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료원 신축 3곳 포함 2025년까지 확보 목표
공공병원 예비타당성 면제 추진, 국고보조도 상향
감염병 대응역량 확충…국립대병원 공공성 강화
공중보건장학 간호사도 선발…각종 수당 지원도
전문의 중심 병원 근로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의사 확충은 의협과 의정협의체에서 추후 논의
70개 중진료권별 지역책임병원 지정…수가 가산
음압병실 등 공공병원 안전 설비를 확충하고 국립병원과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한 감염병 대응 체계도 구축한다.
의정 협의체에서 의사 인력 확보 방안을 논의키로 한 정부는 우선 전공의가 수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공중보건장학 간호사 등 필수 분야 간호 인력 확보에 나선다.
2025년까지 지방의료원 5200병상 추가…예타 면제 등 추진
정부는 13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에서 '감염병 효과적 대응 및 필수의료 지원을 위한 공공의료체계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2015~2017년 유사 중증도 응급질환 사망비가 지역별로 2.5배, 뇌혈관질환은 2.4배까지 차이가 나는 한국에선 서울·수도권과 다른 지방 간 의료격차가 현격하다.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청도대남병원 환자 발생 당시 지역 내 병상이 부족해 서울의 국립정신센터와 국립중앙의료원 등으로 장거리 이동한 사례가 있었다.
이번 강화 방안은 ▲강화된 공공의료체계 확립 ▲필수의료인력 확충 및 지원 ▲지역완결적의료여건 조성 등 3대 분야 9대 주요 정책으로 구성된다.
우선 시급히 해결이 필요한 중증응급 및 중증감염병 분야에 대응 가능하도록 지방의료원을 확대한다. 진료권 내 적정 병원이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400병상 규모 지방의료원을 2025년까지 20개 내외로 확충하고 이를 통해 5200여병상을 추가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적십자병원 포함 지방의료원은 총 41개로 1만450병상 규모다. 1단계로 2022년까지 11개 내외(속초권·충주권·포천권·창원권·순천권·포항권 등) 지방의료원을 증축(2021년 건축 착수 2곳, 설계 착수 5곳 등)해 1700병상 내외로 확대한다.
이어 2025년까지 2단계로 신축 3개소(부산서부권·대전동부권·진주권), 이전 신축 6개소(거창권·영월권·상주권·통영권·동해권·의정부권)를 통해 총 44개 지방의료원 3500병상 내외로 추가 확보한다.
이를 통해 감염병 및 심근경색, 뇌졸중 등 중증응급 대응이 가능한 일정 규모 이상 역량 있는 병원을 진료권 내에 마련해 감염병과 중증응급 치료를 수행한다는 게 목표다. 기존 35개 지방의료원 중 27개소는 300병상 이하이며 이 가운데 16곳은 250병 이하 소규모다.
병원 확충을 위해선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와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현행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총 사업비 500억원, 국가 재정지원 300억원 이상 신규 정부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지방의료원 설립에는 보통 1500억~2000억원이 필요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하지만 수익보다 감염병 대응, 취약계층 진료, 필수의료 제공이 목표인 공공병원은 이 문턱을 넘기 어렵다. 실제 대전 동부권은 2018년 4월, 부산 서부권은 같은 해 12월부터 지금까지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으로 그해 평균인 19개월보다 길다.
지방비 부담도 커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의료원을 확충하기도 어렵다.
이에 정부는 확충 필요성이 높고 구체적 사업 계획이 수립된 경우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가능한 현행 규정을 우선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인 부산 서부권과 대전 동부권과 기본계획 수립 단계인 진주권 지방의료원 확충 때 적용,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기로 했다. 나아가 국회에서 지역 균형·공공성 강화 방향으로 예비타당성 조사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는 대로 개선 사항을 향후 확충 지역에 적용한다.
