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라면형제' 사건에 채무자 제재법안 잇단 발의
정부도 "명단공개 필요"…여·야 의원 폭넓은 공감대
타 부처 설득이 관건…형사처벌·여행금지 여부 주목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여가부)에서도 채무자를 제재하는 법률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하면 양육비 대지급제를 재정 당국에 타진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가부 한 관계자는 1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양육비 채무자들을 제재하는 법안들이 올해 상임위를 통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양육비를 절반이라도 회수할 수 있다면 양육비 대지급제를 기획재정부도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양육비 대지급제는 국가가 양육비를 먼저 지급한 뒤, 양육비를 줘야 하는 채무자에게 국가가 구상권을 청구해 돌려 받는 제도다. 덴마크의 '히트 앤드 런 방지법'에서 유래했고, 지난 2018년 2월 이를 도입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1만7054명의 동의를 얻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현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이 대지급제를 반영한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폐기됐다. 예산 당국이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예산을 허비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상임위 대안으로 발의된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이 지난 5월20일 열린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국가가 양육비를 한시적으로 긴급지원한 경우, 채무자가 이를 납부하지 않을시 국세 체납의 예에 따라 강제로 징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채무자가 감치 후에도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운전면허를 정지시킬 수 있다. 이 조항들은 내년 6월 시행된다.
이후 인천에서 생활고를 겪던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을 끓이다 화재로 중태에 빠진 '라면화재 형제' 사건이 일어났다. 화상을 입은 형제의 어머니는 이혼한 남편으로부터 양육비도 받지 못하고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달 14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양육비 이행 명령을 따르지 않는 보호자의 명단을 공개하는 보다 강력한 제재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부모 가정 아동·청소년이 양질의 돌봄·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에서는 지난 6월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을 시작으로 같은 당 임이자 의원,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양육비 채무자를 출국금지, 명단공개,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국회운영위원회 소속의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도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은 여가부 장관이 채무자 동의 없이도 재산·소득자료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무소속 양정숙 의원 대표 발의 개정안은 채무자의 여권, 여행 증명서를 반납하게 해 여행길을 막는다.
이처럼 여야와 상임위를 가리지 않고 입법에 나서고 있어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제재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를 통해 국가가 양육비를 대신 지급해도 이를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지면 관련 논의에도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다.
관련 시민단체들은 대지급제가 양육비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입장이다. 현재도 비슷한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 제도가 있으나, 저소득층 중에서도 공과금을 두달 이상 못 내는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한정돼 있고 기간도 최대 1년에 불과해 한계가 있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 이도윤 부대표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한시라도 양육비가 끊어지지 않도록 돈이 꾸준히 적시에 지급되는 시스템이 궁극적으로 확보돼야 한다"며 "그래야 일상이 보장된다"고 했다.
이 부대표는 "양육비를 놓고 마치 흥정을 하듯이 분란이 생기면 정부가 아무리 교섭을 도와도 채무자가 더는 이를 이행하지 않게 된다"며 "전 배우자에게 직접 양육비를 독촉하는 상황을 피하지 못하니 양육비 지급 이행률도 개선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가부는 산하에 양육비이행관리원을 두고 채무자와 양육비를 받아야 하는 가족 간 면접 교섭을 돕고 있다. 고의적인 채무가 이어질 경우 법률 지원도 한다. 그러나 이행률은 지난 6월 기준 누적 36.9%에 그치고 있다.
여가부 김권영 가족정책관(국장)은 "명단공개는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키로 한 만큼 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출국금지, 형사처벌은 국회에서 어떻게 논의될지 봐야 해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분위기를 보면 여가위 통과는 확실시되는데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다른 부처 간의 합의 여부를 따져 묻는다"며 "저희는 양육비 대지급제가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보지만, 부처 간의 협의와 국회에서의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하니 신중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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