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모두 시한부…죽음 배우고 준비해야"
"현행 의료시스템 연명치료 벗어나기 힘들어"
"마지막 삶 어떤 모습일지 충분히 고민해야"
품위 있는 죽음 이른바 '웰다잉법'으로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존엄사법)이 시행된지 2년 반이 지났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 등을 통해 경험했듯 죽음은 멀리 있지 않다. 하지만 존엄한 죽음에 대한 인식이나 준비는 여전히 부족하다. 김씨와 같이 불행한 결말을 맞지 않으려면 삶을 잘 마무리하는 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현아 한림대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현대의학의 발달로 인류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치료 가능한 질병이 많아지다보니 죽음을 덜 준비하게 됐다"며 "최근 코로나 사태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데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한 번 쭉 정리하면 오히려 현재의 삶이 더 의미 있어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람은 누구나 죽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를 인생의 명제로 삼고 어떤 시나리오로 죽을 것인가, 어느 정도까지 병원 신세를 질 것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 예로 '말기 암에 걸려 살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가정하고 '삶의 끝에서 무엇을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가령 남은 기간 힘든 치료를 피하고 싶다면 호스피스 병상에 입원해 영양을 공급받으면서 인공호흡기나 심폐소생술은 하지 않는 것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약간의 통증과 호흡 곤란은 있지만 간호사 방문 서비스를 받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현행 의료 시스템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도 삶을 잘 마무리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병원에 가면 죽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에 진단명이 붙고 치료가 시행된다"며 "이런 의료 시스템 속에서 응급 상황을 맞아 병원에 입원하면 당사자나 보호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연명치료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하단의 '작성자의 의사는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이 모두 작성자를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고 판단한 경우에만 이행될 수 있다'는 조항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의사가 암과 같이 진단명이 확실한 경우를 제외하고 노환인 경우엔 임종으로 판단하지 않아 의향서 자체가 효력을 상실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실제로 2018년 연명의료 결정제도가 도입된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작성된 의향서 33만여 건 중 의향서에 따라 생을 마감한 사례는 725건에 불과하다. 따라서 의향서를 작성한 후 자신의 의사를 보호자에게 분명히 밝히고, 평소 충분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이는 연명치료를 포기했을 때 죄책감에 시달릴 가족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연명의료에 국한된 '협의의 웰다잉'을 넘어 장기이식, 생전 장례식(생전 건강한 모습으로 치르는 장례), 유산기부 등 '광의의 웰다잉'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죽음에 대한 준비는 건강할 때와 임종에 가까울 때 모두 필요하다"며 "물리적 유산을 넘어 자서전 같이 삶을 돌아보면서 정리한 정신적 유산을 남겨 남은 가족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인간은 결국 죽을 수 밖에 없다"면서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죽음을 통해 삶을 완성시키고 완성된 삶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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