔다. 2019년 1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2박3일에 걸친 남·북·미 3자 합숙 회동 성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된 후 북미 협상은 장기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 본부장과 비건 대표는 지난해 30여차례의 대면 협의를 통해 협상 재개 방안을 논의했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임기를 마치게 됐다.

이 전 본부장은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한미 간에 공조를 잘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 애를 썼다"며 "주어진 환경 내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좀 아쉽다"고 소회를 밝혔다. 특히 북미 협상이 끝내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교착 상태가 이어진 데 대해서 "이만큼 모자랐다"면서 짙은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다만 이 전 본부장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면제에 대한 한미 이견 논란에 대해선 정부의 노력이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속도 제한이 90㎞인 도로에서 119 구급대가 산모를 태우고 병원에 가기 위해 110㎞를 받아내는 것을 협의하는 과정이었다"며 "국제 사회의 규범에 대한 예외를 받아내느냐의 문제였는데 성공적으로 전부 받아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g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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