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2차전]두산 '라스트 댄스'…김재호 "선수들 다 같은 마음"

기사등록 2020/11/05 17:57:00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두산 베어스 김재호가 5일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2020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앞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0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두산 베어스의 이번 가을야구는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의 '라스트 댄스'와 많이 비견된다.

두산은 올 시즌을 마치면 오재일, 허경민, 김재호, 최주환, 정수빈 등 야수진의 핵심 대다수가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두산이 이들 모두를 눌러 앉힐 가능성은 극히 낮다. 돈이 많더라도 주전급들이 한 번에 FA로 쏟아지면 전부 붙잡는 것이 쉽지 않다.

두산의 올해를 보며 시카고 불스 왕조의 끝자락을 담은 다큐멘터리 '라스트 댄스'가 떠오르는 이유다.

두산 선수들도 이 사실을 머리와 마음에 새기고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다.

김재호는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의 2020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3전2선승제) 2차전을 앞두고 "선수들이 이 멤버로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많이 의식한다.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것은 선수들이 다 같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의 야구 인생에서 이런 좋은 멤버로 언제 함께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한다"며 "좋은 추억을 길게 가져가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가을야구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라스트 댄스'의 서막은 기분좋게 장식했다. '잠실 라이벌' LG와 7년 만에 포스트시즌에서 만난 두산은 지난 4일 벌어진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0으로 완승을 거뒀다.

LG와 7년 만에 포스트시즌을 치른 것에 대해 김재호는 "LG와 하는 것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너무 추워서 다칠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기분좋은 승리를 거뒀지만 라커룸 분위기도 차분했다. 현재 멤버로 뛰는 것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두산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바라보기에 들뜨지 않았다.

김재호는 "선수들이 모두 경험이 많기에 라커룸 분위기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시리즈가 아니어서 그런지 긴장감은 별로 없었다"며 "평상시와 다를 것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갈 길이 멀다. 상대 팀보다 한 경기, 한 경기를 하면서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는 것이 먼저"라며 "한국시리즈 전까지는 정규시즌처럼 편하게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경험이 워낙 많기에 김재호는 6이닝 4피안타 11탈삼진 1볼넷으로 호투한 뒤 마운드를 내려가며 포효한 크리스 플렉센도 귀엽게 보인다.

김재호는 "플렉센이 이런 경기를 해본적이 별로 없어서 촌스럽게 한 것이다. 긴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인데 자신의 임무를 잘 마치자 표출하고 싶었던 것 같다"며 "그래서 지나가면서 웃었다. 플렉센에게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다. 나도 어릴 때 그랬는데, 귀여웠다"고 흐뭇해 했다.

정규리그 3위로 준플레이오프부터 치르는 두산은 2015년을 떠올린다. 당시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나선 두산은 넥센 히어로즈, NC 다이노스, 삼성 라이온즈를 차례로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다.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을 때 상대할 팀이 상대적으로 가을야구 경험이 적은 KT 위즈, NC 다이노스라 두산 입장에서는 욕심을 내볼만 한다.

하지만 김재호는 "아직 먼 일이긴 한데, 가을야구를 안 해본 팀이라 우리에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많이 붙어본 팀이면 어떻게 나올지 예상이 되는데, 안 해본 팀과 하면 어떻게 나올지 봐야한다"고 전했다.

2015년에 대해서는 "당시 극적으로 올라간 기억이 있는데, 그때 분위기가 더 좋았다. 이후 5년이 지났다. 그때처럼 파이팅이 넘치고 그러지는 않는다. 선수들이 5살씩 더 먹었다"며 웃었다.

세월이 흘렀기에 전날 정수빈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에도 걱정부터 앞섰다.

김재호는 "전혀 끓어오르지 않았다. 다치지 말라는 생각만 들더라"며 "나이가 드는 것을 하루하루 느낀다. 하루 뛰고 나면 아프다고 하는 선수들이 확실히 많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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