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1천억 두고 눈치싸움...추가 반환 대학 나오나

기사등록 2020/07/30 18:33:34

지방 중소대학 간 경쟁될 가능성…"예산 자체가 적어"

기존 장학금 전환 대신 긴축재정·적립금 헐어야 유리

적립금 1000억 이상 20개大 반환동력 떨어질 우려도

[광주=뉴시스] 송창헌 기자 = 코로나19로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남대학교 정병석 총장이 1일 학생들과의 공개토론 자리에서 "학생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전남대 제공) 2020.07.02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 이연희 기자 = 교육부가 각 대학의 등록금 반환 등 자구노력을 상대평가해 간접지원 예산 1000억원을 배분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등록금을 추가로 반환하는 대학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30일 대학가에서는 재정이 열악한 지방 중소규모 대학 중 등록금 반환 액수를 늘리려는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가 30일 발표한 대학·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4유형 '대학 비대면 교육 긴급 지원 사업' 기본계획에 따르면 교육부는 대학별 실질적 자구노력 금액에 규모와 지역, 적립금 가중치를 곱한 금액을 상대평가해 배분할 예정이다.

다른 대학보다 긴축재정과 적립금을 활용해 더 많은 등록금을 반환해야만 더 많은 예산을 따낼 수 있다. 재정이 열악한 중소규모 대학으로서는 조금이라도 더 반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미 사립대 중 건국대가 8.3%를 반환하겠다고 밝힌 것을 시작으로 단국대, 동국대, 대구대 등이 이미 특별장학금 지급 계획을 밝혔다. 국공립대 대부분이 1학기 등록금 10%를 반환하기로 한 상태다.

한성대는 지난달 전교생에 2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입은 학생 100명에게 1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한성대는 이어 30일 "경제적 소득 감소비율이 30% 이상인 간접적인 피해 학생 62명에게는 50만원의 장학금을 추가 집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예산규모도 당초 14억1000억원에서 14억3000억원으로 늘었다.

4년제 대학은 760억원이 배정됐는데 대학혁신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중상위권 대학 수만 143개교에 달한다. 단순 학교 개수로만 나눠도 1개 학교당 5억3000만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학생 5000명 미만의 소규모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에 가중치 20%가 적용된다. 적립금이 많으면 자구노력에도 사실상 감점조치가 더해진다. 수도권 대형대학들은 아예 신청도 안 하고 포기할 가능성이 높고 비수도권 중소대학 간 경쟁이 될 거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관계자는 "사업예산이 적어 많은 대학들이 기대를 많이 하지 않는다"며 "한 푼이 아쉬운 중소규모 대학들은 아쉬워 추가 감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부총장은 "정부 예산보다는 2학기 학생들의 등록률이 더 관건"이라며 "학생들이 학교에 소속감을 갖고 2학기에 등록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선 학생들과 학교 재정상태를 공유하고 논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 예산이 기획재정부 승인을 받는 수시배정으로 정해진 만큼 대학들로서는 실제 예산을 받을 수 있을지,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도 불명확하다. 아직 등록금 반환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대학들이 더 소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도 이날 논평에서 "다른 대학들의 사업계획서와 재정여건 등에 따라 지원액이 나중에 결정되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서는 지원액이 얼마인지 모른다"며 "등록금 반환에 40억원 쓴 대학이 절반을 지원받는지 4분의 1을 지원받는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등록금 반환을 아예 주저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의당 정책위는 "이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교육당국의 추가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반면 재정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대학들은 등록금 반환 동기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립금 1000억원 이상인 대학들은 예산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다. 국가 눈치를 볼 것 없이 오로지 학생대표들과 협의해 자체적으로 반환 규모를 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적립금은 용도가 정해져 있어서 건축적립금 중 일부 용처가 분명히 정해지지 않은 장학기금 등을 동원할 수 있다"면서도 "각 대학별 협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긴축재정에 그치지 않고 적립금까지 사용할 거라고 예측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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