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연말 개각서 제외되나…靑 "코로나 국면 적임자"

기사등록 2020/11/04 15:52:04

홍남기, 사의 표명은 이번만 두 번째…文, 모두 반려

靑 "재신임 이유는 경제팀에 대한 기대를 포함한 것"

대통령 '재신임' 메시지 이후 與도 질의 자제 함구령

"文대통령은 홍남기를 코로나 국면서 적임자로 생각"

보궐선거 염두 연말연초 개각 대폭 규모로 이뤄질 듯

국회 상황과 연동…"이번 정기국회, 文 마지막 무대"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2020.5.26.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연말연초 개각 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이름이 포함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홍 부총리의 이번 공개 사의 표명으로 당정 간 누적된 갈등이 노출됐다는 측면에서 개각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문 대통령이 사표를 즉각 반려하면서 재신임한다는 사실을 대변인의 입을 빌려 공개했다는 것은, 당정 엇박자와 상관 없이 홍 부총리를 유임시키겠다는 뜻을 강력히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한국판 뉴딜 등 홍남기 체제에서 마련한 정책 완수 때까지 임기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4일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홍 부총리에 대해 재신임한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국에서 경제팀이 잘 이끌었고 성과를 냈다는 점과 앞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는 점을 다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재산세 완화 기준과 주식투자 관련 대주주 요건 강화 등 주요 경제 정책 방향성을 두고 당정 간 이견이 노출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날 사의를 표명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직서 제출 사실을 스스로 알렸다.

청와대는 즉각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문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하면서 재신임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인사권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확인해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청와대가 일단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였지만, 주요 경제 정책을 두고 여러 차례 당정 갈등이 발생하면서 당을 향한 대통령의 경고 메시지가 아니었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규모를 두고 당정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을 당시, '전 국민 확대'로 당 의견이 관철되자 홍 부총리는 비공개로 사의 표명을 했었다. 문 대통령은 그 당시에도 사표를 반려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홍 부총리를 자극하는 질의를 자제하라는 '함구령'이 내려진 것도 이러한 문 대통령의 의중을 염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도 재신임을 하며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만큼 우리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예산심사를 하고 향후 일정을 정리해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대통령께서는 부총리가 책임질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현재 예산안 심의 등 한국판 뉴딜 등에 여러 현안이 있어서 부총리가 그 직을 수행하는 게 맞겠다 싶어서 반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1년도 정부 예산안 관련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간사의 사의 표명 관련 의사진행발언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04.  photo@newsis.com
그러나 여권 안팎으로는 홍 부총리의 공개 사의 표명으로 당정 간 누적된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점에서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게다가 대통령의 인사권에 부담을 안겨줬다는 측면에서 내부적으로는 불편해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때문에 연말연초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을 염두에 둔 개각 때 홍 부총리가 포함될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경질성 인사를 하지 않는 문 대통령의 인사 특성상,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홍 부총리를 유임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홍 부총리를 코로나 국면에서 '적임자'로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 기대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3분기에 이어 4분기 경제 지표 등이 개선되고 있는 데 대해 홍 부총리에게 "8월 중순 이후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내수와 고용 충격에도 불구하고 경제팀이 수고를 많이 했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한편 연말연초 개각은 대폭 규모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연말연초 개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문제하고 맞물려 있다"며 "다양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원년 멤버'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을 포함해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염두에 둔 장관 교체 등을 포함하면 최소 5명이 넘어간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게다가 수시로 교체 대상으로 올랐던 이정옥 여성가족부장관과 2년 임기가 넘어가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조명래 환경부 장관 등도 교체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연말연초 개각 시점은 국회 상황과 연동돼 있다고 입을 모은다. 주요 민생 법안 및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끝나고 난 이후 청문회 정국이 형성돼야한다는 인식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 정기국회는 대선 레이스 시작 전 문 대통령에게 사실상 마지막 법안 처리 무대"라며 "대통령은 청문회로 인한 정쟁으로 법안 처리가 미뤄지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diu@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