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제주 오등봉공원 사업…난개발 우려 목소리도

기사등록 2020/09/05 10:30:48

첫 관문 제주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통과

수천억 재정 절감 및 민간투자 활성화 기대

"대규모 주택 건설, 환경문제도 고려해야"

제주 오등봉공원 특례사업 전체 조감도.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주 도내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인 오등봉 공원 개발사업이 첫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사업자 측이 총 1432세대의 공동주택 공급 계획서를 제출한 만큼 민간 협력에 기반한 안정적인 주택공급이 이뤄질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5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 도시계획위원회는 제19차 도시계획위 심의를 통해 오등봉공원 조성을 위한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안에 대해 조건부 수용 결정을 내렸다.

민간특례개발은 20년 이상 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도시공원의 사유지를 사업자가 모두 매입, 전체 면적의 70% 이상을 공원으로 조성해 제주시에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부지에는 아파트를 신축하는 방식이다.

오등봉공원 면적은 연북로~한라도서관~제주연구원까지 남북으로 이어진 76만4863㎡로, 이 중 사유지는 51만769㎡다. 사업제안서에 따르면 오등봉공원은 8262억원을 투입해 공원시설과 15층 높이의 공동주택 1432세대를 신축하는 내용이다.

도는 지난해 8월 수립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종합대책’에 따라 도내에선 처음으로 예산 부담이 큰 오등봉공원을 민간특례 사업을 통해 조성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도는 사유지 매입비 2029억원과 기반 정비 사업 240억원 등 총 2269억원의 재정 절감과 민간투자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민간특례 우선협상대상자로 2019년도 시공능력평가 10위에 해당하는 등 국내 굴지의 기업인 ㈜호반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이 컨소시엄에는 청암기업㈜, ㈜리헌기술단, 대도종합건설㈜, 미주종합건설㈜ 등 제주기업 4개사가 포함돼 있다.

도시계획위원회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난개발과 도심 팽창에 대한 우려를 인식, 공공성 확보 방안 마련을 부대의견으로 제시했다.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구름과 해무(海霧)사이에 낀 제주시 도심 모습. 2020.06.11. woo1223@newsis.com

추후 협약 과정의 주요 계획 내용을 위원회와 공유하고, 건축 규모 산정에 대한 자료 및 분석 결과를 제시하는 등 공공성을 확보해달라는 주문이다.

또한 곰솔군락지가 벌채되지 않도록 하고, 5차로 능률자로제외 대중교통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했다. 여기에 최초 제안 당시 임대 세대수 총량을 확보하고, 영구저류조는 다목적 용도로 활용해 토지 이용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됐다.

사업자인 ㈜호반건설은 전시장과 어울림 광장, 음악당 등을 조성해 기부채납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호반건설 측은 지난달 18일 사업예정지에 전문 음악당, 오페라하우스, 아트도서관 등으로 구성된 ‘제주 예술의 전당’을 조성해 제주시에 기부채납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환경단체는 성명을 통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도시계획위원회가 지난달 21일 제18차 회의에서 도시관리계획(비공원시설) 결정 변경안에 대해 2건 모두 재심의 결론을 내린 지 불과 2주 만에 심의를 통과시킨 것은 업자 특혜라는 주장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번 심의는 제주도가 도시계획위원회에 사실상 심의기능을 포기하고 사업 강행을 위해 협조하라는 통보와 다르지 않다. 위원회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1400여세대 대규모 주택이 들어서면 부동산투기와 생활쓰레기, 상수, 하수, 교통, 지역균형발전 정책 붕괴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사업규모만 보더라도 제주시 도심지역에 미칠 각종 영향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oo1223@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