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 전대]정강정책 채택...트럼프 지우기·좌클릭 강화

기사등록 2020/08/19 17:36:04

동맹 갈취·反이민 등 트럼프 정책 즉각 중단 예고

"중국과 자멸적인 관세 전쟁·신냉전 안할 것" 천명

공공의료 강화·보호 무역주의 강화 등 좌클릭도 예고

[ AP/뉴시스] 조 바이든(왼쪽) 전 미국 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후보로 공식선출된 후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2020.08.19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미국 민주당이 18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전당대회에서 올해 정강정책을 채택했다. 정강정책은 각 정당의 정치적 정책적 방향성이 담겨 있는 것으로 향후 대통령 선거 공약과 국정 기조의 밑바탕이 된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대선공약이 담겨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달 말 초안이 마련돼 수정과정을 거쳐 이날 채택된 올해 민주당 정강정책은 유행병 대응과 경제, 의료, 형사 사법, 기후, 이민, 교육, 외교정책, 투표권, 시민권 등 10개 주요 분야에 대한 민주당의 정책 지향을 제시하고 있다.

인터넷 매체 복스(VOX)는 올해 민주당 정강정책을 두고 '미국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정강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보수 성향 폭스뉴스도 의료 개혁과 기후 변화, 무역, 인종차별 퇴치 등 각 분야에서 민주당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정강정책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대선과 같은 분열을 막기 위해 경선 상대였던 진보주의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측과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권고안을 마련했다. 민주당 정강정책 입안위원회에도 샌더스 상원의원 측 인사를 포함시켰다.

다만 샌더스 의원 등 진보 진영이 주장한 전 국민 건강보험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과 그린 뉴딜, 이민세관집행국(ICE) 폐지, 경찰 예산 감축 등은 정강정책에 반영되지 않아 향후 분열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더힐 등이 지적했다.

우선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훼손시킨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독일 등 동맹국과 관계를 재건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적이 꿈 꿀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의 동맹을 훼손했다. 우리의 외교적 합의와 상호 방위, 민주주의 가치와 전략적 목표에 대한 의심을 심었다"며 "그 결과, 우리 동맹 체계는 냉전 종식 이후 가장 큰 시험대에 올라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반도에서 북핵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한국의 동맹 분담금을 대폭 늘리기 위해 동맹인 한국을 '갈취(extort)'하려고 했다"면서 "민주당은 동맹을 회복할 뿐만 아니라 상호 우선순위를 높이기 위해 이를 재창조할 것이다. 동맹은 민주적 가치를 공유할 때 가장 강력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우리는 동반자들이 방어 능력을 키우고 지역 안보에 대해 더 큰 책임을 지고 공정한 몫을 부담하도록 독려할 것"이라면서도 "결코 우리는 우리 동맹들에게 '보호비(protection rackets)'를 달라고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공언했다.

민주당은 "미국은 동반자들을 모욕하고 긴장을 고조시키기 보다는 한국과 일본, 호주와 같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동맹국과 연대를 강화할 것"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북한에 대해서는 외교적인 수단을 통해 비핵화를 유도하겠다고 했다. 다만 북한 주민이 직면한 인권 유린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우리는 동맹들과 함께, 그리고 북한과 외교를 통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호전성을 억제해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조율된 외교적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 주민을 잊지 않을 것"이라서 "민주당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고 북한 정권이 심각한 인권 유린을 중단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중국의 위협을 과장하면서 자멸적인 관세 전쟁을 벌이거나 새로운 냉전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과 중국간 패권 전쟁으로 국제 정세를 불안정하게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다만 홍콩과 대만, 신장 위구르족 등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확보 등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민주당은 미국이 수행 중인 전쟁을 중단하고 미군을 귀환시키겠다고 했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018년 일방 탈퇴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귀를 예고했다. 예멘 내전 개입도 중단하겠다고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분쟁과 관련해서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발표한 이스라엘 편향 중동 평화구상을 통해 사실상 두 국가 해법을 무력화시킨 바 있다.

민주당은 의료 분야에서는 메디게이트(저소득층 의료보험)를 확대하고 1차 진료 자기 부담금을 줄이는 등 공공의료 선택권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진보 진영의 오바마케어 확대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공공의료 선택권 강화를 통해 보편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최저 소득 등 조건을 충족하는 미국인은 보험료 부담 없이 메디게이트(저소득층 의료보험)에 가입시키고 메디게이트 확대를 위해 주(州)정부에 대한 직접 지원을 늘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메디케어 포 올은 도입되지 않았다. 샌더스 의원은 메디케어 포 올 등이 제외된 정강정책 최종안에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샌더스 지지자인 러시다 털리브 하원의원 등 대의원 수백명은 상징적인 항의 차원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노동과 복지 분야에서는 ▲연방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약 1만8000원)로 인상 ▲가구소득 12만5000달러 이하 학생에게 공립대 등록금 면제 ▲주택 공급 확대 등을 공약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샌더스 의원의 친(親)노동자 성향인 입장을 반영해 보호 무역주의 등 포퓰리즘 기조가 강화됐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을 국제 무역제체를 지지했지만 입장을 굽힌 셈이다.

사법 분야에서는 ▲마리화나 비범죄화(오락 목적 마리화나 사용 합법화 여부는 개별 주 결정에 일임) ▲반유대주의자, 반이슬람주의자,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을 막기 위한 국내 테러법(domestic terrorism law) 입법 등을 약속했다.

특히 조지 플루이드 사태 이후 불거진 경찰의 면책 특권 완화 등이 정강정책에 반영됐지만 진보 진영의 경찰 예산 감축 요구는 포함되지 않았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경찰 예산 감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이민 분야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정책 철회를 공약했다. 민주당은 미국 사회에 이민자는 꼭 필요한 존재라면서 국경 장벽 건설을 중단하고 외국인 혐오 정책에 따라 비자 발급이 거부된 이민자들의 미국행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불법 이민자들이 시민권을 얻을 수 있는 경로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기후 분야에서는 청정에너지 투자를 확대하고 2035년까지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탄소 오염을 근절하겠다고 다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도 복귀하겠다고 했다. 더힐은 화석에너지 사용 근절을 골자로 한 그린 뉴딜은 반영되지 않았지만 민주당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기후정책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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