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FDA에 혈장치료 승인 압박?…전문가 "확실한 효과 증거 부족"

기사등록 2020/08/24 13:12:41

공화당 전대 앞두고 서둘렀을 가능성

"FDA 긴급승인, 백악관 압력 결과"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 제임스 브래디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식품의약처(FDA)가 혈장치료를 긴급승인한 것을 언급하면서 "(혈장치료는) 엄청난 성공률을 나타내고 있다"라며 코로나19에 대한 혈장치료 긴급승인을 공식 발표했다. 2020.08.24.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혈장치료를 긴급 승인하도록 압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화당 전당대회를 하루 앞두고 여론의 환기를 위해 FDA를 움직였다는 주장이다.

23일(현지시간) CNN은 의학 전문가들을 인용해 "FDA가 백악관의 압력을 받았다"며 "혈장 치료가 확실한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많지 않다"고 전했다.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의 백신교육센터장인 폴 오핏 박사는 이날 FDA의 결정은 "협박"의 결과물이라며 "적어도 FDA 고위급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나만큼 이번 결정에 분노하는 이들이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FDA를 협박하는 행위에 우려한다"며 "이는 그의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다"고 강조했다.

오핏 박사는 "코로나19에 걸렸다 회복한 환자의 항체가 함유된 혈장을 중증환자에 주입하는 방식의 혈장치료는, 이론적으로 도움이 된다"며 "그러나 확실한 효과를 발견하기 전까진 우리는 이를 공식적으로 내놓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 FDA와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장관은 이날 혈장치료 긴급승인을 발표하며 지난 12일 온라인에 게재된 한 연구 자료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해당 연구는 학술지에 논문을 싣기 전 게재 여부를 검토하는 '동료 평가'나 심사도 거치지 못한 상태다.

오핏 박사는 이같은 근거를 들며 "실제 FDA가 승인하기 불편해하는 내용을 미 행정부가 압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지워싱턴대 의과대학의 조너선 라이너 박사도 "회복기의 혈장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현재 혈장치료 시험은 위약을 통한 플라시보 효과 등과 비교 연구가 생략됐다며 이대로는 효과를 증명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혈장분획치료제 작용 원리(사진=한국 식약처 제공) 2020.8.20.


토머스 파일 미국 감염병학회(IDSA) 회장은 "현재까지 회복기 환자의 혈장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는 있지만, 현재 코로나19 치료 단계가 상당히 초기임을 고려하면 혈장 치료의 효용성을 확인하기 위한 더 많은 실험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욕대학교 랭원의학센터의 생명윤리전문가 아트 캐플런은 "현재는 치료에 사용될 혈장도 충분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캐플런은 "이같은 응급허가는 더 많은 연구에 대한 확인 없이 현장의 의료진이 혈장을 사용하게 만든다"며 "어떤 기증자의 혈장이 가장 효과적인지, 그리고 어떤 환자가 혈장 치료를 받을 좋은 후보인지 판단하기도 힘들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혈장에 달려들게 될 것이다. 환자는 혈장을 요구하고, 의사는 환자를 위해 혈장 확보에 뛰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스티브 한 FDA 국장은 이같은 의혹에 "우리는 오직 데이터에 기반한 결정을 내린다"며 행정부의 압박은 없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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