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추행 조사단 구성 난항…"서울시 주관은 책임 회피"(종합)

기사등록 2020/07/20 18:00:39

피해자 지원 여성단체 참여 불투명

市 "22일 오후 6시까지 답변 요청해"

한국여성변호사회 사실상 거부의사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12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에 고인의 영정이 마련돼 있다. 2020.07.12. 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 배민욱 하종민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성추행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합동조사단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가 성추행 피해자를 보호·지원하고 있는 여성단체인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를 비롯해 한국여성단체연합, 국가인권위원회, 한국여성변호사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한국젠더법학회 등 7개 기관(단체)에 조사위원 추천을 요청했다.

시는 조사단이 구성될 경우 조사와 관련된 전권을 위임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20일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세개 단체에 협조를 요청했다"며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전국의 모든 여성단체들을 포함하고 있어 대표성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조 공문을 통해 22일 오후 6시까지 합동조사단에 참여할 여성권익 전문가를 추천해 달라고 한 상태"라며 "서울시는 최대한 객관성 있는 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늘도 피해자 지원단체로부터 공문이 접수되거나 연락이 오지 않았다"며 "이들 단체들이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동조사단은 9명의 조사위원으로 구성된다. 여성권익 전문가 3명과 인권 전문가 3명, 법률 전문가 3명으로 구성된다. 조사단장은 조사단에서 호선으로 선출된다.

여성권익 전문가는 피해자 지원단체(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에서 추천을 받는다. 인권 전문가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법률 전문가는 한국여성변호사협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 한국젠더법학회의 추천을 받을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젠더법학회만 참여 여부를 검토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젠더법학회의 경우 합동조사단 참여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한 뒤 항후 통보할 예정이라고 시는 전했다.

시는 피해자 지원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이 참여를 거부할 경우 다른 대표성을 지닌 여성단체를 참여시켜 조사단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성폭력상담소와 여성의전화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조사단의 의미는 그만큼 퇴색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시 관계자는 "조사단은 어떻게 든 출범시켜야 한다. 진상조사는 수사기관과 별개로 진행되는 것"이라며 "서울시에서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확인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사기관에 의뢰하는 것은 처벌이 전제다. 진상 조사를 하면서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해선 수사기관에 의뢰할 것"이라며 "피해자 지원단체들의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혁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2020.07.13.  photo@newsis.com
하지만 서울시의 의지대로 조사단이 원만하게 구성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잇따른 논란으로 여성단체가 참여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시가 조사단에 참여한다는 당초 발표로 '셀프조사' 논란이 일었다. 시는 조사단 전원을 외부전문가로 구성하기로 방침을 바꿨으나 여성단체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하고 있다.

조사단 구성을 주도하는 시 간부가 피해자 측 기자회견 연기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의 목소리도 거셌다. 여기에 '피해자' 호칭을 '피해호소인'으로 부르는 등 피해자 측에 불신을 안겼다는 것도 한 몫했다.

한국여성변호사협회는 전날 성명에서 "이 사건 조사의 대상인 서울시가 스스로 조사단을 꾸린다는 것도 공정성과 진실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가 주관하지 않고 객관성과 공정성이 보장되는 것을 전제로 조사단의 일원으로 진상규명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진상규명 작업은 피해자 지원단체가 참여하지 않는 한 진전되기 어려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건이 일어난 시청 6층 비서실의 별정직 공무원들은 박 전 시장 사망과 함께 퇴직한 상태다. 조사단은 강제조사권이 없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시는 22일까지 여성단체 등의 참여를 최대한 설득할 방침이다.

조사단이 출범하면 ▲사실관계 조사를 통한 실체적 진실 규명 ▲위법·부당 행위자에 대한 징계 또는 고소·고발 등 권고 ▲제도개선과 조직문화개선 등 재발 방지대책을 제시한다. 조사범위는 ▲성추행 고소사건과 관련한 사실관계 확인 ▲서울시 방조여부 확인 ▲서울시 사전인지 여부 확인 ▲정보유출과 회유 여부 확인 등이다. 구체적인 사항은 향후 조사단이 결정한다.

조사기간은 최초 구성일로부터 90일 이내다. 안건은 재적 인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유지 서약을 통해 보안도 유지된다. 필요시 조사위원 합의에 의해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시는 조사단 구성과 조사기관, 조사범위 등 성희롱·성추행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의 전권을 조사단에 위임한다. 조사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서울시 어떤 부서도 조사단의 발표나 보고를 받지 않는다.

원활한 조사를 위해 서울시장 권한대행 명의로 전 직원에 대한 조사단 협조를 명령한다. 만약 정당한 사유 없이 비협조할 경우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명령불이행으로 징계조치한다.

시는 조사 대상자가 퇴직자인 경우 자발적인 협조를 요청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할 경우 경찰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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