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차 은행원…지인부탁에 프로그램 설치
117회 내부전산망 접근…실제 인출은 못해
1심, 징역 1년6월…"피해 없어" 4개월 감형
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2부(부장판사 반정모·차은경·김양섭)는 최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내부통신망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실행함으로써 전자금융기반시설에 접근한 횟수 및 그 기간을 고려하면 A씨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A씨가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채 급여 관련 프로그램인 것으로 알고 그를 도와줬다"며 "A씨 스스로 범행을 중단해 은행에 실질적 피해를 발생시키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A씨가 이 사건 범행으로 취득한 이득이 전혀 없다"며 "다른 공범들에 비해 A씨에 대한 원심의 형은 다소 무섭다고 판단된다"고 감형 사유를 밝혔다. A씨와 함께 공모한 지인 등은 각 1년2개월~1년8개월의 실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시중의 한 은행에서 24년차 은행원으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2017년 12월 지인의 부탁을 받고 은행 전산망에 불법 해킹프로그램을 반입해 실행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지인은 "아는 사람이 큰 금액의 외환 자금을 들여와야 하는데 외환 업무 쪽 정보를 가져가야 한다"며 "A씨가 사내 메일로 받은 프로그램을 한번만 클릭해주면 그쪽에서 알아서 정보를 가져간다고 하니 도와달라"고 A씨를 설득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A씨가 클릭했던 프로그램은 해당 은행 내부전산망에서 나오는 데이터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는 해킹 프로그램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해당 프로그램을 클릭한 결과, A씨의 지인 측은 지난 2018년 4월까지 총 117회에 걸쳐 접근권한 없이 해당 은행 내부전산망에 접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 지인 측은 이 데이터 결과물을 통해 돈을 빼돌릴 계획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실제 돈을 빼내는 데에는 성공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2018년 7월 은행에서 퇴사했다.
1심은 "고도의 보안 의식과 책임감을 요구하는 은행원으로서의 직무를 저버린 채 다른 공범과 공모해 내부 정보를 유출해 책임이 매우 엄중하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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