지방의료원 신증축 시 현행 50%인 국고보조율을 도, 특별자치도 및 시·군·구 등의 경우 3년간 한시적으로 10%포인트 높이고(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는 50% 유지) 신·증축 시 국고보조 상한도 현행 165억원보다 상향(복지부 지침)한다.
지방의료원 감염병 대응역량 확충…국립대병원 역할 강화
지방의료원의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한다.
35개 지방의료원 전체에 감염 안전설비를 확충·지원한다. 5개소에는 감염병전담병동을 설치하고 20개소에는 긴급음압병실(1곳당 평균 10병실 음압전환설비 설치)을 확충한다. 나머지 10개소에는 공조시스템(1곳당 10병실 지원)을 지원한다.
국립중앙의료원 내 내구연한을 초과한 장비가 20% 미만(노후화율)이 되도록 5년 간 의료장비를 집중적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중 필수의료 제공 등 공공의료 기능 수행으로 발생하는 불가피한 적자를 연구·분석하고 추가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아울러 국공립 병원 간 감염병 관련 정보를 연계할 수 있도록 지방의료원(2022년까지), 국립대병원, 적십자병원(2025년까지) 대상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 인증을 확대하고 표준·통합 EMR을 적용한다. 국공립병원 간 ICT를 활용한 원격협진, 중환자실 연계, 감염관리, 자원관리를 활성화한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국립대병원 공공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앞으로는 평시와 감염병 유행 시를 구분해 국공립병원 기능과 역할을 재정비한다.
국립중앙의료원의 공중보건위기 대응전략 총괄 등 중앙감염병병원 기능을 강화하고 현재 중앙응급, 중앙모자센터에 이어 중앙외상, 중앙심뇌센터로 지정한다. 감염병, 희귀질환 등 수익성이 낮은 필수분야의 진단검사, 백신·치료제 개발 강화를 위해 중개임상 전용병동 30병상을 구축한다. 이를 위해 2026년 하반기 800병상 이전·신축을 목표로 의료인력도 현재 1140명에서 1660명까지 늘린다.
국립대병원은 권역 책임 의료기관으로서 평시에는 최고 난도인 중증환자 진료를 맡고 감염병 위기 땐 중환자 진료를 전담한다. 지방의료원과 민간병원은 지역책임병원으로 고난도의 중증응급환자를 치료하다가 감염병 위기 땐 중등도~중환자를 전담한다. 보건소는 지역사회 건강관리기관으로 평시 건강광리에 중점을 두다가 위기 시 호흡기 클리닉 등 역할을 맡는다.
특히 국립대병원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립대병원장 선정 시 후보자의 공공의료운영계획을 평가해 공공의료 목표를 보고 공공부문 부원장 신설, 지방의료원 등 일정기간 근무를 하는 공공임상교수 도입 등으로 인력·조직의 공공성을 강화한다. 동시에 교육부·복지부·전문가 공동으로 국립대병원을 평가해 현재 25%인 예산 지원 보조율을 차등화한다. 공공성 강화 개편을 위한 시범사업은 2021년부터 추진한다.
간호인력 근무 여건·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의사 확충은 의정협의체서
관건은 필수 의료 인력 확충이다. 의사 인력은 9월4일 의정 합의에 따라 이르면 16일부터 시작할 의정 협의체에서 논의한다.
이에 정부는 우선 필수 의료 분야 간호 인력을 확충하고 전공의 수련 환경부터 개선해 나간다.
코로나19 환자 치료 과정에서 인력 부족이 드러나고 있는 간호 인력을 확보하고 장기근속을 방해하는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한다.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초과근무 수당, 특별수당 등 추가지급 시 인건비로 연계될 수 있도록 준정부기관의 총인건비 한도 예외를 인정하고 야간근무수당 추가지급에 대해서도 검토해 나간다.
공중보건장학제도 대상을 의사에서 간호사로 확대하고 내년에는 20명을 선발해 공중보건업무 종사를 조건으로 장학금(1명당 1600만원)을 지원한다. 장기근속과 경력간호사 확보를 위해 다양한 근무형태 시범사업을 도입하고 간호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수련과정 도입을 추진한다.
