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국회 청문회 하면 다 밝히겠다"…무엇 노리나

기사등록 2020/11/11 16:30:00

10일 '검사 술접대' 등 수사 상황 공개

이와 함께 공개적으로 '청문회' 요청해

신빙성 의심…돌파구 마련 의도일 수도

의원 질의 '성실하게 답변' 의무 내세워

더 상세하고 강력한 주장 펼칠 수 있어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 4월26일 오후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2020.04.26.semail3778@naver.com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전날(10일) '검사 술접대' 수사 상황을 일부 밝힘과 동시에 '청문회 형식의 장을 만들어달라'는 취지의 공개 요청을 해 그 의도가 무엇인지를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전날 김 전 회장 측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검사 술접대 날짜를 지난해 7월12일 혹은 같은 달 18일로 지목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 측은 이런 내용을 공개한 후 "국회에서 청문회나 기타 다른 형식의 장을 만들어 주신다면, 김 회장은 국민들께서 궁금해하시는 내용을 소상히 밝힐 것"이라는 내용을 덧붙였다.

표면적으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가감 없이 모든 내용을 공개하겠다는 것이지만, 이 시점에서 국회 청문회를 공개 요청한 데에는 진짜 속내가 숨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16일과 22일 연거푸 옥중편지를 공개하며 '검사 술접대'와 '야당 정치인 로비' 등을 주장한 바 있다.

김 전 회장의 폭로로 서울남부지검은 검사 향응·수수 사건 전담팀을 구성했고, 기존 라임 사태 수사를 지휘하던 형사6부도 이강세 전 광주MBC 사장을 재조사하는 등 그간의 로비 수사를 재검토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수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이른바 검사 술접대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A변호사가 관련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이 전 사장과 김 전 회장 간 진술도 엇갈리고 있다. 이에 김 전 회장 주장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주에는 '힘없는 야권에 왜 로비하느냐'며 김 전 회장 주장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목소리에 직접 "검찰에 줄 대려 한 것"이라는 반박을 내놓기도 했다. 야당에 검찰 출신 정치인이 많다는 취지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회장 측이 국회의원을 상대로 한 청문회 등 개최를 공개 요청한 데에는,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실으려는 계산이 들어가 있을 수 있다.

그간 김 전 회장 측은 로비 대상에 오른 이들의 이름을 A, B 등 알파벳으로 익명화하거나, '김○○' 등으로 적었다. 언론에 공개되며 이슈가 됐던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실명이 재판에서 거론된 것도 김 전 회장을 신문하던 검찰과 이 전 사장 변호인 측이었지 김 전 회장의 입을 통해서는 아니다.
[서울=뉴시스]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핵심 인물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측이 지난달 16일 자필 형태의 옥중서신을 공개했다. 2020.10.16. photo@newsis.com
현재까지 김 전 회장 측은 직접 로비 대상의 실명 등을 거론하는 데 굉장히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김 전 회장에게 실명 거론이 부담이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직접 로비 대상의 이름을 거론했다가 혹시라도 거짓말로 판명 났을 때의 겪을 수 있는 불이익이 크고, 진실이라도 수사로 그 실체가 파악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로비 대상뿐만 아니라 로비 과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마찬가지다.

김 전 회장이 재판 과정 중 이런 주장을 이어갈 경우 위증죄 등 적용을 받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

결국 김 전 회장 측은 이슈를 몰고 가기 위해 더 상세하고 강한 주장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모든 것을 내뱉을 수도 없는 처지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묻는 청문회 형식 질의는 김 전 회장으로서는 억지로라도 옥중서신 내용을 더 상세하게 폭로할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다. 여기서는 의원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변해야 하는 의무를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 측의 의도가 어떻든 청문회가 실제로 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전 회장 측 주장의 신빙성 자체가 공격받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청문회의 김 전 회장을 세우는 것 자체에 대한 반발 여론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옥중편지에서 김 전 회장이 검사 술접대 자리에 같이 있었던 이로 지목한 A변호사는 전날 김 전 회장 측이 술접대 날짜를 특정하자마자 "검사들과의 술자리가 없었음을 다시 한번 밝힌다"는 입장을 내 즉각 반박했다.

결국 검찰 수사로 김 전 회장 주장이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나기 전까진 청문회 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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