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무조건 늘리라" 대통령 지시에 국토부 확대 방안 검토
이미 지난 '5·6대책' 통해 가용 자원 사용해 택지 확보 곤란
"그린벨트 해제밖에" 평가도…서울시·국민과 충돌 불가피
'30대 큰 손이 올린 집값'…정부 공급 확대 적정한지 논란
30대 지원 확대 시 40대 등 다른 연령층과 형평성 문제도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정부가 상당한 물량을 공급했지만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으니 발굴을 해서라도 추가로 공급물량을 늘리라"(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 주택공급 확대를 검토하라는 지시가 떨어지자 국토부가 공급 확대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당장 조급증을 달랠 수 있을 정도로 수요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택지를 단기에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푸는 것도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은 상태다. 또 택지 공급이 오히려 수요를 부추기는 것은 물론 인구 이동을 부추겨 수도권 과밀 현상을 심화할 수 있다는 것도 딜레마다.
일부에서는 사실상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그동안 그린벨트 해제를 격렬하게 반대해온 서울시와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3일 국토부 관계자는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으니, 택지 공급을 위해 다각도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검토가 끝나는 대로 유관기관과 협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그동안 줄곧 "공급 물량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이번 대통령의 업무 지시를 계기로 수도권 주택 수급 상황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양질의 주택을, 단기에, 획기적으로 늘린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어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국토부는 이미 지난 5월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5·6 대책)을 발표하며 용산 정비창 약 8000호 등 서울 도심에 7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공급 방안과 물량은 ▲정비사업 활성화 4만호 ▲유휴공간 정비 및 재활용 1만5000호 ▲서울 도심 내 유휴부지 추가 확보 1만5000호 등으로, 이를 통해 2023년 이후 수도권에서 '연 25만호+α'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규제 이후에도 서울과 지방 일부 지역에서 시장 불안이 지속되자, 전국 아파트 매매시장도 공급보다 수요가 늘어나 3년 만에 집주인 우위의 시장으로 전환되며 주택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금주 100.1을 기록해, 2017년 7월 말 100.1을 기록한 이후 최근 3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현장 공인중개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급과 수요를 0~200 사이의 점수화해 해당 지역 내 수급 상황을 나타내는 데 사용한다. 기준치(100)보다 지수가 높으면 공급에 비해 수요가 더 많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4기 신도시 공급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지만, 이미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30만호 이상이 공급될 예정인 상황에서 4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더라도 지금 당장 진행 중인 주택 수급 불안을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주택 매수세를 진정시키려면 수요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입지에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데 현재로서는 단기에 이 같은 공급 부지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일부에서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대한 규제 문턱을 낮춰 공급 물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도권 주택 매매시장이 급속하게 달아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정비사업 규제 완화가 매수세를 오히려 폭발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서다.
이 때문에 주택 수요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그린벨트 해제 카드가 다시 나올 가능성도 제기한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시내 19개 자치구에 149.13㎢ 면적의 그린벨트가 분포돼 있다. 서초구가 23.88㎢로 가장 넓고 이어 강서구(18.92㎢) 노원구(15.91㎢) 은평구(15.21㎢) 강북구(11.67㎢) 도봉구(10.2㎢) 순으로 규모가 크다.
국토부는 지난 2018년 9월 수도권 30만호를 주 내용으로 하는 신규 택지지구 공급 계획에 앞서 그린벨트 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
공공주택 공급을 위한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은 지난 2016년부터 면적 30만㎡ 이하에 대해 해당 시도지사에게 위임됐지만 기본적으로 국토부 장관에게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시는 당시 "그린벨트 해제는 미래세대를 위한 최후의 보루"라며 "만약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파국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격렬하게 저항했고, 이에 국토부도 철회했다.
만약 이번에 국토부에서 또다시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할 경우 서울시는 물론 국민과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갈등과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별도의 언급을 피했다.
반면 이번 공급 확대 결정이 30대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투기심에 불을 댕기는 결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이전까지만 해도 30대는 주택 시장에서 소외된 계층이었으나, 최근 들어 적극적인 매수층으로 돌변했다.
특히 그동안 모아둔 자산은 적고, 청약 가점은 부족해 주택 매매시장에서 소외돼 왔으나 집값이 최근 몇 년간 널뛰기를 반복하자 30대들의 주택 매수 행렬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를 가장 많이 매입한 연령대는 30대로 전체의 30.7%의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30대의 과감한 주택 수요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주된 이유는 30대의 경우 자산이 적어 대출 비중이 높은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30대의 주택 구입의 길을 열어 주는 것이 온당한가는 새로운 논란거리다.
또 30대 젊은 층을 달래기 위해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해서는 세 부담을 완화하고 특별공급 물량을 늘리는 등 지원책이 강구되고 있는 가운데, 다른 계층과 형평성 논란도 빚어지고 있다. 특히 40대의 경우 그동안 장기간 무주택자 신분으로 가점을 쌓아 왔는데 30대에 대한 지원책을 확대하는 것이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번 발표로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겠다는 무주택자의 초조함과 불안심리가 다소 진정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도심 내 택지 발굴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예정된 공급계획을 속도감 있게 전개하고, 도심이나 도심 근처 오피스 빌딩 등 가용한 모든 택지를 최대한 확보하는 방법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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