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돈은 내 돈?"…롯데, 인건비·회식비·수수료 갑질

기사등록 2020/12/06 11:00:00

롯데하이마트, 납품사 직원 1.5만명 부당 이용

장려금 160억 받아 '시상비·회식비' 쓰다 적발

공정위 "개선 의지 안 보여…집중 관리하겠다"

롯데마트·시네마·백화점도 '비용 전가' 전적 有

롯데 "대부분 시정…공정위 평가에 동의 안 해"

[세종=뉴시스] 롯데하이마트가 지난 2017년 11월23일 납품업체 파견 종업원 관리와 관련해 노무사와 한 미팅 내용 요약.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롯데하이마트 임원이 2017년 11월 노무사와 미팅하며 '납품업체 직원을 이렇게 부려도 법 위반 문제가 없겠느냐'고 문의한 사실이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롯데하이마트는 자사 매장에서 쓸 납품업체 직원을 채용할 때 지점장이 직접 면접을 봤고, 그 직원이 퇴사할 때도 관여했다. 납품업체 직원을 자사 정직원과 똑같이 부리면서도 인건비는 일절 부담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
 
지난 2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롯데하이마트의 대규모유통업법(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를 제재하겠다고 브리핑하며 이례적 표현을 썼다. 롯데하이마트를 '집중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이었다.
 
브리핑을 듣던 출입 기자단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처음이다. 무슨 의미냐"는 질문이 나올 정도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위법성이 큰데도 조사·심의 과정에서 개선 의지가 크지 않았다"면서 "같은 위법 행위를 재차 저지르지 않도록 롯데하이마트를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 시내에 있는 한 롯데하이마트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 직원이 사양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20.03.31. chocrystal@newsis.com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공짜' 파견 직원 매장 청소시키고, 물류비 전가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2015년 1월~2018년 1월 '납품업체가 인건비 전액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31곳으로부터 1만4540명의 직원을 파견 받았다. 이들에게는 소속 납품업체 상품뿐만 아니라 경쟁사 것도 판매하게 했고, 제휴 신용카드 발급과 이동 통신 서비스·상조 서비스 가입 업무에도 투입했으며, 매장 청소와 주차장 관리까지 시켰다.
 
대규모유통업법에서는 "납품업체로부터 파견 받은 직원은 해당 업체 상품을 판매·관리하는 업무에만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공정위 조사 내용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는 노무사와 미팅한 뒤에도 납품업체 파견 직원을 2개월가량 더 쓴 셈이다. 공정위는 롯데하이마트가 파견 직원을 통해 5조5000억원어치의 타 업체 상품을 판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롯데하이마트는 2015년 1월~2017년 6월 계약서에 포함하지 않은 판매 장려금 183억원가량을 납품업체 80곳으로부터 부당하게 수취했다. 이 중 160억원은 '판매 특당' '시상금' 명목이었다. 롯데하이마트는 이 일부를 우수 판매 지점 회식비, 우수 직원 시상에 썼다. 오른 물류비 1억1000만원가량을 납품업체 46곳에 부당하게 전가하기도 했다.


◇마트·시네마·백화점…줄잇는 '비용 떠넘기기'
 
롯데마트(롯데쇼핑 마트 부문)는 2019년 11월 공정위로부터 412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과징금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롯데마트는 ▲'삼겹살 데이' 할인비 전가 ▲납품업체 종업원 2782명 부당 파견 ▲자체 상표(PB) 상품 개발 자문 수수료 전가 ▲돈육 세절(잘게 자르는 작업)비 전가 ▲돈육 저가 매입을 하다가 이런 제재를 받았다.
 
롯데마트 임직원은 "(삼겹살 데이 등) 판촉 행사로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타 유통업체와 경쟁을 위해 불가피하게 (낮은) 행사가를 결정했다"고 공정위에 진술했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판촉 행사로 낮춘 판매가의 대부분을 '납품 단가 인하' 형태로 업체에 전가해 8~15%의 마진율을 확보했다.
 
롯데시네마(당시 롯데쇼핑 영화 부문)는 2010년 1월~2014년 3월 영화 배급사와 협의하지 않은 채 상영관 자체 할인권 225억8100만원어치를 발행한 뒤 세금 등을 공제한 나머지 197억1300만원 중 108억4200만원(55%)을 배급사에 떠넘겼다. 롯데백화점(롯데쇼핑 백화점 부문)은 판촉 행사비 2000만원가량을 납품업체에 전가했다가 적발됐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롯데백화점이 지난 5월 서울 중구 본점에서 연 '중소 파트너사와 함께하는 상생 나눔 박람회' 현장. 2020.05.20. chocrystal@newsis.com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롯데 "대부분 시정"…400억대 과징금은 소송 진행
 
이렇게 각종 비용을 전가한 롯데쇼핑(롯데시네마는 2018년 6월 롯데컬처웍스로 분사)은 최근 3년째 17조원대의 매출액과 수천억원대의 영업이익(2017년 8010억원→2018년 5970억원→2019년 4279억원)을 냈다.
 
롯데쇼핑은 "400억원대의 과징금은 부당하다"며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에 나선 상황이다. 상당 부분 유통업계 관행으로, 공정위가 업계 사정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내린 제재라 그 수준이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400억원대의 과징금을 받은 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정한 상태"라면서 "일부 계열사가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공정위 측 평가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뉴시스에 밝혔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 역시 "지점 회식비로 쓴 것은 160억원의 일부"라면서 "문제가 된 관련 제도를 개선했고, 임직원 교육과 점검을 강화해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공정위 제재에 관해서는 의결서 내용을 확인한 뒤 대응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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