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추미애 아들 논란 속 진실…부모-지휘관 카톡은 일상
기사등록 2020/11/14 12:50:00
최종수정 2020/11/24 09:25:47
복무 특혜 논란, 군 부대 현실 모른 채 다뤄져
요즘 군대, 부모와 지휘관 통화·문자 일상화
일선 병사와 장군인 사단장 카톡 소통 화제도
[서울=뉴시스] 사단장-병사 카톡. 2020.11.12. (사진=군인권센터 제공)
※ '군사대로'는 우리 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박대로 기자를 비롯한 뉴시스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군의 이모저모를 매주 1회 이상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카투사 복무 특혜 논란이 최근까지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다. 추 장관 본인 혹은 측근이 아들 소속 부대 지휘관에게 특혜를 요청하고 압력을 넣었는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추 장관과 앙숙인 윤석열 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이 무혐의라며 불기소 처분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용두사미에 그쳤다.
뒤이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역시 아들 복무 논란에 휘말렸다. 이른바 간부가 아들에게 죽을 배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김 의원은 사실이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추 장관 사례처럼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아예 국회 국방위원직을 내려놨다.
이처럼 여권 유력 인사들이 아들의 군 복무와 관련해 구설수에 휘말리는 일이 반복되자 과연 부모들이 아들의 군 복무에 어느 선까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지를 놓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법무부 장관이든 국회의원이든 일반인이든 누구나 아들 부대 지휘관에게 직접 전화나 문자를 할 수 있다. 병사가 자기 부대로 전입하면 요즘 군 부대 지휘관들은 병사의 부모나 보호자에게 명함을 주거나 연락처를 전달한다. 병사에게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연락을 취하라는 의미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12. photo@newsis.com 연락처를 받은 부모나 보호자, 직계비속은 중대장이나 소대장, 행정보급관 등에게 직접 전화를 걸거나 카카오톡 등으로 문자를 보내 군 복무 중인 병사의 고민을 대신 호소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추 장관이 부모 자격으로 직접 전화를 걸 수 있음에도 보좌관을 통해 문의한 것은 오히려 압력으로 느껴지지 않게 군을 배려한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지휘관들은 부모 전화를 직접 받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병사 부모가 국방부 민원실이나 국방헬프콜, 국민신문고 등에 문제를 제기하면 그 순간 공적인 사안이 돼 여러 모로 골치가 아파지기 때문이다.
공식 경로를 통해 문제가 제기되면 과실 여부에 대한 군 내부 조사가 이뤄지게 된다. 혹시라도 지휘관이 소홀했던 부분이 드러나면 해당 지휘관들의 진급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민원실 등을 통해 문제가 제기되면 지휘관들은 해당 병사 관련 사안을 다루는 데 있어서 더 경직되고 원칙적인 태도로 임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휘관들이 부모들과의 직접 소통을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아들에 대한 의혹과 관련해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6.photo@newsis.com 특히 올 하반기부터 일과 후인 오후 6시부터 전국 각지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이 전면 허용되면서 부모들이 부대 지휘관에게 요청하거나 항의하는 것은 일상이 됐다. 병사들이 저녁에 전화나 문자로 부모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부모들이 이를 지휘관에게 알리고, 지휘관은 이를 반영해 부대 내 문제점을 해결하는 게 오늘날 군의 모습이다.
과거에는 경직된 의사소통 구조 탓에 병사들이 부대 안에 고립된 채 속을 끓이다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도 발생했지만 이제는 부모 등을 통한 이의 제기와 항의라는 숨통이 트인 셈이다.
