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 즉시 항고 입장…"시간 지연 전략"
日정부, 2차 보복 예고…"모든 대응책 검토"
韓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대응 방향 검토"
한일, 합리적 해결 방안 논의…"협의 지속"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이 지난 6월 일본제철과 포스코의 합작회사인 피엔알(PNR)에 대해 내린 주식 압류명령의 공시 송달 효력이 이날 0시부터 발생했다. 공시송달은 당사자 주소 등을 알 수 없거나 송달이 불가능할 경우 서류를 법원에 보관하면서 사유를 게시판에 공고해 내용이 당사자에게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앞서 대법원은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회사 측에 '피해자 1인당 1억원씩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일본제철이 판결을 수용할 조짐을 보이지 않자 피해자들은 법원에 주식 압류를 법원에 신청했다. 이후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일본제철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한 압류명령 결정을 내리고 송달을 진행했으나 일본 정부가 이를 회피하면서 결국 공시 송달 조치로 이어졌다.
한국 대법원의 판결과 관련 원고 측이 압류를 요구한 것은 일본제철과 포스코가 2008년 설립한 합작사인 PNR의 지분이다. 대리인단은 일본제철이 소유한 주식은 전체의 30%, 8만1000주 규모로 보고 있다. 일본제철 자산을 실제 현금화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매각 명령 결정이 이뤄져야 하고, 별개 사건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간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던 일본제철은 이날 새벽 주식 압류 명령과 관련해 즉각 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NHK,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강제징용 문제는 국가간 정식 합의인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완전하며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이해하고 있다"며 "한일 양국 정부의 외교 협상 상황 등을 고려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1일 0시까지 항고하지 않으면 압류명령이 확정되는 만큼 일본제철은 오는 10일까지 관할법원인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 즉시 항고장을 접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즉시 항고는 사실상 또 다른 심급이 시작되는 것으로 현금화를 지연시키기 위한 시간끌기 전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법원 판결 이후에 집행하는 절차가 거의 1년 8개월간 일본제철은 계속 서류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며 "압류결정에 문제가 있다, 위법하다는 것이 없는 상태에서 즉시항고를 한다는 건 시간을 지연시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교도통신은 지난달 25일 복수의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인 대상 비자 발급 규제, 주한 일본 대사의 일시 귀국, 추가 관세 부과 등이 한국에 대한 추가 보복 방안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일본 정부가 기업 자산 현금화와 관련해 대항 조치를 할 방침이라며 관세 인상, 송금 중단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 1일 요미우리TV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산 압류 결정과 관련해 "이 사안에 대해 모든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대응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방향성은 확실히 나와 있다"고 강조햇다.
특히 집권 자민당의 의원 그룹 '보수단결의 모임'은 3일 일본 기업의 자산이 현금화 될 경우를 대비해 한국 정부에 제재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정리했다. 결의안은 일본 기업의 자산이 현금화 될 경우 대비해 "즉시 제재의 구체적인 검토를 추진해 주저 없이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고 제언했다.
우리 정부는 청와대와 외교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를 중심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 일본의 1차 수출 규제 조치 때와 마찬가지로 비자 제한이나 관세 인상 등이 취해질 경우 상호주의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는 정부가 일본 강제징용 기업에 대한 국내 자산 매각 시 일본의 추가 보복 가능성에 대해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 방향을 검토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정부는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 매각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한일간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강제징용을 둘러싼 한일간 간극이 큰 탓에 접점 찾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 보상 문제는 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지난해 7월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정부는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을 재가동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외교부는 "정부는 사법부 판단 존중, 피해자 권리 실현 및 한일 양국관계 등을 고려하면서 다양한 합리적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데 대해 열린 입장"이라며 "각계 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나가면서 일측과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긴밀히 협의해 왔으며 앞으로도 관련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lg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