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하노이·판문점 이후 "난 아무것도 포기 안해" 항변
오는 15일 출간을 앞둔 신간 '분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3월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백악관을 방문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히며 언론의 극찬을 기대했다.
당시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가 있고 ▲추가 핵 또는 미사일 시험 도발을 삼갈 의향이 있으며 ▲한미 간 통상적인 합동 군사 훈련을 용인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자 한다는 내용을 전했다고 한다.
저서에 따르면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은 이에 김 위원장이 기꺼이 자신의 삼촌(장성택)을 죽인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북한 측 약속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조언을 무시하고 "나는 김 위원장을 만날 의지가 있다"라며 정 실장에게 "가서 발표하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 실장이 카메라 앞에 가서 북한 측 약속과 자신의 의향을 밝히길 원했다는 것이다.
우드워드는 당시 발표를 "빅 뉴스"라고 칭한 뒤 "트럼프는 미국 언론이 다가올 회담을 '대담하다(audacious), '숨 멎는 도박(a breathtaking gamble)', '극적(dramatic)'이라고 표현하길 바랐다고 한다.
아울러 회담이 자신의 즉흥적인 스타일의 결과이자 백악관 보좌관들을 멍하게 만드는 현기증 나는 드라마로 평가되길 원했다는 게 우드워드의 설명이다.
우드워드는 그러나 다수 외교 정책 기관이 오히려 비판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회담 의사가 있다고 밝힘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즉석에서 북한 지도부에 국제적 입지와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저서에 따르면 우드워드는 이후 김 위원장과의 세 번째 회동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회담 동의로 김 위원장에게 너무 많은 힘을 실어줬다고 보는가'라고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당신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아는가"라고 반문한 뒤 "하나다. 나는 만났다. 빌어먹을 큰 일"이라며 "이틀이 걸렸다. 나는 만났고,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제재를 포기하지 않았고, 그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알겠나"라며 "나는 그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자신이 북한과의 전쟁을 막았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을 두고 섣부르게 김 위원장을 국제 무대로 올려 줬다는 비판도 꾸준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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