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안기금 운용심의회는 전날 서울 산업은행 별관 대회의실에서 8차 회의를 열고 회계처리 등 내규를 의결했다. 23일 열리는 회의에서 '기간산업 협력업체 운영자금 지원 프로그램'이 안건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부가 기간산업 협력업체 지원을 위해 이달 중 운영자금 대출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5월 28일 공식 출범한 기안기금은 가동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기안기금 운용심의회는 지난 7일 기금 지원신청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지원 대상 업종에 해운과 항공을 우선 지정한 뒤 7개 업종(자동차·조선·기계·석유화학·정유·철강·항공제조)을 추가하면서 기안기금 활용폭을 넓혔으나, 기업들의 행보는 이와 대조적이다.
현재까지 기안기금 신청 의사를 밝힌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기업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므로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기금 지원신청 여부에 대한 기업들의 고심이 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기안기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겪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적시에 이뤄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기업은 이미 기금 지원을 신청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기금 지원을 받게 되면 이행해야 하는 여러 조건이 기업들의 신청을 주저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금 지원을 받는 기업들이 고용안정과 정상화 이익 공유 등의 조건을 지켜야 하는데, 기안기금 대출금리가 시장금리보다 더 높다. 그렇다보니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해도 기업 입장에서는 기안기금 신청 여부를 놓고 고심할 수 밖에 없다. 기안기금 외의 다른 수단이 더 유리할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중은행을 통한 자금조달, 정부가 발표했던 135조원+α(알파) 민생·금융 안정 패키지 등으로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그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걸린다. 아직 기안기금을 신청한 기업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안기금 신청공고에 따르면, 지원은 원칙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예상 매출 감소로 인해 충당하기 어려운 경영상 필요자금에 한한다. 기존 차입금 원금상환액, 자산매입 비용, 급여 인상분 및 복리후생비, 배당 및 관계사 지원, 기타 영업과 관련되지 않은 비용 발생분 등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다.
대출기간은 원칙적으로 3년 이내로 하되, 필요시 기금의 운용기간을 감안해 산정한다. 상환 방식은 일시상환 또는 분할상환이다. 대출금리는 조달금리, 채무자의 신용위험 등을 감안하고 은행 금리체계를 준용해 산정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안기금 대출금리는 '시장금리+α(알파)' 외에 아직까지 정해진 사항이 없다.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개별민평 금리(민간채권평가사가 집계한 평균) 등의 금리 종류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기안기금 대출금리가 시장금리보다 조금 높은 것은 기안기금이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됐기 때문이다. 기존의 제도를 충분히 활용한 후에 기안기금을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실물경제 침체가 기업들의 기금 신청을 망설이게 했다는 해석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로 경제흐름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코로나가 언제 종식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기업들이 구체적인 자금 수요나 필요시기 등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실제로 기업들이 기금 신청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대한항공이 기안기금 신청을 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일 기안기금 운용심의회는 대한항공의 하반기 필요자금 약 1조원에 대한 지원 여부를 논의했고, 지원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수·합병(M&A)이 진행 중이라는 상황이 반영돼 판단이 유보됐다.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해서는 기금 지원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항공·해운업이 기안기금 신청을 많이 할 것 같다"며 "코로나 장기화로 많은 중소기업들이 힘들어졌다. 제조업 중에서는 자동차업계가 코로나로 큰 타격을 받았다. 1차 공급사가 무너지면 그 위에 있는 최종 조립·생산회사가 무너지고, 밑에 있는 2·3차 공급업체도 다 무너지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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