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식 세종시의원의 ‘소나무 사랑’ 뒤엔…

기사등록 2020/10/07 11:24:51 최종수정 2020/10/07 14:28:26

5분 발언 등 의정활동서 소나무 식재 수차례 강조

이후 지역구 번암리에 실제 소나무 89그루 심어져

수천만원대 소나무 운반비만 지불, 부인땅에 심어 대가성 논란

김 의원 "조경업자가 소나무를 버린다고 해서 받게 됐다" 해명

[세종=뉴시스]지난 1월 제60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발언에서 관내 소나무를 많이 심어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세종=뉴시스]송승화 기자 = 정의당 세종시당은 지난 9월 29일 세종시의회 김원식(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고가 소나무 무상 취득 등 혐의로 대전지방검찰청에 고발한 가운데 추가로 의정활동 중 이를 강조하는 발언을 수차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업자로부터 수천만원대 소나무 4그루를 운반 비용 일부만 지불하고 부인 명의 땅에 심어 대가성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소나무 제공 인물과 배경에 대해 “세종시에 소재한 건설업자 또는 조경업자다. (이름이)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고, 업자가 소나무를 버린다고 해서 받게됐다"며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부정청탁및금품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시 행정사무감사와 본회의 5분 발언 등을 통해 소나무 식재를 잇따라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 의회 안팎에서는 김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이 어떤 의도였든지 결과적으로 시 집행부를 여러 차례 압박한 것으로 비쳐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6월 5일 부의장 당시 행정사무감사에서 “조치원역 앞 조형물을 옮기고 저기에 소나무를 하나 심었으면 좋겠다”라며 “개인적인 의견이고, 또 국장이나 과장님께서 한번 생각해 보고 조치해 주기 바란다”고 발언했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1월 제60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소나무는 국가적으로도 유서 깊은 수종이자 푸른 세종시민들의 굳은 의지를 표현할 수 있는 상징적인 나무다”라는 점을 강조하며 “소나무 식재와 관리,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세종시를 나무라는 듯한 발언을 했다.

김 의원의 이 같은 발언 이후 세종시는 소나무 식재 등 내용이 포함된 올해 사업계획을 지난 2월 정례브리핑 중 발표했다.

브리핑에서 이두희 국장(당시 직무대행)은 “신도심 가로수 식재는 행복청에서 수목을 정해 식재해 왔다”면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입구에 소나무가 식재될 수 있도록 장소를 물색하겠다”라고 말했다.
[세종=뉴시스]지난 6월 5일 부의장 당시 행정사무감사에서 조치원역 조형물 옮기고 그곳에 소나무를 심자는 내용이 있는 회의록(자료=세종시의회)
이에 세종시 관련 공무원은 당시 정례브리핑에 대해 “내부 회의 중 김원식 의원의 5분 발언 내용도 있으니, 확인해 보라는 지시가 위에서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후 실제 지난 5월께 김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한 조치원 번암리 도로 주변 완충녹지에 둥근 소나무 43그루, 일반 소나무 46그루 등 총 89그루의 소나무가 식재됐다. 당시 사업 예산은 공사비와 소나무 등을 포함, 2억5000여만원을 들였다.

이를 두고 시 의회 및 시청 안팎에서는 김 의원의 ‘소나무 발언’에 특정한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세종시는 김 의원의 요구를 묵시적으로 수용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조치원읍 거주 시민 A(45)씨는 “김 의원의 소나무 사랑이 지극 정성이다. 그런데 ‘오얏나무 아래에선 갓끈도 고쳐 쓰지 말라’고 했다”라며 “과거 발언들을 보면 시민의 봉사자가 아닌 특정 인물이나 단체를 위해 일하는 분 같다”고 비꼬았다.

시민 B(54)씨는 “어이가 없고 화가 난다. 과거 발언과 관련 김 의원은 분명 관련 없다고 부인할 것이지만, 시민들도 귀가 있어 듣는 것이 있다”라며 “시의회와 수사당국은 철저한 조사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검찰 조사 중이다”며 짧게 답변했다.

한편 제2대 세종시의회 부의장, 제2대·제3대 산업건설위 부위원장, 제3대 의회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해 온 김 의원은 최근 소나무 무상 식재 의혹 외에도 창고 불법 용도변경, 도로 신설 예정 지역 땅 투기 의혹, 불법 건축물 증축 등 혐의로 지난 9월 29일 검찰에 고발당했다.
[세종=뉴시스]세종시 조치원읍 번암리 한 도로 원충녹지에 심어진 소나무. 2020.10.07.ssong100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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