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도 없이' 유아인 "기대하는 이미지 배신하고 싶었다"(종합)

기사등록 2020/10/13 13:16:52

범죄 현장 청소부로 유재명과 호흡

현실 연기 위해 삭발에 15㎏ 증량

"배역 넘어 작품에 대한 책임감 느껴"

[서울=뉴시스] 배우 유아인. (사진=UAA 제공)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감사하게도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는 한데 기대하는 바를 재밌게 배신하고 싶었다. 이전의 유아인도 충분히 보여드리지 못했지만 그동안 보이지 않는 것들을 더 꺼내 보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다."

배우 유아인이 영화 '소리도 없이'로 돌아왔다. 신인 감독의 색다른 범죄 영화에서 연기 인생 처음으로 대사 없이 극을 이끌었다. 생활 연기를 위해 삭발 투혼은 물론 15kg의 체중 증량까지 외적인 변화도 꾀했다.

13일 삼청동에서 만난 유아인은 '소리도 없이' 첫 만남을 떠올리며 '변화, 도전, 책임감'이라는 말을 되뇌었다.

그는 "영화는 공동작업이고 그 안에도 질서가 있는데 도발적인 시도와 자세를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며 "내 모든 걸 다 던지고 싶다고 느끼게 하는 제안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신인 감독이 어려운 여건에서 나아갈 방향을 보여줬다. 반가워하고 환영해줬으면 한다"며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고도 하는데 호불호가 없다면 새로운 도전은 어려운 것 같다. 호불호를 만들고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객들도) 새로움에 목이 마를 것이다"고 기대했다.

영화는 묵묵하게 범죄 조직의 뒤처리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던 '태인'(유아인)과 '창복'(유재명)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모든 것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다. 독특한 캐릭터 설정과 아이러니한 스토리 구조에 주안점을 둔 작품으로 기존 범죄물과 차별화를 뒀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SF 단편 '서식지'를 선보였던 홍의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서울=뉴시스] 영화 '소리도 없이' 스틸.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유아인은 홍 감독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시나리오가 놀랍고 쇼킹했다"는 그는 "홍의정 감독에 대한 기대감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놀랍고 충격적이었다. 아주 극적이거나 드라마틱하지 않은, 일상적일 수 있고 익숙할 법한 이야기를 조합해 마음을 자극하는 데 이끌렸다. 과한 의미 부여를 해서라도 뭔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작품이다. 새롭다는 것만으로 끌리기는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나아가는 것에 희망이 존재하고, 고민하는 지점을 제시하는가를 짚어봤을 때 홍의정 감독이 만든 이야기와 메시지 방향성이 충분히 기대할만하다."

이번 작품은 특히 "함께하는 공동작업의 결실을 기대하게 한 작품이다"고 기억했다. 신임 감독과의 작업은 책임감도 느끼게 했다.

"수평적인 구조에서 배우와 감독, 스태프가 대등하고 평등하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그는 "현장에서 "너무 좋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면서 "영화가 만든 성취를 통해 더 나은 작품을 기대하는 작품으로 그 일에 동참하고 싶었다"고 했다.

"과거에는 내 배역만 책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나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있다면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지켜내고 싶었다.어떤 작품이 제작되고 소개되는 일련의 과정 전반에 대한 책임감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그러한 책임감을 감당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는 작품이었다."

배우 유아인의 필모그래피에도 의미는 남다르다. 특정한 이미지에 갇힌 배우가 아닌 입체적인 인물로 남고 싶다는 바람이다.

"지루하던 찰나에 이 작품에 들어왔다. 어떠한 것도 단편일 수밖에 없는데 결국 전체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 배우의 몫이라는 점에서 딜레마가 있다. 한 작품 나아가면서 퍼즐들이 모여서 아주 입체적인 인물이 만들어진다. 아직도 노출되지 않는 다른 퍼즐이 있다.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면을 보여주고 싶은 의지가 있는데 대사 없는 인물을 연기하며 표현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서울=뉴시스] 배우 유아인. (사진=UAA 제공)

유아인은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일상을 공개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면 유아인은 방송이 만들어낸 영향력이 틀림없이 존재하고 그것에 대한 책임감이 투철하지 않으면 위험한 일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유아인 컬렉션이 생기고 내가 하는 것이 유행하는 데 반기고 좋아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파괴력이 있기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시선을 끌 수 있는 것은 영향력은 큰 가치인데 그것을 더 잘 써먹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나의 솔직함이 자유롭게 사고하고 표출할 수 있게 하는 불씨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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