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2.5단계 재연장이냐, 완화냐 질문에 정은경 대답은?

기사등록 2020/09/12 06:00:00

수도권 2.5단계 실시에도 줄지 않는 확진자 수에 정부도 고심 거듭

정은경 질병청장 "방역은 각자가 거리두고 함께 뛰는 단체줄넘기"

전문가들 "일상 행동수칙 알리기 효과적…순응도 높일 소통법 고민"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대구형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기한이 이달 20일까지 연장된 가운데 10일 오후 대구 시내 한 편의점 출입문에 마스크 미착용 및 턱스크 (마스크를 턱에 걸쳐 쓰는 것)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09.10. lmy@newsis.com
[세종=뉴시스] 임재희 구무서 기자 = 수도권의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종료를 앞두고 정부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 환자 규모가 100명대 중후반에서 좀처럼 꺾이지 않고 서울과 경기를 중심으로 수도권 국내 발생 환자가 100명을 넘어선 데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어 통제 범위 밖에서 발생하는 환자 비중이 23%에 달한다.

여기에 최근 3일간 신규 환자 10명 중 4명이 60대 이상 고위험군에 해당하고 병원과 요양시설 등 감염에 취약한 시설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라 감염 차단이 시급해졌다.

그러나 강화된 조치가 길어질수록 영세 자영업자 등의 생계가 위협받고 한강공원과 수도권 밖 등으로 이동하는 '풍선 효과'가 심화돼 거리 두기 효과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질병관리본부장으로서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장기간 유행이 불가피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일상과 습관, 환경 변화를 강력하게 당부했다. 특정 장소나 집단을 제한하기보다 개개인이 스스로 거리 두기를 실천할 때 비로소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다며 이를 '단체 줄넘기'에 비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단순히 거리 두기 수준을 조정하고 마스크 착용, 사람 간 접촉 자제 등을 주문하는 차원을 넘어 실생활에서 방역 수칙을 세분화하고 국민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12일 중앙사고수습본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오후 비대면 형태로 비공개 생활방역위원회를 열어 13일까지로 예고된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향후 방향을 논의했다.

이 같은 전문가 검토 이후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등과 논의해 주말 안으로 결정한다.

재연장 여부를 포함해 음식점, 카페, 실내 체육시설, 학원 등 중위험 시설 등의 방역조치를 일부 조정하는 이른바 '제3의 방법'까지 논의되고 있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바 있는 교회를 비대면 예배로 전환하고 음식점과 프랜차이즈형 카페 등의 매장 내 취식을 제한·금지하는 한편, 실내체육시설과 학원 등에 대해서도 집합을 금지하는 게 골자다.

정부는 애초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였던 2.5단계를 13일까지로 일주일 연장하면서 주말 전 위험도 등을 평가해 재연장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주말인 일요일 검사 결과가 반영된 7일 0시 119명까지 감소했던 하루 신규 확진자 규모는 평일 들어 136명→156명→155명→176명 등 100명대 중반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29일 0시 기준 통계부터 전날 0시까지 2주간 신고된 확진 환자 2842명 중 감염 경로를 알 수 없어 조사 중인 사례도 664명으로 전체 확진자의 23.4%를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들어 60대 이상 고령 환자 규모가 늘고 의료기관과 요양시설, 복지시설 등 고령자와 기저질환자 같은 고위험군 감염 취약 시설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어 고민이 커지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8월12일부터 9월11일까지 한달간 확진 환자 중 60세 이상은 34%로 특히 최근 3일간은 487명 중 216명으로 44.4%에 달했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나 8월15일 서울 도심 집회 등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8월과 달리 최근에는 종교시설과 방문판매, 사업설명회, 물류센터 등 기존에 집단감염이 발생한 바 있는 환경뿐 아니라 건설 현장과 온라인 산악카페 모임, 시장 식당, 직장 등 일상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신촌 세브란스병원과 충남 금산군 섬김요양원, 경기 이천시 주간보호센터, 인천 계양구 새봄요양병원 등에서 환자가 늘고 있다. 2주간 확진 환자 중 병원 및 요양병원 등에서 발생한 환자는 7일 0시까지 46명에서 11일 0시 기준 81명으로 나흘 만에 1.8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렇다고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를 추가 연장하기에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우선 영세 자영업자 등의 경제적 타격이 심해지고 있다. 대전 지역에서는 피시(PC)방 업주들이 수익이 없는 상태에서 임대료, 관리비 등만 지출하고 있다며 집단감염 발생 사실이 없는 PC방까지 영업을 제한하는 건 과도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가 거리 두기 조정을 놓고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질병관리본부장으로서 꺼낸 마지막 메시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기간 유행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선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상향과 하향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장기간 대응 방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주=뉴시스]강종민 기자 =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11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정 청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질병관리청장 임명장을 받았다. 2020.09.11.  ppkjm@newsis.com
정은경 질병관리청 청장은 전날 방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는 무증상·경증 시기에 전파가 되고, 또 높은 전염력을 보여 장기간 유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방역당국의 방역 목표도 백신 등 해결방법이 마련될 때까지 의료·방역체계 또는 사회시스템이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코로나19 발생 규모와 속도를 최대한 억제하고 통제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청장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하면 대규모 유행으로 이어져 중환자나 사망이 증가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하면 국민들의 불편과 경제적인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일상과 방역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방역 실무자로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장기적 유행에 대비해 우리 일상과 습관, 환경 여건을 보다 안전하고 또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구체적인 노력과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설 운영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마스크 착용, 환기 및 소독, 손 씻기 등 방역수칙 생활화를 주문했다.

그리고 이러한 방역수칙의 일상화를 '단체 줄넘기'에 비유했다.

정 청장은 "단체 줄넘기를 떠올려 보면 함께 뛰는 동료를 믿고 서로 간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금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때 줄넘기를 이어갈 수 있다"며 "한마음이 되어 이 고비를 넘기지 않으면 코로나는 계속 우리 발끝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곧 국민 각자가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했다가 완화하는 식으로 쳇바퀴를 돌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쳇바퀴를 도는 사이 국민들의 피로감은 더해지고 '짧고 굵게'를 강조해 온 사회적 거리 두기 효과는 퇴색되기 십상이다.

전문가들도 단순히 거리 두기 조정 이상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국민들에게 그냥 '모이지 말라', '마스크 쓰라'고 하는 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장소별, 직업별로 행동 수칙을 만들어 보여주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정부가 식사나 모임 등을 모두 금지할 수 없는데 그런 곳에서도 충분히 감염될 수 있다"며 "카페나 택시, 아파트 같은 곳에서도 감염이 나오는데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 행동 수칙을 보여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방역수칙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소통 방법에 대해서도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흥시설을 제한하니까 고수부지 같은 데서 옹기종기 모이고 헬스장을 막으니까 등산 가서 뒤풀이하고 감염이 생기는데 이건 방역 수칙을 모르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피로하고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해 순응도가 낮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방역수칙 준수만 당부하면) 국민들 입장에선 '나는 잘 지키고 있는데 내가 뭘 잘못했나?' 하고 생각할 수 있다"며 "(특정 집단 등에 대해서 방역수칙을 강조할 경우) 반발과 음모론이 생기고 여기에 대행해 또다른 반발이 생기면 순응도가 올라가지 않는다. 소통 전략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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