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실사" vs "거래종결"…HDC현산-금호 '평행선'

기사등록 2020/07/30 17:09:09

HDC현산 "아시아나 재무제표 신뢰할 수 없어"

산은 등 채권단에 재실사 참관, 공동진행 제안

금호 "거래종결 회피하며 책임 전가하고 있어"

"지적한 선행조건 및 재점검 사항, 이미 공유해"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아시아나항공 본사 모습. 2020.06.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을 진행 중인 HDC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이 재실사에 대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매각작업이 답보상태에 빠졌다. 

30일 HDC현산은 보도자료를 내고 "재실사는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를 위한 대책 수립에 반드시 필요하다"며 금호산업에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들에 대한 12주간의 재실사를 거듭 요청했다.

HDC현산은 계약 이후에 갑작스럽게 부채와 차입금이 증가했고, 외부감사인이 내부 회계관리제도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표명한 점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제출한 재무제표는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HDC현산의 재실사 요청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HDC현산은 지난 24일에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재실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HDC현산은 재실사가 필요한 사안들로 ▲지난해 반기 재무제표 대비 부채와 차입금이 급증한 점 ▲당기손순실이 큰 폭으로 증가한 점 ▲올해 들어 큰 규모의 추가자금 차입과 영구전환사채 신규발행이 매수인의 사전 동의 없이 진행된 점 ▲부실 계열회사에 대한 대규모 자금지원이 실행된 점 ▲금호티앤아이의 전환사채 상환과 관련해 계열사에 부담이 전가된 점 등을 꼽았다.

하지만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HDC현산의 이같은 재실사 요청에 29일 오전 계약해제 및 위약금 몰취를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금호산업은 지난 7개월 동안 HDC현산에 협조하면서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들의 영업 및 재무상태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금호산업도 이날 입장문을 내어 HDC현산이 지적한 사항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금호산업 측은 기준 재무제표 대비 실적 악화 이슈에 대해 "현금흐름과는 무관한 리스부채, 정비충당부채 및 장기선수금(마일리지 이연 수익)의 증가와 관련된 것"이라며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제1116호 '리스'에 대한 국제회계기준위원회(IFRIC)의 변경된 해석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계기준에 대한 해석과 추정 방법의 변경, 적용에 대해서는 지난 1월 인수준비위원회의 활동과정을 통해 HDC현산에 충분히 설명했다는 게 금호산업의 입장이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항공업계 지원 일환으로 이뤄진 1조7000억원의 추가차입 및 계열사들에 대한 유동성 공급은 이번 거래계약상 사전 동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금호산업은 의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이 이에 대해 HDC현산 최고경영진에 보고했고, 회계법인에서 작성한 자료를 제공하며 관련 내용을 공유했다고 지적했다.

영구CB에 대해서도 HDC현산 최고경영진에 보고함은 물론 인수준비위원회 활동 과정 등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및 에어부산의 자금조달의 필요성, 영구CB 발행조건, 정관 개정안의 내용과 채권회수 가능성, 자금확충을 통한 각 회사의 정상화 가능성 등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HDC현산이 주장하는 '중대한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사태 등 국제적 환경의 변화로서 아시아나항공 및 계열회사들이 속한 일반적인 환경 변화에 해당한다"며 "이번 거래계약상 '중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구성하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HDC현산이 문제 삼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내용,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투자손실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해 12월27일 계약 체결 전 사전실사에서 충분히 정보를 제공했다며 계약서 상 공개목록에도 포함돼 있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HDC현산과 금호산업은 서로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HDC현산은 "HDC현산의 진정성 있는 재실사 제안은 계약금 반환을 위한 명분 쌓기로 매도됐다"며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인수를 위해 이미 상당한 인력과 자금을 투입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HDC현산의 진정성을 폄훼하는 행위들을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금호산업은 "HDC현산이 배포한 보도자료는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HDC현산이 거래종결을 회피하면서 그 책임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전가하고 있는 점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진정성 있는 자세로 거래종결을 위한 절차에 협조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HDC현산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재실사 참관을 제안했다.

HDC현산은 "HDC현산은 "채권단이 재실사를 참관하거나 공동으로 진행한다면 절차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투명하고 공개적인 진행으로 인수계약 당시 상황과 실제 상황과의 차이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arch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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