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보호급여'까지 떠안은 고용보험기금…"일반회계로 지원해야"

기사등록 2020/06/21 07:00:00

2001년 도입 재정 급증…올해 1조5천억

정부 일반회계 10% 불과…90% 기금 충당

지원 규모·대상 확대 추세…재정비 필요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693만명으로 전년보다 39만2000명(-1.4%)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취업자가 1년 전보다 39만명 넘게 감소하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취업자가 석 달 연속 줄어든 건 2009년 10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처음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 설명회장의 모습. 2020.06.10.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그간 고용보험기금에서 재원을 조달했던 모성보호급여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실업급여 지출이 조(兆) 단위로 치솟은 상황에서 기금 목적과 관계없는 재원까지 부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고용보험기금은 고용 안정이라는 목적에 맞게 쓰고, 저출산 극복을 위해 마련된 모성보호급여는 정부가 재정을 직접 투입하는 일반회계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보험기금, 코로나19 더해 모성보호급여로 '빨간불'

모성보호급여는 출산전후휴가, 육아휴직급여,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 등을 포함하는 제도다.

정부는 2001년 '여성 고용과 일·가정 양립 지원'을 목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 다만 도입 당시 건강보험기금 재정 악화를 이유로 고용보험기금에서 재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최근 모성보호급여 지출액은 빠르게 늘고 있다.

출산 장려와 복지 확대라는 정부 정책에 힘입어 3년간 덩치를 1조원 규모로 불렸다. 2018년 1조1041억원으로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1조3500억원, 올해 1조5432억원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모성보호급여가 고용보험기금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모성보호급여 재원은 고용보험기금 중에서도 실업급여 계정으로 마련된다. 이 계정의 주요 사업은 구직급여인데 최근 모성보호급여 지출이 증가하면서 구직급여 지출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로 구직급여 지출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5월 구직급여 지급액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다. 구직급여 수급자도 전년 대비 34.8% 늘어난 67만8000명으로 이 또한 역대 최대치다.

이 때문에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성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고용보험법은 대량 실업 등에 대비해 해당연도 지출액의 1.5~2배의 여유자금을 적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적립 배율은 2017년 0.9배, 2018년 0.7배, 2019년 0.4배로 떨어지고 있다.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받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업급여 재정소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구직급여 신청자가 계속될 경우 올해 실업급여 지출액은 14조5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올해 실업급여 예상 수입은 10조4000억원이다. 전망대로면 4조1000억원 적자다. 적자를 메울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4조1374억원이다. 연말이면 고갈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10월 1일부터 배우자 출산휴가를 유급 3일에서 10일로 확대하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 기간을 최대 2년까지 확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2019.09.30.  ppkjm@newsis.com
◇"일반회계로 지원해야" 무게…"정책 목적 우선" 의견도

2017년 9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성에 우려를 표하며 출산·육아휴직급여 30% 이상을 일반회계에서 지출하도록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의결했다. 그러나 20대 국회 본회의 문턱은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최근 들어 모성보호급여를 일반회계로 충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모성보호급여 사업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올해 1월부터 출산휴가급여 상한액은 18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육아휴직은 첫 3개월 급여에 대한 소득 대체율을 2배 늘린 80%로 각각 올랐다. 출산전후휴가 급여는 지난해 7월부터 자영업자·프리랜서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돈 쓸 곳이 많아지면서 정부도 재원을 늘리고는 있다. 모성보호급여 관련 일반회계 지출은 2018년 900억원(8.2%), 2019년 1400억원(9.6%)으로 규모로는 역대 최고다. 그러나 전체 지출액 대비 비중은 10% 수준에 못 미친다.

고용보험 부담 주체인 노사를 비롯해 곳곳에서도 모성보호급여에 대한 일반회계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겹치며 부각된 고용보험기금 재정을 정비하고, 모성보호급여는 정부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시작된 사회적 대화에서 노사 모두 이 같은 의견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 역시 모성보호급여의 고용보험기금 체제 탈피에 의견을 보태고 있다. 재정도 문제지만 고용보험에 묶인 상태로는 특수고용형태 종사자(특고)나 프리랜서 등 고용 취약계층은 모성보호급여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전국민 고용보험 제도와 같이 모든 이에게 적용되기 위해선 건강보험기금에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중요한 것은 모든 이들이 모성보호제도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정책의 목적을 정의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의 고용보험 체계에서는 사각지대가 너무나 광범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불안정 고용계층을 피부양자로 포괄하고 있는 건강보험을 통한 재원 확보가 보편성을 높일 수 있는 최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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