추 장관 아들 특혜 의혹 쟁점 중 하나였던 카카오톡 보고 역시 오늘날 군에서는 일상화된 것이다. 부산에 사는 병사가 병가나 휴가를 연장하기 위해 최전방 연천에 있는 부대까지 직접 가서 보고를 하고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는 일은 또다른 형태의 갑질이란 게 군 일선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연천=뉴시스】이영환 기자 = 13일 오후 경기 연천군 육군 제 25보병사단 상승대대 대원들이 생활관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동영상을 보며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2019.03.13. 20hwan@newsis.com 요즘 군대에서 카카오톡 보고는 더이상 낯선 현상이 아니다. 최근에는 일선 병사와 장군인 사단장이 카카오톡으로 소통한 사실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군인권센터가 지난 10일 육군23사단 포상 문제 관련 의혹을 발표했는데, 사건 자체보다 사단장과 병사가 카카오톡으로 나눈 대화가 더 주목을 받았다. 눈길을 끄는 점은 병사가 보고 체계를 무시한 채 문자메시지를 직접 보냈음에도 사단장이 "노고 많다", "화이팅" 등 글을 남기는 등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추 장관이나 김 의원 아들 관련 의혹 제기와 비난, 그에 따른 수개월 간의 소모적인 논쟁은 결국 오늘날 군 부대 현실에 대한 무지 또는 의도적 무시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추 장관 공격에 집중하느라 일선 군 부대 현실을 외면했던 야당, 추 장관을 역성 든다는 비난을 들을까봐 일선 부대 현실을 솔직하게 알리는 것을 게을리 한 군 등이 모두 이 사태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추 장관 공격의 선봉에 섰던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의 돌변은 이번 사안이 얼마나 정치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추 장관 아들 카투사 복무 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여론을 주도했던 신 의원은 김병기 의원 아들 문제에서는 정반대 태도를 보여 많은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병(兵)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시범운영 부대인 경기도 가평군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혜산진부대 생활관에서 31일 오후 일과를 마친 병사들이 통화와 문자메시지 전송, 인터넷 강의 시청 등 자유롭게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국방부는 오는 4월부터 시범운영 부대를 육·해·공군, 해병대 모든 부대로 확대할 예정이며, 시범운영 기간(3개월)이 끝나면 전면 시행 여부를 확정한다. 2019.01.31. photo@newsis.com 신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 국정감사 당시 김 의원의 국방위원직 사보임 발언 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김 의원을 두둔했다. 그는 "이런 사건이 이슈를 탄다고 해서 병사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시스템이 무너져선 안 된다"며 "김병기 의원과 같은 국회의원이라서 봐주는 게 아니다. 이런 사건이 잘못돼 군의 지휘통제시스템이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서욱 국방장관에게 "군은 이 사건에 대해서 올바른 시각을 갖고 여론 동향에 휘말리지 말라"고까지 당부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무혐의가 된 추 장관 아들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서 비난 여론을 주도했던 인물이 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수준의 발언이었다. 아마도 육군 중장 출신으로 합동참모본부 차장까지 지낸 군인으로서 더이상은 군 부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해도 부모들이 아들 군 복무에 무제한적으로 관여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지휘관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등 불법행위가 이뤄지면 당연히 사법 처리 대상이 된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병(兵)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시범운영 부대인 경기도 가평군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혜산진부대 생활관에서 31일 오후 일과를 마친 병사들이 통화와 문자메시지 전송, 인터넷 강의 시청 등 자유롭게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국방부는 오는 4월부터 시범운영 부대를 육·해·공군, 해병대 모든 부대로 확대할 예정이며, 시범운영 기간(3개월)이 끝나면 전면 시행 여부를 확정한다. 2019.01.31. photo@newsis.com 국내 신용평가 분야의 대표적인 기업인 나이스그룹의 최영 전 부회장은 아들이 복무 중인 공군 부대의 지휘관에게 식사를 대접했다가 뇌물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당초 공군 군사경찰 수사에서는 접대 정황이 포착되지 않았지만 군 검찰 수사에서 뒤늦게 접대 사실이 수사망에 걸렸다. 추 장관 아들 논란으로 복무 특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된 점이 최 전 부회장 사건 수사에 임하는 군 검찰의 자세에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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