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왔지만 광화문집회 코로나 전파엔 최적…"참석자 전수검사해야"

기사등록 2020/08/20 05:30:00

코로나바이러스, '고온다습'에 약하지만…예외도

집회 당시 습도 80%↑…"다수 밀집해 확산우려"

참가자 신원·이동경로 불명…정부 "파악 어려워"

전문가 "적극적인 진단검사…위험도 평가 병행"

"전국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상 실시해야"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8·15 국민대회 집회중 경찰이 세워놓은 바리게이트를 넘어 도로로 나오고 있다. 2020.08.15.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장마로 비가 내렸던 지난 8일과 15일 경복궁 인근,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규모로 전파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와 같은 코로나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습기에 약하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 특성상 다수가 밀집한 실외에서도 얼마든지 대규모 전파가 가능하다는 게 방역당국과 감염병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집회 참석자들을 비롯해 집회 당시 주변 장소를 지나간 시민 모두 코로나19 증상과 관계없이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스(중증호흡기증후군·SARS),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등과 같은 코로나바이러스는 저온 건조한 환경에서 오래 생존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일 "코로나바이러스는 대부분 기온이 5도에서 습도가 20~30%인 환경에서 3~4일, 길게는 일주일 이상 생존한다"면서 "고온 다습한 환경, 예를 들어 온도가 20도, 습도가 80% 이상인 경우엔 생존 기간이 단축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집회가 열렸던 지난 8일과 15일 이틀간 경복궁 인근과 광화문 집회 장소의 습도는 80%를 상회했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8일과 15일 집회 지역의 습도 범위는 각각 77~91%, 94~98%였다. 집회 당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집회 장소의 강수량은 각각 2.5㎜, 24.8㎜로 기록됐다.

김 교수는 "기온과 습도에 따라 코로나바이러스가 생존하는 기간이 달라지긴 하지만, 주요 전파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며 "바이러스 주요 전파 요소는 바이러스와 숙주인 사람 간의 상관관계, 사람의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광화문 집회 참석 이후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지난 19일 낮 12시 기준 최소 10명이다. 지역별로 서울·경기·부산·경북에서 각각 2명씩, 인천·충남에서 1명씩 나왔다. 당국의 기초조사 결과 이들은 같은 시간 기준 623명의 확진자가 나온 사랑제일교회와의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광화문 집회를 시작으로 새로운 집단감염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집회 특성상 참가자 신원과 이동경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집단감염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감염자가 집회 장소 곳곳으로 이동했고, 집회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면 감염 규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상경했던 만큼 집회에서 시작된 감염이 전국 규모의 대유행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는 기침과 날숨, 재채기 등을 통해 사람 사이로 퍼지고 호흡기나 점막 등에서 증식하는데, 인체 내부의 온도가 37도로 30도보다 높고, 습도도 더 높을 수 있겠지만, 바이러스는 인체에만 들어오면 증식한다"며 "온도, 습도는 전파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8·15 국민대회 집회중 경찰이 세워놓은 바리게이트를 넘어 도로로 나오고 있다. 2020.08.15.  scchoo@newsis.com
이에 정부는 집회 참석자 신원을 확보하기 위해 전세버스 이용자 명단, 이동통신 3사의 기지국 접속 정보 등을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명단 확보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집회 참석을 위해) 전세버스를 이용한 사람들의 명단, 이동통신사를 통해 기지국 이용자 명단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정확한 명단을 확보하는 데엔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대규모 확산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집회 참석자 전수검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도 노출자가 불확실한 만큼 적극적인 진단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실외에서 진행됐고, 바이러스가 습기에 약하긴 하지만, 노출자를 알 수 없다는 함정이 있다"며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거나 위험도가 높은 행위를 했다면 위험도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위험도 평가 후 검사를 권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검사 대기자가 늘어나고 있고, 이에 검사 물량이 급증한다는 문제가 있어 전수조사가 만능이 아닐 수도 있다"면서 "무조건 검사를 받으라고만 할 게 아니라 위험도를 제대로 평가해서 과학적으로, 효율적으로 검사할 방안을 찾고, 이를 대중에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각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상으로 방역수칙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탁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단 환자 수가 늘었고, 잠재적인 접촉자도 더 늘어나서 역학조사만으로 추적이 불가능한 상황에 접어들었다"면서 "3T(검사·Testing, 추적·Tracing, 격리치료·Treating)가 동작하지 않는 이상 잠재적으로 모든 사람이 감염자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접촉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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