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이제 정부가 사과할 때"…교육부 "고용부와 후속조치 마련"(종합)

기사등록 2020/09/03 16:04:14

대법원, 오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에 파기환송

"문재인 정부, 국가 대신해 조합원에게 사과를"

노조 전임자 현장복귀 등 '4대 조치' 철회 요구

"해직자 복직시키고 교원노조법은 개정해야"

교육계 잇단 환영성명…교총은 "정치적 판결"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법외노조 통보 위법 판결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9.03.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3일 대법원의 판결로 7년여만에 법외노조 굴레를 벗게 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해당 결정이 박근혜 정부의 사법농단에 의한 결과물이라며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지난 정부가 전교조 법외노조화 이후 내린 단체협약 무효, 전임자 현장 복귀 명령 등 '4대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를 두고 교육부는 고용노동부 등과 협의를 거쳐 후속조치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이날 대법 선고 직후 성명을 내고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박근혜 정권의 표적 탄압과 사법 거래에 의한 국정농단의 결과물"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국가를 대신해 전교조 조합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교조는 성명에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국가권력을 총동원하여 전교조를 탄압했고,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으로 정점을 찍었다"며 "전교조의 법외노조 투쟁의 과정은 민주주의 승리의 역사로 오롯이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판결을 시작으로 촛불이 명한 적폐청산의 과업을 신속히 이행해야 한다"며 "정부와 사법부는 국가폭력의 피해자인 전교조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국회는 교원의 온전한 노동 3권을 보장하기 위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는 이날 오후 전교조가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고용노동부(고용부)는 지난 2013년 10월 전교조가 조합원 자격이 없는 해직 교사들을 제외하라는 시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교원노조법상 노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법외노조 통보 위법 판결 후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 판결에 기뻐하고 있다. 2020.09.03. dadazon@newsis.com
전교조는 이날 대법 판결을 근거로 삼아 고용부에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하라 요구했다. 또한 교육부가 내놓은 ▲전임자 교단 복귀 ▲사무실 지원금 회수 ▲단체교섭 중단 및 단체협약 효력상실 통보 ▲각종 위원회의 전교조 위원 해촉 등 4대 조치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전교조는 "2심에서 패소한 뒤 시도교육청에서 직권면직으로 해직된 34명의 노조 전임자도 복직시키라"고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직권면직 취소, 해직기간 동안 경력 인정, 급여보전과 교육부 조치에 따른 유무형의 피해를 해소하라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이날 입장을 내고 "대법원 전합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7년여의 교육계의 오래된 갈등이 해소되고 법과 행정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길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단체교섭, 노조 전임자, 사무실 지원금, 직권면직자 복직 문제에 대한 전교조 요구에 대해 "고용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향후 후속 조치 방안을 마련하여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계에서도 성명이 잇따랐다. 진보성향 교육감과 대다수 교원단체에서는 정당한 판결이었다는 입장이다. 교원의 정치참여를 속히 허용하는 등 판결을 계기로 전향적인 정책이 잇따르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전교조 출신인 최교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세종시교육감)은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2013년부터 합법적 공간을 잃고 법외노조로 활동을 해야 했던 전교조에도 축하를 보낸다"며 "법외노조 문제로 해직된 34명의 교사들의 교단 복귀 등 후속조치가 조속히 이행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대법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법외노조 무효처분을 내린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사무실에서 관계자들이 평소와 같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0.09.03. amin2@newsis.com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며, 전교조에 축하를 보낸다"며 "이번 판결을 통해 법원의 편법과 부당한 행정이 만들어낸 적폐를 바로잡는 시대정신을 후세와 함께 나눌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대법원의 결정을 한영한다.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은 법 논리를 떠나 시민의 기본권인 정치권과 노동권을 침해한 사건"이라며 "부당하게 제한되어 있는 교원의 정치권 인정에도 정부가 하루속히 전향적 자세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은 우려를 보냈다. 대법원의 판결이 법리보다는 정치적 상황을 쫓았다는 것이다.

교총은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정치적 상황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고, 법치주의마저 흔드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같은 사안을 놓고 1, 2심과 다른 선고를 내린 데 대해 상식과 국민 법 감정 상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판결이 법리적 판단보다 ILO 협약 비준, 한-EU FTA 체결 등 다른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고려한 결과가 아닌가"고 되물었다.

전교조는 향후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등 관계법령 개정 입법 운동에도 나설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6월 해직교사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교원노조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로 보냈지만, 전교조는 교섭창구 단일화, 쟁의 금지 등 교원노조 활동을 실질적으로 제약하는 조항이 여전하다며 우려를 표해 왔다.

전교조는 이날 정치권을 향해 "법외노조화는 잘못된 교원노조법과 사실상의 노조 해산권의 부활인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으로 인해 발생했다"며 "잘못된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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