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정조준…비상 걸린 대기업

기사등록 2020/12/09 19:00:43

공정 3법, 국회 통과…사익 편취 규제 원안대로

일감 몰아주기 조사 대상 210→591곳으로 증가

'부당 내부 거래 요건' 깐깐…적발 시 檢 고발도

과징금 상한선 오르고 'CVC 규제'는 더 강해져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공정 경제 3법의 핵심으로 꼽히는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제 대상 확대'가 원안대로 처리됨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의 새 타깃이 될 기업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국회는 9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처리했다. '전속고발제(공정 거래 관련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해야만 검찰이 수사할 수 있게 한 제도) 폐지'는 무산됐지만,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을 늘리겠다는 공정위 계획은 그대로 반영됐다.

이런 내용의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은 재석 257표 중 찬성 142표를 받았다. 표결에 앞서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토론을 신청해 "전속고발제 폐지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입장을 바꾼 이유가 무엇이냐"고 항의했지만, 여당 의원 다수의 지지를 받아 가결됐다. 반대는 71표, 기권은 44표였다.

이에 따라 '총수 일가 지분율 상장사 30%·비상장사 20% 이상'인 경우에만 받던 사익 편취 규제는 '상장·비상장사 모두 20% 이상'과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가 50% 초과 보유한 회사'도 받게 됐다.

사익 편취 규제는 대기업 집단이 총수 일가에 부당하게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제23조의 2와 같은 법 시행령 제38조 등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룹에서 발생하는 각종 상품·용역 등 내부 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기업의 실적을 부풀리고, 주식 가치를 높이는 '일감 몰아주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09. photo@newsis.com

이렇게 새롭게 규제 대상에 포함된 구간을 공정위는 '규제 사각지대 회사'로 여겨왔다. 그리고 이 사각지대에서 내부 거래가 더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실태 조사를 통해 밝혀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내부 거래 금액은 기존 규제 대상 회사 9조2000억원, 사각지대 회사 27조5000억원이다.

공정위는 "사익 편취 행위는 혁신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심화한다"면서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해 재벌과 독립 중소기업이 같은 출발점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이 시행되면 사익 편취 규제 대상 회사 수는 기존 210곳에서 591곳으로 381곳이나 많아진다(5월1일 기준). 총수 일가 지분율 20~30% 구간에 있는 회사가 30곳, 현재 규제 대상 210곳의 자회사 및 새 규제 대상 30곳의 자회사가 각각 217곳·134곳이다.

해당 사항이 있는 대기업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삼성·현대자동차·SK 등 재계 1~3위 그룹에도 규제 대상에 새롭게 포함되는 계열사가 존재한다. 공정거래법에서 정해둔 부당 내부 거래 요건에 걸리지는 않는지 살펴야 한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이 15일 오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 환송심 선고 공판을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됐다가 질환 등의 이유로 풀려났지만, 음주와 흡연 논란으로 다시 구속됐다. 2019.02.15. bjko@newsis.com

공정거래법은 ▲정상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그럴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회사가 직접 또는 지배 회사를 통해 맡을 경우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행위 ▲현금이나 그 밖의 금융 상품을 특수 관계인과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기술력·품질·가격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하지 않거나, 다른 회사와 비교하지 않고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 등을 부당 내부 거래로 본다.

앞서 태광그룹은 총수 일가 보유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가 2019년 6월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21억8000만원을 부과받고, 총수인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이 검찰에 고발당한 바 있다.

한편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통과로 일부 법 위반 행위에 매기는 과징금 상한선도 올라간다. 담합 사건은 관련 매출액의 10%에서 '20%'로, 시장 지배력 남용 사건은 3%에서 '6%'로, 불공정 거래 행위는 2%에서 '4%'로 상향된다.

일반 지주사의 벤처캐피털(VC) 보유를 허용하는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 제도의 경우 규제가 더 강해졌다. CVC가 투자한 벤처기업이나 펀드 지분을 팔고, 투자금을 회수할 때 이를 총수 일가·지주사 밖 계열사에 매각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새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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