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분노의 본질, 韓의 공수표로 인한 굴욕감" 닛케이

기사등록 2020/06/19 11:44:16

"北 美와의 협상 암초·韓과 경제 협력도 진행 안돼"

"김여정, 미국 동의 없이 움직일 수 없는 한국 비판"

[파주=뉴시스] 고승민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메시지에 대해 비난을 쏟아낸 지난 17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가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6.17.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북한이 대남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분노 본질'에는 한국 문재인 정부의 공수표가 있다고 일본 언론이 주장했다.

19일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은 "한국, 남북 융화 벼랑 끝 양보할지, 미국에 동조할지 깊어지는 딜레마"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문재인 정권의 북한 대응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북한의 도발 행동에 나선 배경에는 2018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경제 협력 이행을 하지 않는 한국에 대한 불만이 있다고 봤다. 대북 제재에 저촉되는 경제협력을 저지하고 있는 동맹국 미국에 동조할지, 북한에 양보할 지 문 대통령이 선택을 압박 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북한 입장에서 보면 문 대통령의 제안에 (협상테이블에)오르긴 했지만, 미국과의 협상은 암초에 걸려 있고 한국과의 경제 협력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연일 이어진 도발의 직접적인 계기는 탈북자 단체에 의한 삐라(전단지) 배포지만, 분노의 본질은 문 대통령의 '공수표'에 붙잡혔다는 굴욕감이다"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실제로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 17일 담화에서 "오늘 북남관계가 미국의 농락물로 전락된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당국의 집요하고 고질적인 친미사대와 굴종주의가 낳은 비극"이라고 지적한 점을 들며 "미국의 동의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한국을 비판했다"고 풀이했다.

닛케이는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국제 무대로 이끌어 냈다면서, 핵·미사일 개발에 매진하던 김 위원장에게 남북 융화를 촉구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난 2018년 1월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남북 대화 의지를 표명했으며 같은 해 4월 남북 정상회담, 6월 싱가포르에서는 첫 북미 정상회담, 9월에는 평양에서 2번째 남북 정상회담까지 한번에 진행됐다.

하지만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접어들며 2018년 9월 체결된 평양 선언 이행이 어려워졌다. 선언에는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과 조건 만족 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등 경제 협력이 담겼으나 미국과 유엔의 경제 제재에 저촉되기 때문에 이행이 힘들다.

신문은 사의를 표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후임 후보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이름이 거론된다고 하마평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남북 정상회담 때 김여정의 카운터파트다. 임 전 비서실장도 한 잡지와의 대담에서 '미국이 말하는 대로 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면서도 "미국이 한국의 독자적 행동을 허용한다는 보증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대북 제재를 1년 연장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18일 방미해 한국의 입장을 설명한다며 미국의 반응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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