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입장 안내놓은 삼성…경영 차질에 '근심'
이재용 부회장, 당분간 재판 준비에 집중할 듯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검찰이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하며 삼성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지난 2016년 말부터 국정농단 연루 의혹에서 시작된 사법 리스크가 수년간 이어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1일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 부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중단과 불기소 권고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불구속 기소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수사심의위를 도입한 지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이날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삼성 측은 별도 공식입장은 없다고 밝혔지만, 내부에서는 침통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이미 4년째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이 이날 추가로 기소됨에 따라 향후 2~4년간 또 재판 일정에 매달리게 되면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시장 내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달 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여성 임직원과의 간담회를 마지막으로 현장 경영을 멈춘 이재용 부회.장은 추후 재판 일정이 확정되면 재판 준비에 보다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등 악조건 속에서 총수의 리더십이 발휘될 가능성이 사라진 셈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세를 보이기 전까지 '현장 강행군'을 이어왔다. 반도체, 스마트폰, 생활가전 등 각 사업부의 경영진과 간담회를 갖고 부문별 경영 전략 점검에 나섰다. 이 부회장은 현장에서 "가혹한 위기 상황", "경영환경이 우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라고 언급하는 등 위기의식을 숨기지 않았다.
애플, TSMC 등 글로벌 경쟁업체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대규모 투자 등에 나서는 상황에서, 삼성은 미래 준비는 고사하고 생존 경쟁에서도 불리한 여건에 놓이게 됐다. 이미 삼성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연루 의혹에서 시작된 사법 리스크가 4년 가까이 이어지며 대형 M&A 등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가장 최근의 대형 M&A 건이 지난 2016년 11월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것이다.
총수 공백이 경영 불확실성 속에 빠진 삼성의 의사결정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핵심 역량은 빠른 의사 결정과 빠른 실행인데, 오너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지속됨에 따라 삼성의 경쟁력 원천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평했다.
한편, 이날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통해 "국민들의 뜻에 어긋나고, 사법부의 합리적 판단마저 무시한 기소는 법적 형평에 반할 뿐만 아니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며 "검찰의 공정한 의사결정 절차를 믿고 그 과정에서 권리를 지키려 했던 피고인들로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고 승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또한 "납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안타깝기까지 하다"고 강조하며 "피고인들은 재판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검찰의 이번 기소가 왜 부당한 것인지 법정에서 하나하나 밝혀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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