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 놓고 與도 신중론…당정청 정책 혼선 경계

기사등록 2020/07/20 12:03:28

당정청 다론 목소리로 시장 혼란…신중론 대두

이낙연 "그린벨트 손대는 건 극도로 신중해야"

與 "그린벨트는 최후 수단…시장에 나쁜 메시지"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제4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 당대표 후보자등록을 하기 위해 서류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2020.07.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김남희 기자 = 부동산 가격 안정화 대책으로 제시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여부를 놓고 정책 혼선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도 20일 신중론으로 돌아선 분위기다.

당정이 그린벨트 해제를 포함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범정부 주택공급확대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가 당정청에서 각기 다른 목소리가 나오며 시장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해제 불가' 쪽으로 점차 메시지를 통일시켜가는 모습이다.

민주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의원은 이날 오전 후보자 등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린벨트를 손대는 건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며 "손대지 않고 다른 방법이 있다면 다른 방법을 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부동산은) 수요가 많이 몰리는 곳에 공급이 늘리는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 공실 활용이나 도심용적률 완화를 포함한 고밀도 개발로도 안 되면 근린생활지역이나 준주거지역 활용을 검토하고 상업지구 내에서 주거용 건물의 건축을 좀 더 유용하게 허용하는 방안을 먼저 살피는 게 도리"라며 "현 단계에서 그린벨트 논쟁을 먼저 하는 건 현명하지도 않고 책임 있는 처사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고용진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그린벨트 해제는 반대하는 입장이고 불가피하게 해야 된다고 해도 '최후의 수단'이라고 본다"며 "역사적 경험으로도 알 수 있듯이 (그린벨트 해제는) 가수요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투기 수요를 불러온다. 그렇다고 집값이 안정되고 충분한 공급이 된다는 효과도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그렇게 (그린벨트를) 헐면 원상복구가 불가능하고 여러 문제들이 있다. 국토균형개발이란 원칙에도 위배된다"며 "절대 함부로 해선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당정이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서울지역 주택 공급을 검토중인 가운데 군 시설인 태릉골프장 일대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16일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전경.  2020.07.16. chocrystal@newsis.com
기재위 소속인 김두관 의원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그린벨트 해제 문제는 부동산 시장에 아주 나쁜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대한다"며 "인구는 지방으로 분산하고 녹지를 더 만들어도 모자랄 판에 그린벨트를 푼다는 발상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서울만 대한민국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앞서 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15일 7·10 부동산 대책 후속조치 논의를 위한 당정협의에서 초미의 관심사인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를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당정 간 의견 정리가 됐다"고 언급하면서 사실상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 쪽으로 가닥을 잡고 서울시를 설득해 나가겠다는 뜻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 강남권 그린벨트 인근 집값이 들썩였다.

그러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그린벨트는 한 번 훼손되면 복원이 안 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관련 논의에 제동을 걸었다. 여기에 이재명 경기지사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여권 인사들이 그린벨트 해제 반대론에 힘을 실었다.

이를 놓고 당정청이 그린벨트 해제를 놓고 각기 다른 입장을 밝히며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민주당은 신중론으로 입장을 정리해가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대책 당정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7.15. bluesoda@newsis.com
이와 관련해 이낙연 의원은 "가장 중요한 건 정부·여당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라며 "중구난방으로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건 시장에 혼란을 준다. 그건 책임 있는 처사가 아니다"라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고용진 의원도 "(그린벨트 해제를) 조금 더 논의할 수 있다는 것과 그렇게 정리가 됐다는 것은 굉장한 차이가 있다"며 "그래서 신중하게 얘기가 나왔으면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그런 식으로 얘기가 나왔다가 그게 아니라고 번복하는 혼선과 해프닝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다만 당내에서 뿐만 아니라 청와대 일각에서는 여전히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어서 민주당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입장을 정리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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