수련 병원에 따른 질 차이를 좁히기 위해 수련 과정을 표준화하고 공동 수련 모형을 개발하는 등 수련 체계를 정립한다. 이를 위해 책임 지도교수제를 도입해 전공의가 수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검토한다.
또 전공의가 병원에서 피수련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현재 전공의를 노동자로 활용하는 구조를 전문의 중심으로 개선한다. 의료 수요 분석에 기초한 전문과목별 적정 전문의 수 파악으로 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지원하는 기반을 마련한다. 전공의에 의존하던 입원 환자 관리를 별도 전문의가 담당하는 입원 전담 전문의 시범사업을 본사업화하고 전문간호사 등 도입으로 전공의 의존도를 낮춘다.
수도권과 지방 병원 전공의 비율을 조정하고 공공병원 정원 비율을 상향 조정해 의료 공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
지역책임병원 중심 지역완결적 필수의료 체계를 확립하고 지역필수의료 보상도 강화한다.
앞으로는 70개 중진료권별로 공공성과 진료 역량을 갖춰 필수의료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공공·민간병원을 지역책임병원으로 지정하여 지역내 필수의료를 제공한다. 진료권별로 의료 공급과 수요를 분석하여 전국에 96개의 지역책임병원을 단계적으로 지정·육성하고 지역의 심뇌혈관, 응급, 모자, 소아, 분만 센터 재지정시 지역책임병원 중심으로 기능을 부여한다.
지역책임병원은 감염병 전담병상을 운영하도록 하여 공공성을 강화하는 한편, 수가 가산을 통해 재정적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이다.
지역 내 환자 의뢰를 유도하고 분만·소아 등 필수의료 영역의 보상을 강화한다. 의원급 등 1차 의료기관이 진료의뢰가 필요한 환자를 동일한 지역내 의뢰한 경우 수가를 가산해 지역내 의료체계를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환자 진료정보 제공 수준에 따라 보상수준을 차등한다.
야간·고위험 분만수가, 분만전감시료, 고위험임신부 집중관리료 기준도 합리화하는 한편, 신생아실 입원료, 미숙아 및 1세미만 소아 수술 등 필수의료에 대한 수가 개선도 추진한다.
국립대병원·지방의료원·군의료기관·특수병원 등의 자원의 효과적 조정·관리를 추진하고 공공병원별 제도·예산·협조체계를 체계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공공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구성한다. '시도 공공보건의료위원회'를 구성해 중앙-지방간 거버넌스를 강화한다.
향후 정부는 16일 열리는 대한의사협회와의 의정 협의체, 6개 의약단체 협의체(의료발전협의체), 이용자 중심 의료혁신 협의체 등에서 이를 논의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 내용을 보완할 계획이다.
"공공의료체계 강화 장기방안, 코로나 사태로 정부 내에서 탄력받아"
이번 대책이 '3차 대유행'으로 인해 코로나19 중증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과 환자들을 치료할 의료인력이 부족한 지금 상황에 앞서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공공의료체계 강화 방안은 코로나 사태와 무관하게 보건복지부에서 작년부터 쭉 준비를 해오던 정책"이라며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구체적으로 정부 내 관련 부처에서도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탄력을 받게 됐고 정부 지원이 좀 더 강화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차원에서 '수도권 긴급 의료대응 계획'을 마련, 20일간 매일 1000명 확진자가 발생한다는 가정 아래 1만병상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확보하기로 했다. 생활치료센터 7000병상(현재 사용 가능 2095병상+4905병상), 감염병전담병원 2700병상(현재 사용 가능 440병상+2260병상), 중증환자 치료병상 300병상(현재 사용 가능 13병상+287병상) 등이 계획이다.
박 장관은 "단기적으로는 여러 가지 임시방편을 발동해서 병상을 확보해나가고 있지만 근원적으로는 공공의료체계를 강화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안정되게 운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기 시에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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