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성매매 여성 SNS에 피해 사실 호소
SNS에 비난 글 이어져…"2차 가해" 우려도
성매매 여성 조롱 유튜브 영상, 7만회 재생
"성매매 여성 대한 혐오, 2차 가해 멈춰야"
11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전날 트위터선 이 사건 관련해 다수의 네티즌들이 두 진영으로 나뉘어 논쟁을 벌이고 있다. 관련 해시태그로 검색되는 글은 5000개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변형된 해시태그와 해시태그를 붙이지 않은 글까지 고려하면 관련 글은 더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앞서 자신을 20대 중반 트렌스젠더 퀴어(제3의 성을 지향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라고 소개한 A씨는 지난달 15일 트위터를 통해 성구매 남성과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성관계를 맺게 됐다고 밝혔다.
A씨는 전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성폭력 피해 사실에 대해 (SNS에) 쓰면서 힘들다고 적었는데 (온라인 상에서) 피해 사실을 캡처해서 공유하면서 2차 가해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A씨는 "성노동(성매매) 과정에서 겪은 피해 사실을 고백했는데, 이것이 집단 간 갈등 국면으로 번졌다"며 "반성매매 운동을 하는 페미니스트들은 이것이 2차 가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온라인 공간에는 "다른 여성들이 피땀 흘려 얻은 권리를 누리려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등을 비롯해 A씨를 '창녀'라며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글이 다수 확인된다. 이들은 A씨의 성 정체성과 신상정보도 공개하며 조롱했다.
이런 논란의 배경에는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주의를 표방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성매매 여성이 여성 인권을 저하시킨다는 입장과 성매매는 성노동이라는 입장이 대립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성매매 여성이 여성 인권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기에 A씨는 성폭력 피해자가 아닌 여성 운동의 적이라는 것이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성폭력 피해 경험을 축소하고 개인의 책임으로 왜곡하는 차별, 혐오 발언들은 문제적이며 반여성주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룸은 A씨의 고백에 대해 "성구매 남성들은 성매매 상황에서 여성들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갖은 폭력을 자행하고, 본인이 그런 폭력을 행사할 권리까지 구매했다고 정당화한다"며 "(A씨의 고백은) 성차별과 남성들의 왜곡된 폭력적인 여성인식에 대한 미투(#ME TOO) 고발"이라고 평가했다.
반페미니스트를 표방하는 이들도 A씨를 향한 비난에 동참했다.
한 유튜버는 지난 4일 A씨를 언급하며 "격투기 선수가 시합 중에 다쳤다고 도와달라고 억울하다고 하는 것과 같다"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의 첫 화면에는 다리를 벌린 여성과 '저는 강간 피해자입니다'는 말풍선이 함께 놓였다.
이 유튜버는 약 21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했으며 평소 여권을 향한 비판과 반페미니즘 영상을 주로 찍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룸은 "성매매에 종사한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하는 글들은 분석할 여지없이 성폭력에 대한 무지, 성매매에 대한 무지의 결과"라며 "성별 권력 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성폭력과 성매매에 대한 이해 없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세태"라고 했다.
신지예 여성신문 젠더폴리틱스연구소 소장도 "성노동(성매매) 여성에 대한 혐오와 2차 가해는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소장은 "성매매처벌법도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노르딕 모델 방향으로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ryu@newsis.com