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53주 연속 상승…매물 품귀 현상
'임대차 3법' 단기간 전셋값 상승 불가피
"전셋값 안정, 신규 물량 공급 확대해야"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해 7월 이후 53주 연속 오르면서 세입자들의 시름이 깊어진 가운데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임대차 3법)이 주거 안정의 해법이 될지 주목되고 있다.
비수기인 여름철임에도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의 잇단 규제로 임대 물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데 반해 수요는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8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매매 대신 전세를 택하는 청약 대기 수요까지 전세시장으로 몰리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전세시장의 수급불균형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 가면 가을 이사철과 맞물려 '전세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의 6·17부동산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 분양권을 받기 위해선 2년 이상 실거주가 의무화 되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전세 물량이 더 줄어들고,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21번이나 대책을 쏟아냈지만,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전셋값은 좀처럼 꺾일 기미가 없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3주 연속 오름세다. 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다섯째 주(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10% 상승하며 지난주(0.08%) 대비 오름 폭이 커졌다..
서초구(0.20%)가 정비사업 이주수요로 매물이 부족한 가운데, 송파구(0.16%)도 오름세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감정원에 따르면 강남구(0.14%)는 은마 등에서 집주인의 실거주 수요가 늘면서 매물이 줄고 전셋값 상승폭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강동구(0.17%), 마포구(0.18%), 강북구(0.14%) 등도 상승세를 지속 중이다.
초저금리 역시 전세시장의 수급불균형을 가중시키고 있다. 기준금리가 0%대로 떨어진 초저금리와 보유세 부담으로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전세 물건 공급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 매물 부족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KB국민은행의 주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셋째 주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73.1로, 5월 평균인 158.1에 비해 크게 올랐다. 이 지수가 100을 넘어설수록 전세 수급이 불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셋값 오름세는 하반기에도 쉽게 꺾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이재영)이 지난 2일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건설·주택경기 전망‘에 따르면 전셋값은 상반기 1.1% 상승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1.5% 올라 연(年) 2.6%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매물 감소, 수요 잔존, 3기 신도시 대기 수요 등 전세가격 상승 압력 요소가 많다"며 "이러한 임대인 우위 시장에서 임대차 3법이 현재 논의 수준대로 시행될 시 전세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임대차 3법이 전셋값의 향방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는 정부가 주택 임대시장 안정을 위해 추진 중인 '전월세 신고제'를 비롯해 전세금 인상률을 최대 5%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차 계약이 만료됐을 때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3법이 연이어 발의되고 있다.
발의된 개정안들은 치솟는 전·월세 가격으로 불안정한 주택 임대차시장의 안정을 꾀하고, 세입자 보호를 위한 취지로 마련된 법안들이다. 전세와 월세의 의무 계약 기간을 지금의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법안부터 재계약 기한을 사실상 무기한으로 하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여당은 임대차 3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론상으로 177석의 거대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야당 협조 없이 임대차 3법을 얼마든지 통과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면 오만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야당과의 협치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임대차 3법이 전·월세 시장을 자극해 임대료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집주인들이 정책이 시행되기 전 인상에 나서면서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또 전월세 신고제가 과세 목적으로 활용될 경우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떠넘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입주 물량 감소 역시 전셋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내년 서울에서는 아파트 기준 총 2만3217가구가 분양 예정이다. 이는 올해 입주물량(4만2173가구)의 절반 수준인 55.1%에 불과하다. 2022년엔 1만3000여 가구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임대차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신규 물량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가격 상승은 신규 공급량을 늘리지 않고는 해결하기가 어렵다"며 "전월세 신고제 등 임대차보호 3법은 중장기적으로 전·월세 가격을 안정화시킬 수 있으나, 시행 직전 단기간에 가격을 상승시킬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금리인하와 신규 물량 공급 축소 등이 임대차보호 3법과 맞물리면서 전세 물량이 전체적으로 줄고 전세난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임대 기간이나 인상률 등에 대한 규제보다 수요가 있는 곳에 장기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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