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일기-무너진 삶을 다시 세우는 9년의 이야기'는 '한국사 편지'의 저자 박은봉이 느닷없이 들이닥친 마음의 고통과 싸워야 했던 9년의 시간을 되짚어 보는 책이다.
이 책은 또한 저자 자신에게도 예상 밖의 행보다.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고백한 "부끄러움과 망설임을 무릅쓰고" 이 책을 내놓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지금 이 순간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작은 위안과 희망을 주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둘째는 저자 자신을 위해서다. 이 책은 한 사건 후 "마음의 고통에 압도되어 아무것도 쓸 수 없었던" 저자가 "작가로 다시 서기를 하는 출발점"이다.
모든 이야기는 어느 날 갑자기 닥친 한 사건 앞에서 몸과 마음이 무너진 날로부터 시작된다. 마음 붙일 곳이라고 오랜 세월 믿어 온 대상, 쉴 수 있고, 위로받을 수 있고, 힘을 얻을 수 있는 마음 의지처라고 믿었던 관계가 실은 허상이었을 확인한 순간, 삶이 송두리째 바뀐다.
불과 몇 시간 만에 걸음조차 제대로 못 걸을 만큼 심신이 무너진 저자는 잠자고 식사하고 대화하는 등 일상적 행위조차 영위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다.
우울증은 지극히 개별적인 질병으로 원인도, 증상도 천차만별이다. 저자는 우울증을 앓았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이 어떤 시도를 했고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순간순간의 경험과 감정들을 담담히 기록한다.
저자는 자신도 처음엔 “어떻게든 약만큼은 먹고 싶지 않았다"며 정신과에 대한 선입견을 고백하는가 하면, 출구가 거의 보일 것만 같던 어느 날 ‘전화 통화’ 한 번으로 다시 무너져 내리는 약한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 준다.
1년 만에 약물치료가 종료되고, 그로부터 6개월 후 심리상담도 마무리되지만, 저자는 계속 치유해 나가기로 결심한다. 이 책에는 저자가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삶과 관계에 대해 열린 시각을 갖게 되는 과정이 담겼다. 199쪽, 돌베개,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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