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그룹' 꿈꾼 HDC 정몽규…아시아나 포기 이유는

기사등록 2020/09/11 18:21:22

정몽규 HDC 회장, 모험보다는 안정 추구

부채비율·재무제표 등 신뢰문제 해결안돼

코로나19로 여객운송 정상화 여부 미지수

"시장 영향 안 클듯…신용등급 상향 기대"

[서울=뉴시스] 아시아나항공. (사진=뉴시스 DB) 2020.08.0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모빌리티 그룹으로의 도약을 꿈꿨던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 항공 인수를 포기했다.

11일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금호산업이 현대산업개발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직접 아시아나 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모빌리티 그룹으로의 도약을 발표했다. 그의 상기된 표정은 언론 카메라의 포착돼 공개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숙원 사업인 '모빌리티 그룹'을 포기한 이유에 대해 신뢰의 문제로 해석한다.

정 회장은 성실함과 뚝심으로 HDC현산을 자산규모 5조8000억원의 대기업으로 키운 장본인이다.

정 회장의 경영스타일이 묻어나는 지표는 부채비율과 현금자산에서 볼 수 있다. HDC현산의 부채비율은 112%로 낮고, 현금 및 현금성 자산규모는 6218억원으로 넉넉한 편이다. 신용등급은 A+ 수준이다.

모험보다는 안정과 정확성을 추구하는 정 회장에게 아시아나 항공의 급격한 부채비율 증가와 부정확한 재무제표는 커다란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정몽규 HDC 회장이 지난해 11월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9.11. photo@newsis.com
마지막까지 재실사를 요구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앞서 HDC현산은 지난 7월 12주 간의 아시아나 항공 및 자회사들에 대한 재실사를 요구했다. HDC현산은 계약 이후에 갑작스럽게 부채와 차입금이 증가했고, 외부감사인이 내부 회계관리제도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표명한 점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제출한 재무제표는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HDC현산에 따르면 아시아나 항공의 부채와 추가차입금은 인수계약을 체결한 지난해 12월보다 각각  2조8000억원, 1조7000억원 증가했다.

또 HDC현산은 또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관련 계열사 부당지원, 계열사 간 저금리 차입금 부당지원,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투자손실 문제 등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DC현산의 마음을 돌리게 한 또 다른 이유는 인수 과정에서 보인 금호산업과 아시아나 항공의 태도다. 

HDC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 항공에 지난 4월초 이후 10여 차례에 걸쳐 정식 공문을 발송해 재점검이 이뤄져야 할 세부사항들을 전달했지만, 현재까지도 충분한 공식적 자료는 물론 기본적인 계약서조차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HDC현산은 인수 기간 중 언론을 통해 비춰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 항공의 모습을 비판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계약해제에 대비한 TFT(태스크포스팀)를 운영하고 있다는 보도와 금호산업이 계약해제를 통보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에 HDC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 항공이 거래종결을 위한 노력보다 계약해제를 내부적으로 이미 결정하고 그동안 이를 위한 준비만 해온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구심마저 드는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11일 최종 무산됐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외부환경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 업황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 항공이 화물수송으로 지난 2분기 영업이익 1151억원을 기록하며 6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지만, 주업인 여객운송이 언제 정상화 될 지는 미지수다.

이때문에 처음에 기대했던 관광과 레저, 항공을 연계하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은 지난 2015년 HDC신라면세점을 통해 면세점 산업에 뛰어들었고, 지난 8월에는 한솔오크밸리 리조트의 운영사인 한솔개발 경영권을 인수한 바 있다.

인수 발표 당시 업계에서는 건설업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HDC현산이 아시아나 항공 인수를 통해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계획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정도 예상했던 결과이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HDC현산의 경우 오히려 신용등급 상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arch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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