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백수린 산문 '다정한 매일매일'

기사등록 2020/11/17 17:43:46
[서울=뉴시스] 다정한 매일매일  (사진=작가정신 제공) 2020.11.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책과 빵은 작가 백수린에게 일용할 마음의 양식과도 같다.

빵이 나오는 구절을 만나면 내용과 상관없이 그 책에 대한 애정을 느끼곤 했다는 작가의 지극한 빵 사랑은 빵집 주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과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가 결국 소설 쓰는 사람이 되었다고 술회할 정도다.

소설 쓰기는 저자에게 곧 빵을 굽는 일과 다름없었기에. "누군가에게 건넬 투박하지만 향기로운 빵의 반죽을 빚은 후, 그것이 부풀어 오르기를 기다리는 일"이기도 했다.

 이 책은 그런 마음으로 소설 쓰기에 임해온 저자의 읽고 쓰는 나날들의 기록이자 빵에 대한 각별한 애정 고백과도 다르지 않다.

이에 이 책에는 작가에게 소울푸드라 할 수 있는 ‘빵’을 통해 책과 삶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

입속에서 녹아 금세 사라지고 마는 마카롱의 지독한 달콤함은, 앤 카슨의 '남편의 아름다움'에서 이성으로는 설명 불가능한 예술 본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성찰을 이끈다.

굴뚝 모양의 헝가리 빵 침니 케이크가 매개하는 책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다.

침니 케이크를 헝가리의 빵이라고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은, “기이하고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매혹적인 방식”으로 제기하는 정체성의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마틴 슐레스케의 '가문비나무의 노래'는 오랜 시간 반죽을 숙성시켜 굽는 캉파뉴를 연상시키고, 독일에서 크리스마스 기간에 즐겨 먹는 슈톨렌은 로맹 가리의 '지상의 주민들'에 나타난 연약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존재들의 기적적인 연대로까지 나아간다. 240쪽, 작가정신,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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